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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꽁치 회
지금 서해권은 학꽁치 낚시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11월이 지나면, 포항, 울산 쪽으로 시즌이 넘어가는데요. 바로 12~3월까지는 학꽁치 맛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학꽁치는 뭐니 뭐니 해도 회와 초밥이 으뜸이죠. 일본에서는 '사요리(サヨリ)'라 부르며 초밥 재료로 각별히 여기며 국민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한국에서의 상황은 어떨까요? 아직은 학꽁치 요리가 다양하지 못하고, 일반 대중들도 생소하기 때문에 아직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학꽁치(= 학공치)는 흰살생선회지만, 신선도가 쉬이 가버리기 때문에 하루 이상 지난 회를 먹으면 비린내가 납니다. 갓 잡은 싱싱한 학꽁치라도 손질이 잘못되면 특유의 냄새에 질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선한 학꽁치회를 접하고도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학꽁치 회 뜨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드릴 텐데요. 횟감 장만 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학꽁치 회를 뜨는 방법,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먼저 학꽁치 비늘을 칩니다. 비늘은 칼로 가볍게 긁어주면 돼요. 여기서 포인트는 '가볍게 긁어주는 것.' 힘이 들어가면 껍질이 찢길 수 있으니까요. 비늘 치실 땐 좌우 옆면은 물론, 등과 배 쪽도 한 번씩 긁어줍니다.
이제 대가리(= 생선 머리)를 자릅니다. 사진을 보고 칼 들어가는 각도를 참고하세요. 아가미 옆에 작은 옆 지느러미가 있는데 그 옆으로 칼을 넣어 준 뒤.
댕강 자릅니다. 여기까지는 쉽죠?
이어서 배를 가릅니다. 저는 이렇게 해요. 한 손으로 가볍게 누르고, 항문에 칼끝을 넣는데 아주 살짝만 넣습니다.
그 상태로 쭉 갈라주세요. 최대한 내장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칼끝으로만 가릅니다.
이어서 내장을 긁어내고요. 사진에 보이는 검은 막 있죠? 내장을 감싸던 검은 막은 회 맛도 떨어트리지만,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니 반드시 제거합니다.
제거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그냥 칼로 쓱쓱 긁어서 빼주면 됩니다.
학꽁치 몸통 방향을 돌려서 반대쪽도 제거합니다. 사진에 표시한 두 가지(검은 막과 혈)는 꼭 제거해 주세요.
척추뼈에 붙어 있는 핏덩이는 칼로 지그시 힘주어 누른 뒤 옆으로 탁 젖히면 쉽게 긁어집니다. 이 작업이 귀찮다면, 철수세미로 긁어도 같은 효과입니다.
지금부터는 식가위로 손질합니다.
1) 꼬리를 자릅니다.
2)~3) 꼬리 부근에 붙어 있는 지느러미를 제거합니다.
4) 이렇게 손질한 학꽁치는 얼음 소금물에 담가 둡니다.
여기서 4)번이 중요한데요. 학꽁치는 실온에 오랫동안 방치할수록 신선도가 급격히 내려가며, 회 맛도 물러집니다. 여러분이 처음 학꽁치를 손질하실 때는 거의 주무르는 수준일 거예요. 시간도 제법 들기 때문에 손질된 학꽁치는 그대로 실온에 노출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저는 큰 볼에 얼음 물(또는 그에 준할 만한 찬물)을 받은 뒤, 소금 한 주먹을 풀어 염수를 만들고 손질한 학꽁치를 담가둡니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신선도의 손실을 막을 수 있어요.
또한, 이렇게 차가운 염수에 담가 놓으면, 안쪽에 있는 불순물을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손톱을 이용하는 겁니다. 사진과 같이 학꽁치를 쥐고 손톱으로 쭉쭉 밀어서 남아있는 불순물을 씻어내는 겁니다.
이렇게 손질한 학꽁치는 흐르는 물에 한차례 헹군 다음 물기를 털고 준비합니다.
지금부터는 깨끗한 도마에서 학꽁치 회 뜨는 법을 진행하겠습니다.
생선 포를 뜨는 것은 비슷비슷합니다. 사진과 같이 칼날이 들어갈 자리를 잡습니다. 보통은 척추 위에 바짝 올라타겠지요.
한 손으론 학꽁치를 살짝 눌러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척추에 살짝살짝 걸리는 느낌을 받으며 포를 뜹니다. 이때 칼 각도는 수평에서 살짝 아래로 기울이세요. 그러면 칼날이 척추에 닿는 느낌이 들 겁니다.
마무리는 이런 식으로 양팔을 교차한 상태에서 꼬리까지 포를 뜹니다. 반대 면도 같은 방법으로 회를 뜹니다.
이건 학꽁치 회뜨는 법에서 가장 중요한 '껍질 벗기기'입니다. 고등어 껍질 벗기는 것과 비슷한데요. 사진과 같이 몸통 끝부분부터 껍질을 잡아 벗겨주는 겁니다. 손톱을 십분 활용해 사진과 같이 첫 부분만 벗겨낸다면.
그다음부터는 쉽습니다. 이렇게 쭉 잡아당기기만 하면 되죠.
이어서 갈비뼈를 도려냅니다. 학꽁치는 갈비뼈가 다소 길게 이어집니다. 이 부위를 칼로 도려낼 때는 최대한 손실이 일어나지 않게 얇게 뜨는 것이 좋습니다.
칼을 잡지 않은 손으로 갈비뼈를 눌러줘야 칼날 들어가는 느낌도 들고요. 무엇보다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마무리는 칼끝으로 그어서 분리합니다.
키친타월(또는 마른 수건)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포 뜬 학꽁치를 돌돌 말아 수분기를 뺍니다. (일반적인 회뜨기 방법과 동일) 그리고 적당히 썰어 드시면 끝.
학꽁치가 매직펜 사이즈를 넘어간다면 이렇게 이등분해서 접시에 올립니다. 가운데는 혈합육이라고 검적색의 줄과 은백색의 껍질막이 붙어 있는데요. 학꽁치 회에서는 상징과도 같은 부분입니다. 당연히 먹어도 되고요.
가끔 껍질을 벗기지 않고 드시는 분이 계신데요. 그렇게 드셔도 탈은 안 나지만, 맛과 식감에서는 껍질 벗긴 학꽁치 회가 월등히 낫습니다.
소스는 초고추장과 간장, 와사비를 준비합니다. 학꽁치는 둘 다 어울리는 생선회죠. 간장 + 와사비도 좋고, 초고추장 + 와사비 조합도 괜찮습니다.
학꽁치회 선도는 투명도와 비례합니다. 접시 바닥이 비칠수록 신선한 것이죠. 잡은 지 하루 지난 학꽁치는 접시 바닥이 안 비칩니다. 그래서 학꽁치 회를 썰어 낼 때는 바닥에 문양이 있는 접시가 좋습니다. 문양이 비칠 만큼 신선하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으니까요.
간장에 와사비 조합으로 드시면 학꽁치 특유의 담백함, 그리고 제철이라면 약간의 단맛도 느껴질 겁니다.
초고추장도 나름 괜찮습니다. ^^
오늘 글 제목이 '누구나 쉽게 학꽁치회 뜨는 법'이지만, 바꾸어 말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학꽁치 회뜨는 법'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보고 쉽게 회 뜰 수는 없어요. 저도 횟집 실장이나 상인보다는 못 뜹니다.(그 분들은 그게 직업인데..) 생선회 손질은 반복적인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것!
학꽁치 회,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無) 맛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신선한 학꽁치는 은은한 단맛이 나요. 여력이 된다면 마트에서 파는 초대리 사다가 숟가락 초밥으로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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