한겨울 입맛 없을 땐 따끈따끈하고 진한 향의 커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꾼의 레시피에서는 낚시로 잡은 자연산 광어를 사용했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한 흰살생선을 이용하면 되는데 오늘은 일반적인 커리 만들기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담백하고 영양가와 감칠맛이 풍부한 해산물 커리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감칠맛 풍부한 해산물 커리 재료(5~6인분 기준)

고형(혹은 가루) 커리(5~6인분), 흰살생선 300~400g, 오징어 몸통만 1마리, 새우大 6마리, 관자 1~2덩어리(없으면 대합 조개 1마리), 박력분 2스푼, (염분이 들어가지 않은)닭 육수 750ml, 버터 1큰술, 올리브유, 소금, 후추 약간씩.

 

#. 채소 준비물

양파小 1개, 당근 1/3개, 간 마늘 1스푼, 간 생강 1티스푼, 사과 1/2개,  

 

※ 참고 사항(매우 중요)

- 제 레시피는 오직 밥숟가락과 티스푼, 종이컵으로만 계량합니다. 1스푼은 밥숟가락으로 1스푼, 1큰술은 밥숟가락으로 수북이 풉니다.

- 커리는 풍미가 진한 제품을 권장합니다. 여기서는 일본 S&B 제품인 'Golden Curry' 중간 매운맛을 사용하였습니다.

- 여기서는 자연산 광어를 사용했지만, 시중에 파는 대구나 명태살을 이용해도 됩니다.

- 새우는 마트에 파는 흰다리새우 또는 대하나 타이거 새우 등 큰 새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껍질 없는 알새우는 X)

- 닭 육수가 없으면 치킨 스톡을 이용해 만들어 놓습니다. 이마저 없으면 맹물을 사용해도 되지만, 감칠맛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 새우 껍질은 버리지 말고 모아 둡니다.

- 양파와 당근은 잘게 다지고, 사과 반 개는 갈아 놓습니다.

 

 

대합 조갯살(왼쪽)과 자연산 광어, 새우, 대합조개 관자, 오징어를 다듬은 모습(오른쪽)

 

해산물 커리는 재료 손질이 8할입니다. 만드는 과정도 조금 복잡하지만, 일단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웬만한 커리 전문점의 풍미보다 좋아 포기할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관자가 있다면 관자만 써도 되지만, 없으면 대합조개(키조개를 써도 상관 없음)를 해감해서 준비합니다. 해감은 3% 염도의 소금물에 담가 놓고 어두운 곳에 2시간 정도 두면 됩니다. 손질은 살이 가장 많은 관자를 떼어다 접시에 올리고 나머지 부위는 잘게 썰어 놓습니다.

 

흰살생선은 적당히 한입 크기로 토막 내고, 새우는 껍질을 벗긴 후 이쑤시개 등을 활용해 등에 있는 내장을 뗍니다. (관련 글 : 간단하게 새우(대하)를 손질하는 방법), 오징어는 몸통만 사용하는데 껍질을 벗기고 한입 크기로 썰어 놓습니다. (관련 글 : 초간단 오징어 손질법)

 

이렇게 손질한 해산물에 적당량의 소금과 후추, 그리고 화이트와인이 있으면 조금 뿌려서 10~20분간 재워놓습니다. 화이트와인이 없으면, 맛술이나 청주를 사용합니다.

 

 

사과 반 개는 갈아놓습니다.

 

 

먼저 커리를 만들 냄비에 올리브유를 1스푼 두르고 새우를 볶습니다.

 

 

새우가 익어서 붉게 변하면, 오징어와 관자를 넣습니다.

 

※ 새우와 오징어, 관자는 오버쿡 되는 순간 질겨집니다. 특히, 오징어와 관자는 살짝 덜 익을 정도만 볶아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어느 정도 볶았으면, 재빨리 접시에 담습니다.

 

 

이어서 같은 냄비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연기가 날 때까지 달굽니다. 새우껍질과 잘게 썬 조갯살을 센 불에 볶습니다. 볶는 동안에는 계속 저어주어야 합니다.

 

 

새우 껍질이 빨갛게 익고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닭 육수를 붓고 한소끔 끓인 다음에 불을 끕니다.

 

 

널찍한 팬에 버터 1큰술을 두릅니다.

 

 

중간 불에 간 마늘과 간 생강을 볶다가

 

 

향이 올라오면 다진 양파와 당근을 넣고 노릇해질 때까지 볶습니다.

 

 

이어서 박력분 2스푼을 넣고 불을 조금 줄인 다음

 

 

박력분이 완전히 섞이고 고소한 향이 올라올 때까지 계속 저어가면서 볶습니다.(이 과정이 시간이 좀 듭니다.) 이것을 여기서는 '채소 루'라 하겠습니다.

 

 

좀 전에 끓여 놓은 닭 육수는 새우 껍질을 건져낸 뒤 다시 불을 켜고 고형 커리를 넣어서 개어줍니다.

 

 

끓기 시작하면, 좀 전에 만든 채소 루를 넣습니다.

 

 

이어서 간 사과도 넣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볶아둔 해산물을 모두 넣고 중간에서 약불로 맞춰 몽글몽글 끓입니다.

 

 

이때 냄비 밑바닥의 일부가 눌어붙을 수 있으니 계속 저어주세요. 끓이는 시간은 2~3분이면 되고, 최대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 간을 하는데 사실 재료에는 밑간이 되어 있고, 새우껍질 육수에 닭 육수를 합쳤기 때문에 싱겁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건 아기용 카레 분말을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입니다. 어른용 커리는 조금 매워서 (당시)19개월 된 딸을 위해 하나 더 만들어야 했습니다. 과정은 똑같은데 단지 고형 카레 대신 아기용 카레 분말을 육수에 푼 겁니다.

 

 

해산물 카레를 밥과 함께 담아서 완성합니다.

 

 

밥은 기장밥으로 궁합을 맞추고

 

 

이렇게 정성을 다한 커리는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 커리에 해산물을 넣어서 비릴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두 가지 핵심 과정이 포함되었다고 봅니다.

 

1) 달달 볶은 새우껍질 육수에 닭 육수를 합쳐 감칠맛을 증폭했다.

2) 해산물 커리는 말 그대로 해산물이 주인공이 돼야 하므로, 달게 다진 채소로 루를 만들면 씹히는 건더기를 해산물에 집중하도록 하는 동시에 걸쭉한 커리 농도와 고소한 풍미를 더할 수 있었다.

 

과정은 다소 복잡하지만, 감칠맛이 중요한 음식은 최소 4인분 이상 대용량으로 만들었을 때 매우 효과적입니다.

 

 

 

맛을 보는데 직접 만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달달 볶은 새우 껍질 육수에 닭 육수가 콜라보 효과를 내면서 놀라울 만큼 구수해진 것입니다. 양파와 당근은 잘게 다졌으니 채소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거부감이 덜하죠.

 

해산물의 씹힘은 흠 잡을 데 없었습니다. 앞서 해산물을 볶을 때 완전히 익히지 않은 채로 접시에 담았습니다. 덜 익은 부분은 마지막 과정에서 커리와 함께 섞인 채로 익히면 되기 때문에 오버쿡을 막을 수 있었죠. 그 결과 겉으로는 탱글탱글해 보이는데 막상 씹으니 녹아 없어질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자연산 광어도 한몫했겠지만요.

 

보통 음식을 만들면 한두 가지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보이곤 했는데 적어도 이 커리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들어 놓고 너무 자화자찬한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평소 제 글을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제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글을 써왔는지 아실 겁니다. 맛 없으면 맛있을 때까지 소개를 미루는 편이고, 한두 가지 결점이 보이면 그 부분을 어필하는 편인데 이 해산물 커리는 '웬만하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 입맛은 참 단순하지요. 

 

"감칠맛" 

 

이것 하나가 높아졌을 뿐인데 실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상당하니 말입니다.

 

 

당시 19개월 된 딸이 이 커리를 맛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있다.'란 말을 하였습니다. 사실 19개월 된 아이가 그 뜻을 알고 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부모가 평소 자주 쓰는 말이라 따라 한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요. 그래도 아빠가 해준 커리에 처음으로 '맛있다'고 표현해주니 얼마나 감개무량한지 모릅니다. ^^

 

해산물 커리는 단순히 해산물을 넣어 만든 커리가 아님을 조리 과정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고기 카레도 위와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랬을 때 나타나는 맛의 효과를 충분히 경험해 보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더보기>>

실패율이 적은 쏘야 볶음 레시피(브라운소스와 함께)

[찹스테이크 소스의 정석] 찹스테이크 만들기

주부들은 꼭 알아야 할 소고기 상식

어류 칼럼니스트, 생선 잘못 먹고 식중독에 걸려

싱싱한 도미라야 만들 수 있는 '도미 솥밥', 상상초월의 맛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신고
Posted by ★입질의 추억★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laika
    2017.01.04 11: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해산물은 커리라고 하시고 소고기는 카레라고 하셨는데 일부러 차이를 두신건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식(흔히먹는 3분카레부터 보통 한국 식당이나 일본 식당에서파는 카레)을 카레라고 생각하고
    인도식 혹은 태국식등을 커리라고 생각해 구분지어 생각하고 있거든요 ^^
    • 2017.01.04 11: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딱히 구분을 둔 건 아닙니다.
      말씀하신 그 점이 커리와 카레의 구분점이라는데 동의합니다. ㅎㅎ
  2. 달빛비
    2017.01.05 00: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이구~ 잘도 먹는다~ㅎㅎ
    입질님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셨겠네요.^^
  3. 2017.01.05 08:5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얼마나 맛있었길래...맛있다를 외쳤을까요. ㅎㅎ
    아...먹고 보고 싶슴다. ^^
  4. 2017.01.05 11: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역시 집밥이라 해물이 많네요. 사먹는 거면 저 정도로 해물 못 먹을텐데...
  5. 2017.01.08 05:4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카레가 간편하게 다 때려놓고 하는 손쉬운 요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카레를 정말 고급요리로 승화시키셨습니다. 멋지세요.^^

카테고리

전체보기 N
수산물 N
조행기
낚시팁
꾼의 레시피
생활 정보 N
여행
모집 공고

최근에 올라온 글


달력

«   2017/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55,809,186
Today : 34,378 Yesterday : 81,044
Statistics 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