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우럭낚시] 통영 어초낚시와 쏨뱅이회


    # 지난 시간 줄거리
    갑작스런 아내의 제안으로 시작된 낚시대결.(아내와 낚시대결, 숨가빴던 세시간의 기록)
    가장 많이 낚는 사람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입질의 추억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왠일인지 아내는 연신 잡아대는데 저는 가까스로 추격해야 하는 상황.

    "현재 스코어 5:6으로 아내 어복부인이 리드"

    이제 낚시 종료시간 20분을 남기고 몇 번의 고패질로 승부가 판가름나는데..








    낚시는 오후 3시에 종료 되는걸로 알았는데 시계를 보니 지금이 3시 10분입니다.
    배는 육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아직 채비를 정리안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어쩌면 한두번의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신호만 오면 바로 채비를 내려서 한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봐야 동점일텐데.."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한마리 추가하는것도 버거운일.
    오후로 들어서자 간간히 이어졌던 입질마저 소강상태고 채비를 내리면 십여명의 꾼들 중 한 두명만이 입질을 받는 그런식의 낚시가 계속 되었습니다.
    낚시배가 육지를 향해 달리는 동안 따라오는 갈매기들과 놀며 무료함을 달래봅니다.




    어차피 한 두번의 채비 내림으로 낚시가 끝날 심산이기에 남은 미끼는 갈매기한데 던져주구요. 근데 생각보다 잘 받아먹지 못하네요.
    수많은 컷들 중 그나마 한장 건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3시 15분. 아마 30분까지만 하고 끝날 듯 합니다. 
    육지를 향해 이동중인 배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더니 곧 자리를 잡을 분위깁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인가 싶어 채비를 내리면서 아내를 봤는데 아니 저 태도는 뭐지?
    낚시대를 놔버리는 아내. 지금 이기고 있다고 여유부리는겨?

    "빨랑 한마리 잡아봐. 그럼 내가 나서줄께"

    이러네요. 허허..참.


    좋아 소원대로 해주지 싶어 낚시대 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랑살랑 고패질하는데..
    투둑~투두둑~! 거리는 진동이 전해져 옵니다. 이제는 진동만 봐도 빨간색인지 검은색인지 구분이 가네요.
    투둑~투두둑~! 거리면 빨간색이 올라올테고 쫙~ 빨아버리면 검은색 ^^
    이왕 마지막이니 대물로다가 빨간색이 나와라! 하며 소원을 비는데 입질이 약습니다. 한 두번 정도 입질이 오는가 싶더니 뱉어버리네요.

    "삑삑~!"

    채비 걷으라는 신호가 떨어집니다. 에잉~ 몇 초만 더 담갔음 좋으련만.. 
    아쉬운 마음에 미기적거리면서 채비를 걷을라고 하는데 갑자기 입질이 옵니다.


    낚시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극적으로 뽑아낸 동점타~!
    씨알은 잘지만 어쨌든

    "현재 스코어 6:6 동점"

    배는 다시 육지로 향하고 꾼들은 여전히 채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뭐야 아직 안끝난거야?


    시간은 3시 반을 가리켰고 드디어 마지막이 온듯 합니다.
    6:6 동점인 가운데 잠시 쉬고 있던 어복부인이 다시 낚시대를 드네요.
    삑~하고 신호가 울리기가 무섭게 채비를 내리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이번판에선 둘다 입질을 받아내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옆쪽에서 쌍걸이에 씨알 좋은 우럭이 연신 나왔어요.
    그걸 본 선장님이 "한번 더 던져볼까예?" 하며 마이크로 멘트를 던집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던지고 철수하입시더~" 하시네요.

    정말 마지막 찬스.
    삑 소리가 나자 일제히 채비가 입수되고 저랑 아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눈빛을 교환하였습니다.
    어쩌면 둘다 입질을 못받을 수도 있고 둘 중 하나가 입질 받을 수도 있지만 이것으로 나름 재밌는 어초낚시를 경험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수심계를 보니 55m 정도.. 아까도 쏨뱅이가 바닥에서 입질하기에(또 지금이 한낮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아예 바닥을 긁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벌써 전동릴을 감아드네요. 설마..입질? (아내가 씨익~하고 웃네요)

    "말 좀 해봐. 입질이야?"
    "보면 몰라? ㅋㅋ"

    아놔 진짜.. 그런거야? ㅋㅋ


    이 날의 마지막 입질을 받아든 그녀

    그리곤 저한테 오더니 "중간에 쉬었는데도 이기네"라며 어깨를 두드리고 가네요. --;

    "스코어 6:7로 어복부인 승리"

    저는 (고패질 하면서)아직 끝난거 아니거든..
    라고 말하는 순간 마지막 신호음이 울리면서 그렇게 낚시는 종료되었습니다.
    사실 저희부부가 어초낚시를 처음하는데도 나름 재밌게 즐겼던거 같아요.
    이 날 대결은 마릿수도 그렇지만 씨알면에서도 뭐.. 완패입니다. ^^;  
    바다향기님 왈~ "괜히 어복부인이 아니네요~" ^^


    사진을 찍자 브이질을 해주는 낚시객

    얼음위에 횟감을 싣고 집에 오니 밤 11시 30분.
    막판에 잡은 것들은 집에와서 회뜰려고 꼬리에 표시를 해뒀습니다.
    사실 이 날 조황은 썩 좋지 않았어요. 다들 빈작은 면했지만 잘해야 반쿨러 정도 채웠으려나 대부분 반쿨러에 못미치는 조황입니다.
    2월에 비해 전반적으로 씨알과 마릿수가 떨어졌다고 해요.
    이제부턴 집이니깐 편안하게 오두막으로 촬영해 봅니다. ^^


    일전에 붉바리의 등지느러미를 본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비견될 정도로 쏨뱅이의 가시는 날카롭네요.
    게다가 독이 든 침이니 찔리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죠.


    배를 갈라보니 한 두마리에선 커다란 알집이 보입니다.
    이 날 잡은건 대부분이 숫놈(이리가 가득 들어있슴)이나 두어 마리 정도가 미처 산란하지 못한 알베기였습니다.
    요건 탕감으로 손질해 놓구요.


    그나마 막판에 잡은 녀석들로 회를 떠 봅니다.
    저는 이 날을 끝으로 저 지긋지긋한 칼과 이별하게 되네요 ^^
    바로 다음날 동대문가서 대바칼과 사시미칼을 장만하였습니다.(칼 두자루와 숫돌 하나 샀는데 십만원 가량 들었어요)
    밤 12시에 급 번개를 주선. 처형과 형님을 소환해 낸 다음


    요건 처형께서 냄비째로 싸들고 오신 쇠고기 미역국.
    무슨 일식집 코스 마냥 절차를 밟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


    요건 쏨뱅이와 우럭 소금구이. 아니 튀김이라고 해야 맞을 듯..



    초 4학년 조카애도 왔습니다.
    모두가 처음 보는 생선이라지만 바짝 튀겨놓으니 쉴새 없이 젓가락이 가네요 ^^
    특히 쏨뱅이 튀김은 담백한게 최고였습니다. 그 맛은 아이도 알아볼 정도였으니


    수시간 동안 아이스박스에서 숙성되어진 쏨뱅이회(왼쪽)와 우럭회(오른쪽)

    "이때가 낚시하면서 가장 달콤했던 순간이 아닐까"

    몸이 피곤하니 회를 데코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얼음을 깔고 김발을 놓아 그 위에 회를 얹어봤어요.
    우럭회 때깔이 심상찮죠? 원래 저런 때깔이 아닌데 워낙 숙성되다보니..이게 아마 12시쯤 잡은건데 지금이 밤 12시니 12시간 숙성된 회네요.
    그러니깐 싱싱회에서 선어회로 넘어가는 단계인데 문제는 아이스박스의 냉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던 관계로 실질적인 숙성은 그 이상 되었다고 
    봐야 할껍니다. 그러니 때깔이 저렇고요.(행여나 피를 잘못빼서 저런 색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는데 그건 아니니 오해마세요.)


    새벽에 갑작스런 회 퍼레이드 ^^


    달근한 쏨뱅이회를 달달구리한 생양파에 얹어서 먹어봅니다.
    근데 양파가 좀 아니네요. ^^; (베란다에 꽤 오랫동안 있었던 양파인지라)
    자신이 잡은 걸 직접 떠서 먹는 맛.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겠죠? ^^

    하지만 미각은 정직합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아무리 낚시로 잡은 쏨뱅이라지만 집에 와서 먹으니 선상에서 먹었던 그런 아름다움은 없네요.
    어종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게 3~8시간 가랑 숙성된 회(이것을 싱싱회라고 합니다만)를 가장 좋아하는 저이기에 숙성된 쏨뱅이 맛도 기대를 해봤는데
    왠걸요. 쏨뱅이의 경우는 활어상태에서 먹었던 느낌이 최고였던거 같습니다. 그 달짝하면서 탱글탱글한 식감이 말입니다.
    비록 정상적인 숙성방법은 아니였지만 어쨌든 배에서 먹었던 그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왠지 평범해졌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깊은 수심에서 뽑아든 거라 부레가 부풀어 빨리 죽어버린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나봅니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갯바위에선 부력망으로 최대한 살려놓고선 철수전에 피를 빼도 되지만 어초낚시는 차라리 잡자마자 바로 즉살시켜 아이스박스에
    넣어두는게 답인거 같습니다.(저는 그러질 못했답니다.) 특히 오고가는데 6시간 이상 걸리는 수도권 조사님들은 최대한 저온숙성에 신경쓰면서 가장 막판에
    잡은걸로 드신다면 집에서도 그럭저럭 맛있는 회를 드실 수 있을것 같구요.



    그래서 그런걸까. 회보단 생선튀김이 더 인기네요.
    담날 초밥 해먹으려고 포떠 놓은 우럭인데 조카애가 워낙 좋아해서 튀겨버렸습니다. 이른바 순살코기 우럭 튀김 ^^
    힘들게 다녀온 낚시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 내려놓고 편안하게 술 한잔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입니다.
    입질의 추억은 이 맛에 존재하는게 아닐까.


    감성킬러님께서 어복부인에게 선물로 주신 선상낚시 전용대

    생애 첫 어초낚시를 마치며..
    큰 사건보다는 잔잔한 애피소드가 있었던 어초낚시. 처음이라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그런대로 적응해 나갔습니다.
    또 모르죠. 나중에 조류빨이 쎄면 그땐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것은 숙제로 남게 되었지만요.
    갯바위 낚시를 주로 하는 제 입장에서 어초낚시를 통해 또 다른 재미도 알게 되었구요. 개인적으로 영등철 갯바위 조과가 안습일 때 어초낚시로 빛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날 여러모로 신경써주신 감성킬러님, 바다향기님, 그리고 대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감성킬러님께서 직접 개발하셨다는 낚시대를 선물로 주셨어요. 저도 이 날 써봤는데 생각보다 굵지 않은데다 상당히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선상을 자주 접하게 되는 운명일까요. 어복부인은 어복만 있는게 아니라 장비복도 있으신듯 합니다. ^^ㅋㅋ
    고맙습니다. 이걸로 바람직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저 말고 어복부인이 ㅎㅎ)
    어초낚시 뿐 아니라 여름엔 갈치낚시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갯바위도 좋지만 아무쪼록 올해는 다양한 낚시장르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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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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