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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미도 감성돔 낚시(5), 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 입질
1박 2일 두미도 낚시, 마지막 날 오후 낚시입니다. 첫날은 상원아빠님의 기록 경신 감성돔이 잡혔고 둘째 날은 제 기록 경신이 될 지도 모를 녀석을 걸었다가 아쉽게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전방에 2m 떨어진 간출여가 크게 솟아 있어 그쪽으로 고기가 돌아나갈 때 제압하지 못하면, 천상 풀어주는 식으로 컨트롤을 해야 하는데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다가 놓친 것. 시간은 오후 4시 20분. 안 그래도 먹구름이 가득 껴서 어두운데 해가 서산으로 지면서 더욱 어두워지고, 좀 전부터 흩뿌리던 빗방울은 조금씩 굵어지면서 촬영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입질. 잔챙이 참돔 입질이 두어 번 정도 이어지더니 혹돔이 한 마리 올라온 다음, 다시 밑걸림 비슷한 입질이 들어와 혹돔인가 싶었는데 뒷줄을 견제하니 찌를 그대로 빨아들입니다.
"왔다!"
"두미도 감성돔 낚시 이야기 마지막 편 - 초등 감성돔의 서막"
"비록, 비는 오지만 감성돔도 온다."
걸어보니 이건 확실한 감성돔. 또 모르죠. 씨알 좋은 혹돔이 뒤통수칠 수도 있고 바다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두고 있습니다. 일단 뭐가 됐든 녀석을 제압하는데 꾹꾹 하던 녀석이 앞에 돌출된 여 쪽으로 붙더니 꾸우욱 하면서 힘있게 들어갑니다.
좀 전에 이보다 훨씬 센 녀석을 걸었을 때 대가리를 돌려세우려고 버티다 그만 터트려 먹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녀석과의 경합을 피하고 순순히 줄을 내줍니다. 그래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라면서 LB 브레이크를 쥐던 손가락을 아예 놓자 녀석은 신나게 처박았고 스풀은 계속해서 역회전합니다.
찌는 아슬아슬한 위치에 떠 있지만, 줄을 내줬기에 여에 쓸릴 일은 없고. 정말 대물이 아니면 이런 식의 파이팅은 잘 하지 않는데 좀 전에 터트린 대물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녀석을 다루는 손길에 신중을 기합니다.
매번 파이팅 할 때마다 앞쪽에 솟은 간출여가 방해됐는데 저곳으로 건너뛸 수만 있다면, 녀석을 끄집어내는 건 시간문제이지만, 거리가 어쭙잖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어떠한 돌발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게 평소 운동 능력을 갖춰야 하나 봅니다. 2m 정도 떨어진 여는 착지점도 불안하고, 낚싯대까지 들고 뛰어야 하는데 자칫 잘못 착지했다가는 무릎이나 발목이 삐걱할 수 있어 영 내키지 않습니다. 고기 한 마리 잡겠다고 몸까지 던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고는 항상 무리했을 때 생기는 법.
나와라, 나와라. 주문을 외면
할 수 없이 팔이라도 최대한 내밀어 돌 속에 박힌 녀석을 꺼내봅니다. 제가 비록 다리는 짧지만, 팔은 길다고 자신하기에 ^^;
만약, 벵에돔이라면 꺼내는데 꽤 고생하겠지만, 상대는 아마도 감성돔일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금새 잊어버리고 나올 것으로 예상. 때마침 바깥으로 돌아 나오는 녀석의 움직임에 수면에 늘어졌던 줄도 바깥쪽을 향해 움직입니다. 이를 놓치지 않고 팔을 쭉 내밀어 꺼내는 데는 성공.
"올라온다."
꾼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순간
뭘까? 하며 수면을 응시하자 굴절에 일렁이며 올라오는 녀석의 자태가 영락없는 감성돔. 뜰채를 쥐기 직전의 순간에 마주한 감성돔의 등장은 처음 연애질에 빠졌을 때 그녀를 마주한 느낌과 거의 동급이랄까. (이건 아내가 봤을 때 위험한 발언인데 ㅎㅎ)
그녀를 구하러 갑니다.
"한 마리 했습니다."
이 말이 어찌나 하고 싶었던지. 그리고 바로 이어서 해야 할 말이 있죠.
"지금 고기 들어온 것 같습니다. 분발하세요. ㅋㅋ"
40cm급 감성돔
어쨌든 대물은 아니지만, 지형상 어렵게 낚아낸 귀한 감성돔입니다. 때마침 하늘도 저를 축하해주는지 비가 멈췄네요.
바늘도 보기 좋게 걸려있으니 이는 챔질 타이밍이 정확했음을 말해주고
자뻑은 그만하고 빨리 낚시를 시작합니다. 지금 상황은 오후 3시경에 큰 녀석을 하나 터트리고 나서 한동안 입질이 없었다가 오후 4시 20분경에 4짜 감성돔을 하나 올렸습니다. 이는 근 한 시간 동안 집어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로 조류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가 왼쪽으로 기우는 등 다소 오락가락했지만, 안으로 말려 들어오는 조류이기 때문에 밑밥은 전방 15m 지점에 꾸준히 넣고, 품질 지점도 최대한 좁혀서 정확도를 높이고, 채비는 그보다 멀리 던져서 가라앉힌 다음 밑밥이 쌓일만한 곳을 최대한 오차를 줄여서 지나치게 하는 방법으로 낚시 중입니다.
유속이 그리 빠르지 않아 수심 6~7m 권에서의 채비는 B봉돌 하나면 충분히 내리고도 남을 것입니다. 여기서 고민은 '채비를 내리고도 남는다는 점'입니다. 생각보다 채비가 빠르게 내려서 캐스팅 후 30초가 지나면 이미 크릴과 봉돌이 바닥에 닿습니다. 그 상태로 속조류에 밀려 질질 끌리고, 저는 낚싯대를 살짝 들어 견제를 해준다더라도 견제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몇 초로 극히 짧죠. 이때 만약, 감성돔의 시야에 들지 못하면 그 감성돔은 주변에 떨어진 밑밥이나 주워 먹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잡은 감성돔의 배를 깠을 때 위장에 크릴이 잔뜩 들어있으면, 그날은 감성돔 낚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공략은 밑밥 냄새를 맡고 들어온 감성돔이 포인트에 머무르며 배를 채우기 전에 입질을 받아내는 것인데 좀 전에 잡은 녀석도 나중에 배를 까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 녀석이 언제부터 이곳에 들어와 밑밥을 주워 먹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낚시 방법을 계속해서 바꿔 미끼가 바닥으로 내리는 시간을 당기거나 밀어서 조절해줘야 합니다.
현재 상황은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g2 봉돌 하나로 수심 6~7m 권으로 내릴 수도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속조류가 있어 8m에 마킹한 면사매듭이 찌톱을 통과하지 못한 채 떠 있습니다. (전유동이라 반원 구슬은 없습니다.) B봉돌로 내리면 면사매듭이 금방 찌톱을 통과하고. 그래서 g1 정도의 봉돌이 이 상황에서는 딱인데 제 수중에는 g1 봉돌이 없어 채비 하강의 미세 조절을 포기하고 B봉돌 하나로 채비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면서 혹시라도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을 감성돔을 현혹해 봅니다.
대물을 걸었을 때 파이팅 동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지형입니다. 앞쪽으로 돌출된 여는 2m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 건너가기가 부담됩니다. 고기가 뒤쪽으로 돌아나가면 고기를 따라가거나 풀어주는 수밖에 없고, 랜딩은 바로 앞 작은 홈통으로 유도해서 뜰채질해야 합니다.
발판은 젖은대다가 경사가 져서 상당히 상그럽습니다. 이런 지형에서 뜰채질은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발 앞에는 병든 숭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립니다. 저 병 이름이 있는데 까먹었습니다. 보통은 하천이나 생활하수구 근처에 사는 숭어가 저런 병에 잘 걸립니다. 비늘이 하얗게 일어나고 일부는 떨어져 나가 온갖 벌레와 세균이 파먹는 바람에 살갗이 벌겋게 드러나 있지요. 집에서 키우는 구피도 물을 한동안 갈아주지 않으면 수질 오염으로 등이 굽고 비늘이 하얗게 일어나는데 아마 이것도 비슷한 병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웬 두미도에 이런 숭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단순히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
오후 5시, 또다시 바다에는 전운이 감돈다
간조에 이르면서 숨어있던 여들이 드러나고
내게 잡힌 어린 참돔
작은 상사리 외에는 입질이 없다가 이번에는 상원아빠님이 한 마리 걸어냅니다. 무심코 상원아빠님의 찌를 봤는데 총알처럼 빨려 들어가길래 반사적으로 챔질. 상원아빠님은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들어가는 찌를 본 적이 이번까지 두 번째라고 합니다. 입수 속도로는 참돔으로 보이는데
올라온 것은 뜻밖에도 혹돔. 혹돔이 배가 고팠는지 광속 입질을 다 합니다.
좀 전에 제가 잡은 혹돔의 밑걸림 같은 입질과 너무 대조적이지요.
표준명 혹돔
호박돔과 함께 놀래기과에 속한 혹돔은 슬하에 용치놀래기와 어랭놀래기, 황놀래기와 같은 자녀를 둔 놀래기 가문입니다. 그래서 꾼들은 이 어종을 돔이라 생각하지 않지요. 잡으면 놔주는 물고기지만, 얼마 전, 제 블로그에 올린 미역국에서 보았듯 이 녀석은 살에 수분이 많아 회로 먹거나 구웠을 때 식감이 영 퍼석거리지만, 탕감에는 손색이 없는 재료입니다. 뼈에서도 진한 육수가 우러나 미역국에는 그만이지요. 혹돔이 성장하면 사진에 표시한 저 부분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데 그 혹 때문에 국물이 진하게 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분명, 혹에 든 그것을 생각하자면 일면 고개가 끄떡이는 부분이겠지요.
어쨌든 혹돔 사진을 찍는데 찍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곁눈질로 찌 보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때 찌가 보란 듯이 수면 아래로 잠기면서 긴장감을 줍니다. 채비가 안으로 많이 밀려온 상태이고, 저 지점에서 밑걸림이 있었기 때문에 찌가 밀려 들어오면 낚싯대를 살살 들어 밑걸림을 피하고 입질을 유도하는 식으로 했다가 입질이 없으면 걷는 자리입니다. 그런 가까운 자리에서 찌가 잠기니 밑걸림이거나 혹은 복어 입질이거나 둘 중 하나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예상치 못한 대물일 수도 있어 신중하게 대처합니다. 릴을 감아 일자로 만든 상태에서 뒷줄을 살며시 잡아당겨 보는데 수면 아래 멈춰있던 찌를 바다가 삼키듯이 들어갑니다.
"또 왔다."
휨새의 느낌이 혹돔일 것 같은데 수면에 띄워보니.
뜰채 지원을 받아서 올린
번쩍이는 은빛.
두 번째 감성돔
씨알은 4짜에 조금 못 미치는 녀석. 이날 낚은 두 마리의 감성돔은 입질이 모두 시원하지 못했습니다.
둘 다 밑걸림처럼 들어가는 찌를 수 초 동안 바라보면서 적절한 챔질 타이밍을 잡아야했고, 본신을 유도하기 위해 뒷줄을 슬며시 잡아당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먹성이 까다로운 상황에서 반유동을 했다면, 아마 이날 조과는 꽝으로 끝났을 지도 모릅니다.
이제 탄력받았습니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철수까지 단 30분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벌써 날이 어둑해지는 바람에 눈이 침침합니다. 서둘러 전자찌로 교체하는데 전자찌는 자체 여부력이 많아 밤낚시가 아니면 여부력을 적당히 상쇄해주는 것이 좋겠지요. 뚜껑을 열어 B봉돌 하나를 넣고, 도래 아래에도 B봉돌을 달아줌으로써 3B에 가까운 침력으로 여부력을 상쇄합니다.
그 사이 상원아빠님은 그런대로 씨알이 괜찮은 전갱이를 낚아 올리며, 전갱이와의 전쟁을 예고했지만, 이날은 웬일인지 이걸로 끝이 납니다. 남은 30분 동안 열심히 담가보지만, 잡어 입질조차 끊기면서 상황은 종료된 것으로 보이네요.
그날 밤
그 길로 철수하자 이날도 어김없이 제공되는 어묵과 삶은 계란.
비를 맞아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상태에서 따끈한 어묵을 먹으니 정말 꿀맛, 몸이 노곤해집니다.
이날 두미도 조황
씨알이 작은 건 우리 딸내미 이유식에 쓰고 큰 녀석은 전날 잡아다 살려 놓은 감성돔과 함께 상원아빠님께 횟거리로 드렸습니다.
기포기 두 개를 빵빵하게 틀고 얼음 생수통을 몇 개 넣어서 가져오니 아주 활기차게 살아있습니다.
상원아빠님이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
이 상태에서 하루를 더 살리고 회를 뜬 상원아빠님은 가족들과 함께 제철에 물오른 감성돔 회로 파티를 즐겼다고 합니다. 저렇게 몇 접시는 나왔겠죠? 너무 두껍게 썰어서 안 나오려나? ㅎㅎ 이것으로 두미도 조행기를 마칩니다. 12월은 여수 금오열도와 대마도가 잡혀있고, 가거도는 고민 중인데 아무쪼록 무사히 다녀와서 좋은 소식 전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두미도 낚시 문의
삼천포 금양낚시(055-832-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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