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굴비 구별법(5월 제철생선)


    작년 6월 제철생선으로 시작된 제철생선 이야기는 5월이 "마지막회" 가 됩니다.
    5월 제철생선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내용으로 참조기와 유사한 어종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짝퉁 굴비 구별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5월의 제철생선은 분량이 많아 두개의 파트로 나뉘
    어서 올릴텐데요, 요즘 한창인 보리숭어와 일본에선 국민생선으로 대접받고 있는 "전갱이"가 두번째 파
    트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포스팅의 집중도를 위해 앞으로는 가급적 스크롤 압박을 지양하려고 해요.
    오늘 굴비(참조기)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집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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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퉁 굴비 구별법과 5월 제철생선



    얼마전 구독자님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입질의 추억'을 접하였습니다.
     입질의 추억 기사를 통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선 종류, 생선회 등등.. 고맙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제철이라고 하는 생선중 조기(참조기와 조기와 관련된 굴비, 부세등등)에 대한 자료가 궁금합니다.
     구별법이라던가 유사어종에 대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간단한 포스팅은 아니였습니다. 왜냐면 굴비의 재료가 되는 조기는 제가 평소에 낚시로 접하는 어종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어종에 비해
    정보량이 많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이참에 공부도 할겸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서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조기에 대해 알아봤구요. 
    "참조기"와 관련하여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용이였죠. 짝퉁 굴비 구별법,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할께요. ^^



      ◐ 5월 제철생선 첫번째 이야기 : 말리면 굴비라 불리는 "참조기"

    해마다 4~5월이면 법성포에서 조기파시를 맞이하며, 5~6월이면 북상하는 조기들로 인해 북한 NLL과 인접한 연평도에서 조기파시를 맞습니다.
    예전부터 서해는 조기 잡이의 황금어장이였고 연평도 앞바다에선 돈 실러 간다는 어부들이 가득할 정도로 조기 어장이 풍부했거든요.
    전국에서 몰려든 고깃배들로 동네 우물이 다 마를 지경이였다 해요. 그만큼 연평도 앞바다는 개체수로 보나 크기로 보나 월등하게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마다 조기의 개체수는 감소하고 중국어선들의 싹쓸이 불법 조업까지 행해지면서 황금어장이라 불렸던 연평도 어장은 안타깝지만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심지어 영광굴비 산지라 불리는 법성포에서도 예전같지 않으니 현재는 추자도산 참조기를 법성포 굴비로 유통시키는 현실이구요.
    우리 식탁에서 제대로 된 굴비를 보는것도 앞으론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치곤 합니다.


    영광굴비(참조기)

     오리지널 영광굴비란?

     2~3월 어한기가 끝나면 4월부터 서해로 들어온 조기떼가 산란을 위해 연평도 앞바다까지 북상하게 되는데 이때 영광 법성포
     근해인 
    칠산 앞바다에서 어획된 "참조기"는 절정의 산란기에 접어들어 알이 꽉 차 있고 어육의 맛이 진하여 최고 상품으로 가치를 
     인정 
    받고 있습니다. 영광굴비는 단지 소금을 뿌려 말리는 단순한 과정이 아닌 "1년 이상 묵혀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일일이 쟤서 
     해풍에 
    말리는데 이때 법성포 특유의 기후조건과 북서풍이 타 지역에선 흉내내기 힘든 맛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 독특한 방식의 염장법은 비밀이며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참조기를 오랜 시간 해풍에 말린것을 "굴비"라 하는데 국내산 참조기의 특징을 말할 땐 비늘상태가 좋아야 하고 윤기가 흘러야 한다지만
    이는 참조기가 아니더라도 주위 조명상태와 선도에 따라 시각적으로 보여지는게 다르므로 기준이 애매합니다. 
    더군다나 위의 사진처럼 노란끈으로 엮어야 영광굴비라곤 하나 지금은 어느 지역에서든 저렇게 노란끈으로 엮어 나오구요.
    그리고 참조기를 구별할땐 배가 누런 황금색을 띄어야 한다고 하지만 "참조기"와 가장 유사해 보이는 "부세(부세조기)"도 배가 누런건
    마찬가집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참조기(굴비)와 부세를 구별할까요?"


    부세(부세조기)

    첫번째 : 꼬리 지느러미 모양으로 판별합니다. (노란 원 참조)
    참조기(맨위에 굴비사진 참조)는 꼬리가 해지고 막 갈라져 있는데 비해, 부세는 꼬리 지느러미가 "부채꼴 모양"으로 예쁘고 가운데로
    모아져 있습니다.

    두번째는 체고로 판별합니다.  (파란색 표시 참조)
    참조기는 다소 홀죽하며 날씬한 체구를 가진데 비해, 부세는 뭘 먹어서 그런지 아주 통통하며 체고가 높습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참조기는 최대 전장이 40cm까지 자란다고 나와 있지만 30cm만 넘어도 명품 취급을 받을 정도로 큰 축에 속합니다.
    반면 부세는 최대전장 50cm 이상이라 덩치부터 다르죠 ^^


    참조기로 만든 굴비에서만 나타나는 다이아몬드로 부세에는 이 같은 모양이 없다.

    그리고 세번째는 이것으로 확인사살이 가능한데 바로 정수리 부분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입니다.

    굴비냐 아님 굴비로 둔갑한 짝퉁 굴비냐..

    그리고 부세의 주 산지는 동중국해로 보통 중국에서 많이 잡아들여 우리나라로 들어오는데 일부는 "굴비"로 둔갑해서 들어온다는게 문제입니다.
    곁보기엔 분명 배가 노랗고 지느러미까지도 노래서 일반 소비자들은 오늘 말한 구별법을 모르면 속을 수 있거든요.
    참조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맛이 떨어지는 부세는 시세에서도 차이가 큰데 이를 굴비로 속여 대형마트로 유통시킨 일당들이 4배에 달하는
    차익을 내기도 했답니다. 


    수조기(사진 출처 : 야후재팬)

    말리면 굴비라 칭하는 유사어종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두 "농어목 민어과"의 어종들인데요 이참에 모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조기는 참조기처럼 잡히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조기로 사진을 보시면 흰 배를 제외한 몸통 전체가
    자글자글한 반점으로 뒤덥펴 있어 쉽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부서와 마찬가지로 전장 50cm까지 크는 조기치곤 비교적 우량한 조기구요.
    일본에선 매우 흔하게 취급되며 가격도 싼 편입니다. 그리고 바다어종은 어떤 고기든 신선할땐 회로 먹음 최고인데, 수조기 자체는 고급어종이
    아니지만 선도가 좋을땐 회로도 좋고 보통 조림과 구이, 찜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수조기는 서해와 남해 그리고 일본 남부, 남중국해에 서식하는데 원양어선에 의해 어획되어 냉동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많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얘를 "민어조기"라고도 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민어조기를 민어와 같다고 잘못 알고 계세요.
    민어조기는 "민어"와는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수조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근해에서 나오는 것이 있고 아프리카나 대서양쪽에서 어획되어 냉동으로
    들어온 수조기가 있는데 다소 홀쭉하며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산란기는 늦봄부터 여름이니 얘도 5월 정도가 제철이 되겠습니다.



    흑조기(사진 출처 : 야후재팬)

    수조기에 비해 체고가 날씬하며 지느러미가 검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주 어획되는 조기가 아니라 수산학적 가치는 떨어지며 일본에서도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생선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도가 유지된 채 생물로 구입하기도 쉽지 않아 대부분 찜과 조림, 튀김등으로
    이용되고 있구요.
    흑조기는 참조기나 부세에 비해 남방계 어종이라 우리나라의 일부 남해와 서해, 일본 남부해, 동중국해 등에 분포하며 산란기는
    다른 조기들과
    마찬가지로 4~6월이며 전장 45cm까지 자랍니다. 별로 중요한 생선이 아니므로 이런 종류도 있다 정도로 넘기시면 될꺼 같아요.




    보구치(백조기)

    해마다 초여름이 오면 서해안은 보구치 낚시로 성황을 이루게 됩니다.
    백조기라 불리는 이 보구치는 다른 조기들과 달리 외형이 희고 깨끗하여 왠지 품위가 있어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참조기 다음으로 상업적 가치가 큰 조기로 민어과 어종중에선 수조기와 함께 낚시대상어로 인기가 많으며 
    맛도 좋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보구치는 한국에선 애지중지 여겨 잘 말린 후 조림이나 찜으로 사용한다"라고 나와 있는데요.
    일본 역시 보구치를 고급어로 인식하고 있으며 다른 조기들에 비해 수산업적 가치도 월등히 높고 인기가 있습니다.

      백조기로 알려진 보구치

     5월에서 8월간 산란기를 맞이한 보구치는 서해로 들어와 제철을 맞이하는데 보령, 서천, 군산 지역에선 보구치 선상 낚시로 가을까지
     이어집니다. 먼 바다로 나가서 낚시를 하는게 아닌 육지와 가까운 연근해의 뻘 바닥 위에서 복잡한 장비와 테크닉이 필요없는, 단지 바닥에
     채비를 내려주는 것만으로도 쉽사리 잡히기 때문에 여성과 아이들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인기 어종입니다. 다만 얘네들은 육지 가까이로 붙지
     않기 때문에 거의 선상낚시로만 이뤄지구요. 한번 가면 쿨러 조과를 거둘 정도로 마릿수 손맛이 매력입니다. ^^
     또한 보구치는 민어와 같이 물속에서 구~~구~~ 하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는데요. 체내에 있는 부레를 이용해서 내는 소리입니다.
     배 위에선 마치 개구리 울음소리 처럼 들리며 공기중에서 보단 물속에서 더 잘 전달되며, 특히 일몰 전후에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이렇게 소리를 내는 이유는 번식을 위한 것이라곤 하나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민어

    농어목 민어과 어종에서 대부격이라 할 수 있는 '민어' 입니다.
    결국 민어도 조기와 같은 이웃사촌인데요. 대부격인 만큼 민어과에선 고급어종이며 가장 크게 성장하는 대형어종입니다.
    전장은 약 70cm 이상이며 해마다 7~8월이면 목포, 임자도, 흑산도 등지에서 파시를 이룹니다. 하지만 급속한 개체수 급감으로 인해
    대형 민어를 어획하는건 쉽지 않으며 그 와중에 잡힌 10kg 이상의 민어는 상품중의 상품으로 취급되어 목포의 유명 민어요리 취급점
    등으로
    소비 됩니다. 민어의 제철은 6~7월에 집중되며 이때 잡히는 민어가 가장 맛있습니다.
    유사종으론 홍민어(우리가 횟집에서 먹는 수입산 점성어로 꼬리쪽에 커다란 점이 있슴)가 있는데 제가 봤을땐 전혀 유사하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황금보리굴비' 라고 명품화시킨 법성포 굴비가 생각납니다.
    30cm짜리 10미가 330만원이니 1마리에 33만원 꼴입니다. 30cm짜리 한마리면 많이 나와도 600g 정도인데 얼마나 명품이길래 그리 비쌀까요?
    그것은 옛부터 행해져 왔다던 전통 보리굴비 숙성방식을 택했다는데 천일염으로 쟤고 난 후 해풍에 3개월 가량 건조 숙성시켜 통보리 속에다
    보관했다던
    황금보리굴비..
    분명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전통방식이긴 하나 제 생각은 과연 그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엔 '글쎄요' 입니다.

    일단 비싸면 사게되는 일부 상류층들의 명품 소비 심리를 간사하게 이용했다라고 밖엔 달리 느낀 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수산업 선진국인 일본에선 마리당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참조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참고로 부세와 참조기의 산지는 서해와 동중국해 쪽에 집중이 되어 있으므로 태평양을 끼고 있는 일본에선 우리나라 만큼 나질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대중들에게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약한데요. 우리나라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천일염을 쟤고 해풍에 말려서 먹는 "굴비"가 없으니
    생물상태로 조리해 먹곤 합니다. 아래는 일본 네티즌의 일부 견해를 발췌해봤는데요.

    "참조기란걸 구워먹어 봤는데 살에 수분이 많아 푸석하고 그냥 그랬다."
    "그래? 한국에선 참조기가 고급어종으로 인식되어 주로 건어물로 말려서 먹는데 대단히 맛있다더군"

    그냥 이 정도의 반응입니다. 물론 일부의 발췌이므로 일본의 모든 인식이라고 하긴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참조기 자체는 그다지 고급어종도 아니며 살에 수분이 많아 생물 상태에선 어떻게 조리해도 그닥 매력적인 생선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옛조상님들은 이것을 기후조건을 이용, 특유의 방법으로 꾸덕하게 말려서 "생물 상태보다 더 맛있는 굴비"
    탄생시킨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니 조기란 녀석은 살아생전 천민이나 죽으면 양반이 되는(?) 기이한 운명의 생선이랄까요. ^^;

    하지만 조기의 기이한 운명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저 멀리 수평선에 북한땅(황해도)이 보이는 백령도 앞바다, 이곳도 예전엔 조기 황금어장이였으리라

    예전에 제가 아주 재밌게 봤던 다큐가 있었는데 MBC 스폐셜 "자연산" 시리즈였어요.
    연평도에서 평생 동안 어업을 해오셨던 어민께서 이런 말을 하셨죠.

    "그때는 연평도 조기가 제일 좋댔잖아. 맛도 좋고.. 그 세월이 우리 죽기 전에 왔으면..
     그걸 보고 죽겠는데.. 틀렸어 이제..틀린거 같아"


    그 말씀에 어찌나 찡하고 무겁게 다가왔던지요.
    조기의 운명은 오래전부터 조기어업으로 자식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까지 보냈던 어민들의 운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것입니다.

    지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생선 반찬들의 운명은 그닥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젠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위기라 생각하니 정말 갑갑하지 않을 수 없어요.
    게다가 일본 원전 폭발로 인해 세어나간 방사능은 큰 해류를
    타고 언젠가는 우리나라 연안으로 돌어올지도 모릅니다.
    그땐 자연산 고기를 더더욱 접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진품 굴비와 가짜 굴비를 구별해 가며 먹을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지금은 행복입니다. 속지않고 진짜 굴비를 판별할 수 있는 정보까지 있구요.
    지금은 비록 부세나 수입산 조기를 굴비라고 하며 장난치는 정도지만, 머지 않아 방사능에 오염된 자연산 고기가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어획이
    될 즈음 여기에 대해 불안감만 고조된다면 그때부턴
    서로가 양식어라 자처, 안심해도 된다면서 오히려 자연산보다 몇 배 이상 가격을 부풀려서
    판매하는
    서글픈 현실이 다가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5월의 제철생선 이야기, 다음회 보리숭어와 전갱이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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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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