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어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은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있습니다. 국내에도 인기 많은 생선 중 하나지만, 소비량만 따진다면 중국과 쿠웨이트가 단연 앞섭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병어가 없어선 안 될 주요 자원이자 국민 생선이었던 것. 수요가 많은 만큼 남획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양식산으로 수요를 충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보통 병어 하면 양식이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중국과 쿠웨이트에서는 일찌감치 양식에 성공해 내수용과 일부 수출용으로 활용합니다. 몇 년 전에는 국내에서도 병어 양식에 성공해 조만간 판매가 이뤄질 것처럼 보도했지만, 도중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아직 양식산 병어의 출하나 판매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철산강, 광서성 지역에서 병어를 양식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중국산 병어 수입이 활발했다가 납 검출 문제를 비롯해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1년에는 31톤에 그쳤으며, 지금은 수입이 되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먹는 병어는 대부분 국산이고 자연산입니다.

 

이렇듯 시중에는 중국산 병어를 거의 볼 수 없는 대신 에콰도르 같은 남미 국가나 인도에서 수입된 병어가 유통됩니다. 다만, 전량 냉동이라 생물로 유통되고 있는 국산 병어와는 구별하기가 쉬운 편이죠. 그렇다면 중국산 가짜 병어는 무엇일까요? 아래 사진을 통해 국산 병어의 특징부터 알아봅니다.

 

 

<사진 1> 병어(학명 : Pampus argenteus)


<사진 2> 병어의 파상물결무늬

 

<사진 3> 병어 유사 어종인 덕대의 파상물결무늬

 

#. 국산 병어의 특징

- 국산 병어는 전량 자연산으로 유통된다.

- 병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는다. 그러므로 활어 유통이 대단히 어렵다. 병어는 대부분 생물(빙장)로 유통된다.

- 몸은 체고가 높은 마름모꼴이다.

- 채색은 전반적으로 은색에서 밝은 은백색을 띤다. 일부 노란빛이 나는 것은 수입산 냉동을 해동한 것으로 의심된다. <사진 3>

- 병어 머리 뒤쪽에는 특유의 파상물결무늬가 있다. 이 파상물결무늬가 측선 아래로 넓게 퍼져 있으면 병어다. <사진 2>

- 병어와 비슷하게 생긴 덕대는 비교적 병어보다 맛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간혹 병어로 둔갑하기도 한다. 

- 덕대는 병어와 생김새가 거의 같지만, 파상물결무늬가 측선 위쪽으로 좁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병어와 구별된다. <사진 2>와 <사진 3>의 차이를 비교.

- 덕자(돗병어)는 몸길이 30cm 이상으로 큰 병어를 부르는 방언이다. 즉, 대형 병어가 덕자이며, 덕대는 구별돼야 할 어류인데 이 둘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는 일부 상인과 어부는 덕자와 덕대를 동일시하기도 한다.

 

 

국내에 병어란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은 '병어'와 '덕대'입니다. 이 둘은 생김새만 비슷할 뿐 다른 어류이며, 지역에서는 덕대를 덕자라 부르기도 해 혼선을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덕자는 방언으로 30cm 이상으로 크게 성장한 대형 병어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덕자는 다 자란 병어의 성체로 이해해야 하며, 덕대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참고로 병어와 덕대는 모두 몸길이 60cm 이상, 무게 3~3.5kg까지 성장하는 것이 한, 일 어류도감의 일치된 내용입니다. 국내에서는 작은 병어를 병치나 자랭이 따위로 부르며, 큰 병어는 덕자나 덕자병어, 돗병어 정도로 부릅니다. 여기까지는 병어에 대한 설명이며, 아래는 병어로 둔갑하거나 그렇게 착각하도록 유도해서 판매하는 '병어돔'에 관해 알아봅니다.


#. 병어돔의 정체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병어로 둔갑한 '중국산 가짜 병어'입니다. 즉, 병어가 아닌데 병어와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병어 노릇을 하거나 '병어돔'이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생선입니다. 이 부분은 생선에 관심이 있거나 조금만 눈썰미가 있어도 구분해 내지만, 이름에 '병어'란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 적잖은 소비자가 헷갈리고 있습니다. 


 

<사진 4> 골든 폼파노, Golden pompano(학명 : Trachinotus carolinus)

 

#. 병어로 둔갑되는 중국산(혹은 원양산) 폼파노의 특징

골든 폼파노는 외국에서 플로리다 폼파노로 불리기도 한다.

- 중국에서 양식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은 확실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 자연산은 남중국해를 비롯해 동남국가가 밀집한 아열대 해역에서 어획된다.

- 국내에서는 주로 수산시장에서 볼 수 있으며, '병어'나 '병어돔'이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 이 어종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일부 상인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수입산 병어로 팔고 있으며, 소비자 또한 수입산 병어 정도로 인식한다. 

- 골든 폼파노는 전반적으로 노란색을 띠며, 납작한 병어와 달리 통통해 돔과 중간 형태를 띤다. (그래서 병어돔이란 말이 붙은 듯)

- 맛은 병어보다 못하다.

 

폼파노 계열의 어류는 '무점매가리'라 기록된 명칭 외에는 표준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골든 폼파노는 영어권에서 정식명이니 여기서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반적으로 노란 빛깔을 띠며, 치와와상 같은 얼굴로 병어와 닮은 느낌만 날 뿐, 생태학적인 특징은 전갱이에 더 가깝습니다. 생태 분류학상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 병어와 덕대 → 농어목 병어과

b) 폼파노 계열 → 농어목 전갱이과

 

즉, 전갱이과 어류의 특징인 모비늘이 꼬리 부근에 나타납니다. <사진 4>에서 1번. 병어와는 가까운 사촌에도 끼지 않은데도 병어와 닮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수입산 병어나 병어의 유사종으로 취급되어왔습니다. 체형이 돔과 비슷하다는 점, 여기에 '돔'자를 붙이면 고급어종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점에서 부르게 된 것이 오늘날 병어돔의 실체인데, 실제 병어돔이란 이름을 가진 어류는 학술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왼쪽부터 골든 폼파노, 라운드 폼파노 = 무점매가리(들창코 폼파노)

 

폼파노는 전 세계에 다양한 종류가 서식합니다. 그중에서도 위 세 종은 '병어돔'이란 이름으로 국내 유통 중입니다. 앞서 설명한 골든 폼파노는 주로 빙장으로 운송되며 선어로 팔립니다.

 

라운드 폼파노는 중국에서 양식되는 대형 폼파노로 자연산은 몸길이 1m에 달하기도 합니다. 중국 현지에서는 '황라창'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이것이 국내로 수입돼 주로 경기도 내 밀집된 유료 낚시터에 풀고, 일부는 수산시장이나 횟집으로 유통, 역시 '병어돔'이라는 이름의 횟감으로 팔립니다.


무점매가리는 라운드 폼파노의 국명으로 들창코 폼파노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둘이 미묘하게 달라보이는 것은 성장에 따른 외형적 특색일 뿐이며, 같은 어종입니다. 제주도 및 일본 남부에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류로 어쩌다가 혼획되는 정도에 그쳐 국내 유통량은 많지 않습니다. 


이렇듯 병어나 병어돔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생선 대부분은 병어가 아닙니다. 병어는 단일종으로 <사진 1>에만 해당하는 유일무이한 고급 생선입니다. 지금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양이 희박한 대신, 오히려 국산 병어가 중국으로 대거 수출되고 있습니다.

 

최근 병어 값이 많이 오른 데는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지만, 공급량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 수출되었다는 점이 공급 부족 현상을 낳았고 가격도 오른 것으로 봅니다. 즉, 수출에 의한 이득으로 내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 비용 부담을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감수하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병어와 덕대, 폼파노에 대해 알아봤는데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병어와 병어가 아닌 것으로 구분해도 충분합니다. 덕대를 포함, 병어 계열이 아닌 어종은 대부분 전갱이과에 속하는 폼파노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러니 병어돔은 병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앞으로는 병어돔을 병어로 알고 구입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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