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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호수인 '말린호수(Maligne Lake)'로 가는 길목엔 마치 '악마의 협곡'처럼 느껴질만한 웅장한 느낌의 협곡이 버티고 있습니다. 바로 말린협곡(Maligne Canyon)이죠. 그곳을 천천히 거닐며 다리를 건너다보면 어느새 심장이 쫄깃해질만한 고소공포증에 현기증이 밀려올 정도로 아찔한 풍경을 보게 됩니다. 웅장하면서도 아름답지만 보는 순간 심장이 멎을 듯한 그런 풍경. 오늘은 재스퍼 국립공원의 진미를 볼 수 있는 말린협곡으로 출발합니다. ^^
말린협곡(Maligne Canyon)입구에서, 재스퍼 국립공원
오후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면서 걷는 트레킹 코스, 말린협곡
재스퍼 시내에서 약 11km 정도 떨어져 있는 말린협곡은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있는 말린호수에서 메디신 호수를 거쳐 '애서배스카 강'으로 흘러들어 온 물줄기가 매우 거센 물살을 만들어 내면서 지형을 깍아내린 골짜기입니다.
말린협곡은 총 여섯개의 브릿지를 건너면서 곳곳에 패여있는 아찔한 협곡의 모습을 보는 트레킹 코스로 이 지역에선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각 다리의 포인트마다 협곡의 풍경과 깊이가 다른데요. 저는 시간관계상 다섯개의 다리까지만 건너보고 되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렇게 왕복으로 되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물론 중간중간 느긋하게 촬영도 하고 말이죠. ^^
앞서 소개해 드렸던 '존스턴 협곡(옥빛 시냇물이 흐르는 몽환의 숲, 존스턴 협곡)'과 마찬가지로 말린협곡은 온몸의 긴장을 풀면서 초보자들도 적당히 운동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저도 그간 여행으로 지쳐 있었는데 이곳에선 적당히 산림욕도 즐기면서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이 오솔길에 몸을 맡겨봐요. 몸의 긴장을 풀고 걸어나가자 잠시후 숲속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며 저를 반기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잦은 발길로 속살을 드러낸 맨들맨들한 암석
숲속에서 만난 깜찍한 친구, 잠시동안 카메라 앞에서 모델이 되어주었다. ^^
싱그러운 풀숲 사이로 흐르고 있는 생명의 물줄기가 나를 반겼고
원시림을 방불케 했던 짙은 녹음들이 나를 반겼으며
땅에선 사뿐히 걸을 수 있도록 작은 솔방울과 이름모를 풀들이 반겨주었다.
말린협곡(Maligne Canyon), 캐나다 로키
숲속 여기저기서 순도 높은 깨끗한 물들이 흘러 떨어지는 모습이 가히 아름답다.
어느 한 지점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가 인상적이였던 곳
처음 이곳에 들어오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순수함이 사방 여기저기에서 물씬 풍겨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재스퍼 국립공원의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지만 저렇게 숲속 어딘가로부터 흘러 내려온 물줄기의 모습은 그 어떤 인공적인 폭포의 조형물 보다도 뛰어난 미적 감각을 지닌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손이 애릴듯한 차가운 물이지만 저 곳에서 맨몸으로 기대어 흐르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는 순간 이보다 더 근사한 냉수욕이 있을까하는 생각이예요.^^ 하지만 여기선 그저 상상만 해 볼 뿐입니다. 지금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흐믓한 표정으로 지켜만 봐왔기 때문이겠지요. 아마도 누군가가 저곳에 들어가서 냉수욕을 하기 시작했다면 너도나도 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조금씩 조금씩 순수했던 모습을 잃을지도 모르니깐요.
이것이 몇 번째 다리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 말린협곡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물은 단 두가지 뿐입니다. 철로 만든 다리와 안전팬스가 그것인데요. 그 외엔 전부 순수한 자연의 모습으로 수천만년 동안 형성되어진 협곡의 모습을 그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쉼 호흡 좀 하고 보셔야 할 꺼예요.
철 다리에도 안전팬스가 있다지만 자칫 잘못하면 울렁거리는 현기증에 자기도 모르게 쏠림이 있을지 모르니깐요. 행여나 아래를 내다보며 촬영하다 카메라를 떨어트리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겠죠. ^^;
그 정도로 말린협곡의 깊이 패인 골짜기는 심히 "심장이 쫄깃거릴만큼의 아찔한 풍경"이라 할 만합니다. 그 깊이도 가늠하기 힘든 깊고 어두운 구덩이가 마치 악마의 입처럼 벌렁거리고, 그 속엔 힘차게 흘러가는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꿈틀거리고 있으니깐요. 깊은 지역은 무려 높이가 50m나 된다고 하니 아무래도 어지간한 카메라가지곤 이 웅장함을 담기가 어려울것 같습니다.
시커멓게 패여진 협곡이 끝나자 완만한 계곡으로 이어졌고 그곳엔 쓰러진 나무가 유혹하듯 걸쳐져 있습니다.
"외나무 타고 넘어갈 자신있는 분? ^^"
개산책
이곳에선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캐내디언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한마디로 이곳 캐나다 로키에 사는 개들은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산책을 즐기고 있죠.^^ㅋㅋ 당시엔 저 개들이 부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딱 한번 이곳을 다녀갔을 뿐이고 저 개들은 지금도 이시간에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을테니깐요.
다섯번째 다리까지만 찍고 되돌아오면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비록 이곳의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인스턴트에다 반쯤 식어버린 미적지근한 물로 탄 커피지만 왜이렇게 맛있을까요? ^^
짹짹거리는 새소리와 푸르륵하며 지나가는 다람쥐를 보면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 자연속에서 잠시나마 동화되어 간다는 느낌일까요? 계속 앉아있자니 갑자기 몸이 나른해집니다. 그렇다고 잠을 자고 싶진 않아요. 그냥 이발사에게 머리를 맡긴채 잠시나마 눈을 감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말린협곡, 재스퍼 국립공원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쏟아져나와 어디론가 흘러가는 옥빛 시냇물들. 그리고 곳곳의 바위에서 새어나오는 물방울들은 결국 흘러흘러 북극해든 대서양이든 빠져나가겠지만 자연의 관점에서 봤을 땐 티끌만한 계곡에 불과한 이곳이 작고 보잘것 없는 인간의 눈에는 엄청나게 깊게만 보였던 말린협곡입니다.
두근거리릴 정도로 아찔한 광경이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쭉 내밀어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픈 생각이 마음 한쪽 켠에서 꿈틀거립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순간 어질어질할 정도로 현기증이 나곤 하죠.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날라오는 손바닥 한방에..
"퍽!"
"뭐야..깜짝 놀랐잖아!"
아내가 그만보고 가잔다고 제 등을 쳤는데 별거 아닌 손바닥이 그 날 따라 왜 이렇게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정말 심장마비 걸리겠네..어떤 분은 저 처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지 못해 대신 찍어달라고 부탁까지 해요.^^
그만큼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내려다 보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팬스 높이는 배꼽 높이인데도 왤케 낮게만 느껴지는건지..하지만 이러한 얘기들은 직접가서 보지않으면 무용지물. 그때 당시에 느꼈던 심장의 쿵쾅거림을 지면에 쓰고 있지만 "과연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보면서 심장이 쫄깃거릴까?"하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절대.. "Never" 내가 봐도 사진만으론 결코 아찔하지도 심장이 쫄깃하지도 않는 사진들의 나열에 개탄스럽습니다. 그때 받은 느낌에 반에 반도 못 담은 것 같은 사진들. 그러면서 "이 거대한 자연의 웅장함을 어찌 인간의 카메라로 전부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적당히 합리화시키는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 그렇게 말린협곡은 아기자기했던 존스턴 협곡과는 정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곳이였어요. 이 웅장함을 끝으로 캐나다 이야기는 95.4%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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