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게

 

꽃게는 일 년에 두 번의 제철을 맞습니다. 봄에는 산란을 앞두고 한껏 알을 밴 암꽃게가, 가을에는 먹이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살을 찌우는 수꽃게가 상품 가치가 높고 맛도 좋습니다. 이렇듯 암수에 따라 제철이 나뉘는 까닭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 이유를 알면, 단순히 암수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같은 수꽃게라도 좀 더 살이 차고 맛이 좋은 꽃게를 고를 수 있는데 오늘은 이러한 방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사진 1> 암수 구별은 배딱지 모양을 보고 판별할 수 있다

 

#. 꽃게의 암수 구별

좋은 꽃게를 고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은 암수 구별입니다. <사진 1>에서 보다시피 꽃게는 암수에 따라 배딱지 모양이 다릅니다. 수꽃게는 폭이 좁으며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 모양이고, 암꽃게는 널찍합니다. 가을은 6~8월에 산란을 마친 암꽃게가 산후조리할 시기여서 뼈가 단단하지 못하고 살이 덜 찼으며, 알 또한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에 수꽃게는 암꽃게가 산란하는 사이 탈피를 겪으면서 몸집을 불립니다. 겨울철 월동을 앞두고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므로 8월보다는 9월이, 9월보다는 10월로 갈수록 몸집이 커지고 살도 꽉 차게 됩니다. 현재(9월) 시장과 마트로 유통되는 꽃게는 대체로 수꽃게지만,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암꽃게가 섞여 있으니 직접 고를 수 있는 구매 여건이라면, 수꽃게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2> 좋은 꽃게는 껍질이 희고 윤기가 나며, 매우 단단하다

 

#. '살이 꽉 찬' 가을 꽃게 고르는 팁

꽃게는 알에서 태어나 성체로 자라는데 1~2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꽃게도 대부분 1~2년생입니다. 꽃게는 자라면서 몇 번의 탈피를 거칩니다. 허물을 벗을 때마다 몸집이 커집니다. 문제는 허물을 벗고 나서 열흘까지는 껍질이 물렁하다는 것입니다. 껍질이 물렁한 게는 살도 제대로 차지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꽃게를 '물렁게'라 부르고, 살이 없는 꽃게를 '뻥게' 혹은 '물게'라 부릅니다. 다시 말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꽃게를 섞어 팔기도 하니, 이 부분은 고스란히 꽃게를 고르는 소비자의 몫으로 전가됩니다.

 

같은 수꽃게라도 개체마다 살이 찬 정도가 다릅니다. 어떤 꽃게는 살이 90% 이상 찼는데, 어떤 꽃게는 살이 별로 없습니다. 이를 현장에서 골라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1) 같은 크기면 묵직하고, 눌렀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들어야

살이 찬 꽃게는 탈피하고 적어도 열흘은 지난 꽃게입니다. 같은 크기면 좀 더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들면 묵직합니다. 또한, <사진 2>처럼 배를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해야 합니다. 

 

 

<사진 3> 배딱지 색이 붉거나 누렇고, 검게 변색한 것은 피한다

 

2) 배딱지 색이 희고 윤기가 나야

<사진 2>와 <사진 3>의 배딱지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활력이 좋고 싱싱한 꽃게는 배딱지가 희고 깨끗합니다. 투명하지 않아야 하며, 검게 변색되거나 누렇게 뜬 것은 싱싱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니 적어도 살아있는 꽃게(찜용)를 구입하겠다면 <사진 2>와 같은 꽃게를 권합니다.

 

 

<사진 3> 살이 찬 꽃게(왼쪽)과 그렇지 못한 꽃게(오른쪽)

 

3) 껍데기가 투명해 속살이 비치는 꽃게는 피하자

좀 전에 썼듯이 꽃게는 탈피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살을 채웁니다. 탈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꽃게일수록 다리 쪽 껍데기가 투명한데요. 껍데기가 투명하면 붉은 속살이 비치고, 물렁게는 아예 붉은색이 나기도 합니다. 게는 탈피를 거쳐 성숙할수록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투명 감이 사라집니다. 희고 윤기 나는 꽃게를 고르라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4) 물렁게가 많이 나는 시기는 피하자

꽃게 산란이 한창인 6~8월은 수꽃게가 탈피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8월 21일부로 금어기가 해제되면서 꽃게 조업이 활발해지는데, 사실은 이때부터 9월 중순까지는 물렁게가 많이 잡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시기는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최대 2주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추석 연휴가 바뀌듯 절기도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간혹, 10월로 넘어와도 물렁게가 더러 있습니다. 악한 마음만 먹으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렁게나 뻥게만 모아다가 정상적인 꽃게와 섞어 팔 수도 있습니다.

 

 

살이 꽉 찬 꽃게는 이렇게 빈틈이 없다

 

5) 당일 경매로 들어온 꽃게가 좋다

한창 꽃게가 잡힐 때는 당일 어획, 당일 판매가 이루어질 만큼 거래가 활발합니다. 가을 꽃게 즉, 수꽃게의 소비는 추석을 전후로 절정을 이루는데 가게마다 판매량이 다르며, 어떤 가게는 재고가 남기도 해 다음 날 들어온 꽃게와 섞어 팔기도 합니다. 이때 하루 이상 수조에 놓아둔 꽃게는 아무래도 당일 들어온 꽃게보다 살이 덜 합니다. 살이 찬 정도를 업계에서는 '수율'이라 부릅니다. 꽃게를 하루 이상 가두면 먹이 활동을 못 하니 자기 살을 소진합니다. 즉, 살이 빠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수율이 줍니다. 꽃게를 구입할 때는 당일 경매로 들어온 것인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6) 산지마다 품질에서 차이가 나

이 시기의 꽃게는 연평도, 서산, 안흥(신진도) 근해에서 난 것이 크고 품질이 좋습니다. 진도나 여수 등 남해에서 어획된 것은 상대적으로 맛이 덜하고 살도 차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국산이라는 표기만 확인하고 구입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산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7) 비싼 재래시장, 저렴한 마트

가을 꽃게는 8월 21일, 금어기가 해제되면서 어획과 판매가 시작됩니다. 8월 말 9월 초는 일명 '톱밥 꽃게'라고 하여 톱밥에 살린 꽃게를 마트가 대량으로 사들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시기입니다. 보통 1kg에 만원 전후인데 그리 크지 않은 꽃게가 4마리 정도 들어갑니다. 시즌 초이므로 살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가격이 저렴해 탕감으로 제격입니다.

 

그러다가 추석을 앞둔 시점부터는 꽃게 살이 오르면서 가격도 상승합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을 기준으로 1kg에 23,000~25,000원이며, 中 크기의 꽃게는 3마리, 大 크기는 2.5마리가 들어갑니다. 가격은 비싸도 수율이 좋으니 찜용으로 적당합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코스OO에서는 꽃게 한 박스(3kg에 13~14마리)가 29,000원 정도 합니다. 꽃게 전문 쇼핑몰도 大 크기 한 마리가 6,000원이며, 3마리(약 1~1.3kg)라고 해봐야 고작 18,000원 선입니다.

 

그만큼 올가을은 꽃게가 풍어라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재래시장은 여전히 비싼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시장 상인들은 '같은 꽃게라도 물건이 다르다. 살이 찬 정도가 다른데 어떻게 비교하느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싱싱하고 좋은 꽃게의 조건'에서 확인한 것처럼 산지 직송이나 꽃게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곳의 신선도가 좋으면 좋았지 떨어지지는 않는 편이죠.

 

어쩌면 우리는 대형 수산시장이니 막연히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거나 혹은 잘 몰라서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수산물에 관한 고급 정보가 공유되면 될수록 가격 경쟁력을 잃은 재래시장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싱싱한 게장은 흐물흐물하지 않고 모양이 잡혀 있다

 

사진은 탕을 끓이기 위해 손질한 꽃게입니다. 등딱지를 열어 내장을 확인하면 이것이 싱싱한 꽃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요. 가장 쉽게 보는 것은 내장입니다. 내장은 황록색으로 모양이 몽글몽글 잡힌 것이 좋습니다. 이보다 색이 진하거나 녹아서 흐물흐물하다면 싱싱하지 못한 꽃게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꽃게 이야기는 있는데 스크롤이 길어지기 때문에 다음 편에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이상 가을 꽃게, 실패 없이 고르는 팁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부터 10월까지는 꽃게(주로 수꽃게) 구입 적기입니다. 위 내용을 토대로 살이 꽉 찬 꽃게를 실패 없이 고르고,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해 드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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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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