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죽음이 공존하는 제주도 월정리 해안도로


    연인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꼽으라면 제주도 동북에 위치한 월정리 해안도로를 꼽고 싶습니다. 옥빛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해안도로는 한적하면서도 여유가 넘치고, 차가 없을 땐 서행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드라이빙 중에 마음이 끌리는 풍경이 나오면 잠시 갓길에 세워 쉬어가도 되는 도로사정과 운치 있는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 월정리 해안도로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없이 낭만적일 것 같은 곳인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죽음이라는 상반된 개념까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여행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지만, 그렇게 월정리 해안도로는 저에게 다양한 장면들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특히 해변에서 발견된 괴생명체는 낭만적인 공간에서 스산함을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보기에도 끔찍했던 괴생명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낭만과 죽음이 공존했던 월정리 해안도로의 풍경을 끝으로 저는 새로운 제주의 추억을 기약합니다.





    서우봉의 햇살 받는 유채꽃밭



    낭만의 해변, 제주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

    맨발로 걷고 싶은 부드러운 해변

    앙증맞은 카페 의자, 이제는 월정리 해안도로의 상징이 되었다.

    월정리 해안도로의 폐쇄된 카페를 지키는 검은 고양이


    월정리 해안도로에서 만난 처자들과 점프샷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바다 빛깔도 함께 오락가락합니다. 에메랄드색 바다를 배경으로 낭만적인 풍경 사진을 찍으려는 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그렇게 서행하면서 건질만한(?) 풍경을 찾고 있는데 자전거 투어를 하는 젊은 아가씨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젊음이 좋기는 좋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이 넓은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달릴 생각을 하고. 하지만 요즘들어 자전거나 스쿠터 여행객들이 많이 들었지요. 제주의 시원한 봄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하면서 힐링하고자 한다면 자전거 투어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어요. 칼로리 소모량 또한 막강할테고. ^^ 많은 체력을 축내겠지만 아직은 젊으니깐. 다이어트와 힐링을 동시에 하려는 이들의 선택은 무척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그녀들이 지나가는 배경으로 풍경사진을 찍으려는데 중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에겐 아무래도 찍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지인이 찍사를 자처하고 그렇게 사진을 찍어주다가 점프샷 놀이로 급변환. ㅎㅎ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시작한 점프샷은 그렇게 몇 분간 계속되었고, 점프샷을 처음 찍어보는 저는 집 모니터 앞에서 허탈감이. 사진은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뼈져리게 느낍니다. ^^;


    오랜 경력의 낚시꾼, 그리고 훌치기 바늘

    월정리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광어 양식장 앞에서 광어 훌치기 낚시 풍경을 볼 수 있다.

    낭만적이었던 풍경을 잠시 젖혀두고 발걸음을 옮긴 곳은 '행원육상양식단지'. 이곳은 제주도 광어를 양식하는 곳인데 배수로를 통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광어를 배출해 내며, 이것을 잡기 위해 꾼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광어를 얼마나 잡았느냐는 물음에 한 조사님이 부력망을 들어 보이며 자신의 조과를 보여줍니다. 40~50cm는 되어 보이는 광어를 두 마리나 잡았습니다.


    또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월정리 해안도로에서

    저는 바닥에 광어가 얼마나 깔렸나 살피고 있는데 한 광어 녀석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옵니다.(?) 저러다 죽으려고..


    왠지 나에게 인사하는 듯한 느낌이 ^^;

    "고것이 사람을 알아보나? ^^"

    광어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나에게 접근하였습니다. 그리곤 떠날 줄을 모르네요. 분명 인기척을 느꼈을 텐데. 광어 앞에서 손을 흔들어봤지만, 더 가까이 올 뿐.

    "이봐 광어군. 나 낚시꾼이야. 잘못하면 잡아간다규"


    결국 광어는 뜰채에 담기고 말았습니다. 저 말고 옆 낚시꾼이 말예요. 이 광어는 낭만의 바닷가에서 곧 죽음을 맞겠죠.

    "광어는 뭐 해드실려고요?"

    회 떠 먹거나 찌개 해먹지. 라고 답하던 제주 현지인. 사실 양식 광어란 게 개체수마다 성장하는 속도가 다 다릅니다. 사람도 그렇잖습니까? 양식장에선 빨리 키워서 출하시켜야 이득인데 몇몇 개체는 성장 속도도 느리고 영 빌빌대어 이렇게 방출하는 것으로 압니다. 게 중엔 병든 광어도 있을지 모르지만 얼핏 봐도 방출된 광어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광어를 식용하기란 좀 꺼림 직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이야기를 했줬더니 현지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먹어도 상관없다."라는 말을 할 뿐.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게 아닐까? 어쨌든 광어 양식장에서 방출된 개체들은 일부는 넓은 바다로 빠져나가 생존의 법칙을 따라야 할 것이고, 일부는 이렇게 꾼들에게 잡혀서 살과 뼈를 내주게 될 것입니다.


    월정리 해안도로에서 발견된 괴물의 정체는?

    낭만적인 풍경과 죽음이 공존했던 월정리 해안도로. 잠시 바닷가를 거니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심한 악취가 풍겨 옵니다. 무언가 썩어가는 풍경들.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접근이 힘들 줄 알았지만 바람을 등지고 서니 그나마 냄새가 덜합니다. 이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 괴기스러운 흉물에 경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상어는 아니고요. 골격과 이빨 구조를 보면 어류와는 동떨어져 보입니다. 얼핏 보면 눈이 안 달린 것 같고, 매끈하면서 둥그런 모습이 꼭 '그 녀석'을 닮았습니다.

    맞다! 이 녀석은 누군가의 가슴을 뚫고 나온 체스터 버스터가 아니던가? 꼭 그 모습을 닮았어.

    '그 녀석'의 생태는 아직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알에서 태어난 녀석은 사람이든 개든 소든지 뭐든 숙주로 삼아 버립니다. 문어발 같은 여러 다리를 얼굴에 붙여서 몸을 밀착시킨 뒤 촉수를 입에다 꽂아 몸 안에 새로운 생명체를 낳습니다. 숙주가 호흡을 못해 질식사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 녀석'은 숙주의 몸 안에 낳은 생명체가 자랄 때까지 산소와 영양분을 무한리필해 줄 테니깐요. 그러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녀석'은 저절로 떨어져 죽게 됩니다. 숙주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건강을 회복하지만, 잠시 후 체스터 버스터라는 녀석이 갈비뼈를 뚫고 나옵니다.


    마치 에일리언을 닮은 상괭이의 주검

    숙주를 뚫고 나온 '그 녀석'은 수 시간 만에 폭풍 성장을 하며 키가 무려 2m나 됩니다. 사람들은 '그 녀석'을 에일이언이라 부릅니다. 1976년도에 처음 발견된 '그 녀석'은 1997년까지 4회가량 미쳐 날뛰더니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에일리언을 퇴치했던 그녀는 이제 너무 늙어 할머니가 되었고 ㅠㅠ 이 녀석도 종류가 많고 게 중 퀸이라 불리는 여자 에일리언은 알을 엄청나게 깝니다. 그 알에선 다시 문어같이 생긴 페이스 허거가 태어나며 숙주를 공격해 1명당 1마리씩 번식하게 되는 생태계를 가졌습니다.

    어쨌든 말이 약간 빗나갔는데 상괭이의 시체를 보니 딱 에일리언 판박이네요. 상괭이는 돌고래의 일종으로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지만, 특히 서해와 남해 서부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작은 물고기를 먹으려고 내만까지 종종 들어옵니다. 무리지어 다니거나 암놈과 수컷 한 쌍씩 다닐 때가 많은데 낚시를 즐기는 꾼의 입장에서 이 상괭이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입니다. 상괭이가 뜨면 주변 해역의 물고기들이 무서워서 잠수타서 낚시가 전혀 안되요. 할튼 이 녀석, 왜 자꾸 해안가로 떠밀려 와 죽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 녀석은 스파이더맨을 닮았네요. ^^;


    준치 말리는 풍경

    토막 상식으로 '준치'에 대해 간단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썩어도 준치'라는 옛 속담이 있지만, 속담의 준치는 밴댕이와 같은 청어과 생선을 말합니다. 여기서 준치라 함은 오징어와 한치의 중간 격에 해당하는 연체동물이에요. 종류가 엄연히 다르답니다. 사진을 보면 몸통은 하얀 게 꼭 한치를 닮았습니다. 그런데 다리는 오징어에요. 한치 다리는 아주 짤막합니다. 몸통은 한치, 다리는 오징어를 닮은 이 녀석이 준치인데 지인께서 반건조 준치를 몇 마리 사주셨어요. 구워 먹으면 부드럽고 맛이 좋은 녀석입니다.



    동북 해안도로의 끝 성산 일출봉 근처에서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

    낭만과 죽음이 공존했던 월정리 해안도로 풍경들. 살펴보면 여러 다양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다 '촉'이 오면 갓길에 대고 사진을 찍고 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 이때는 초봄이었지만, 다른 계절이 찾아오면 그 계절에 맞는 풍경을 선사해 변화무쌍함을 가지는 곳이기도 해요.


    저의 제주도 힐링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조만간 제주도를 또 찾을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강태공이 되어 입질의 추억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아래 링크는 초봄에 갔던 제주 여행 목록입니다. 제 블로그는 <<더보기>>링크에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참조하셔서 알찬 시간 보내십시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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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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