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글입니다. 전편을 못 보신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빈바늘에 참치가 우수수, 몰디브의 색다른 참치낚시

 

 

몰디브 마미길리 섬

 

씨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계속된 실패로 벼랑 끝에 몰리다가 몇 마리의 참치를 낚고 기사회생한 그 날 밤. 선장이 우릴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이날 잡은 참치로 몰디브 전통 훈제 참치 제조 과정을 보여주겠답니다. 초대는 받았는데 빈손으로 가면 결례일 것 같아 급히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로 향합니다. 

 

 

그런데 딱히 사갈 만한 선물이 없습니다. 뭘 사갈지 고민하다가 선장 슬하에 어린 자녀가 있다고 해서 과자와 음료로 한 박스를 꾸렸습니다. 카운터에는 낚시용품도 파네요. 잘 보면 오징어 낚을 때 쓰는 에기도 보입니다. 몰디브는 나라 전체가 이슬람권이라 거의 모든 여자가 히잡을 두르는데요. 우리가 타고 온 택시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연신 배를 잡고 웃습니다. 

 

 

선장의 집은 어두컴컴한 마을 골목에 있습니다. 들어가자 형제로 보이는 분이 우릴 반깁니다.

 

 

이곳에서 잡힌 참치

 

우리가 도착할 때 맞춰 훈제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참치가 잡히기로 유명한 몰디브지만, 참다랑어가 잘 잡히지 않는 이곳 특성상 황다랑어를 가장 고급 어종으로 여깁니다. 훈제를 위해 준비한 참치도 황다랑어라고 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선원, 나시르 사담씨가 훈제를 돕는다

 

그런데 우리와 함께 참치잡이를 했던 선원이 선장 집에 있군요. 연유를 묻자 선장 집에서 숙식하면서 참치잡이를 한다고 합니다. 선장이 사람 보는 눈이 있네요. 사실 저와 성범이 형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성실하더군요. 선원 중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리드쉽까지 갖췄습니다. 게다가 젊고 잘 생겼고, 초콜릿 복근까지 부러울 만큼 몸도 좋습니다.

 

어느 사장, 어느 선장이든 곁에 두면서 직원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것 같습니다. 그의 이름은 '나시르 사담'. 방글라데시에서 온 젊고 성실한 선원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참치 배를 타면서 모은 돈으로 작은 사업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선장이 되고 싶은 꿈도 있다고 합니다. 참치 훈제는 삶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솥에 물이 끓으면 손질한 참치를 넣고 끓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소금뿐입니다. 끓이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거품은 걷어냅니다. 참치를 끓이고 남은 국물은 몰디브의 전통 음식인 '가르디야(참치 수프)'가 됩니다. 우리 식으로는 참치 맑은탕 정도 되는 셈입니다. 저는 참치를 넣고 끓인 국물이 이렇게 맑을 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비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끓이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참치가 신선하니까요.

 

 

20분간 삶은 참치는 철망에 올려져 훈제에 들어갑니다. 불은 이곳에서 흔히 나는 코코넛 껍데기로 태웁니다. 즉, 코코넛 껍데기를 태운 연기를 3일 동안 씌우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훈연에 들어간 참치는 3일 뒤에나 맛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미리 만들어 놓은 훈제 참치가 있다면서 우릴 안내합니다.

 

 

몰디브 가정집에서의 식사

 

우리는 선장 알리 로쉬의 권유로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습니다. '알리'는 이곳 몰디브에서 가장 흔한 성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 이, 박 정도 되겠지요. 사진에 보이는 상차림은 몰디브 원주민들이 평소 즐겨 먹는다는 가정식입니다.

 

 

알리 로쉬 선장이 먹는 법을 알려주는데요. 우선 접시에 코코넛 밥을 올리고 참치 국물인 가르디야를 자작하게 붓습니다. 제가 밥에 말아 먹어도 되겠지 싶었는데 진짜 밥에 말아 먹는군요. 상차림에는 라임과 함께 피망처럼 생긴 뚱뚱한 고추 조각이 있는데요. 이것을 손으로 적당히 잘라 넣고 라임즙을 짠 다음 오른손으로 밥을 먹습니다. 먹는 중간에는 반찬으로 코코넛이나 적양파 한 조각을 씹어먹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맛의 조화가 좋습니다.

 

고추가 상당히 맵습니다. 참치 국물에 스며들어 알싸한 맛을 내고, 라임의 시큼한 산미가 입맛을 돋워주니 국물에 만 밥이 술술 넘어갔죠. 몰디브 식탁과 우리나라 식탁에서 닮은 점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식사는 접시 하나에 이것저것 올려 먹는 식이지만, 몰디브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이 주식일 뿐만 아니라 반찬 개념도 있습니다.  

 

보기보다 소탈하고 평범해 보이는 식사였지만, 그래도 가장 기대가 된 것은 3일이 지나야 완성된다는 몰디브의 전통 훈제 참치입니다.

 

 

몰디브의 전통 훈제 참치, 히키마스

 

처음에는 이것이 훈제 참치인 줄 몰랐습니다. 사진은 먹다가 남은 것을 찍어서 볼품이 없어 보이는데요.(촬영 중에는 개인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나중에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훈제 참치와는 맛과 색, 식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훈연한 훈제참치는 잘 만든 육포 같았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훈제참치는 잘 부서지고 인공적인 향미가 강하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든 훈제 참치는 바싹 말라버려 처음 입에 넣고 씹을 때는 딱딱하다고 느껴졌으나,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는 육포 같았습니다. 소금만 넣고 삶아서 훈제한 건데 어떻게 이렇게 깊은 감칠맛이 날까?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한두 번 집어먹었는데요. 이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인사를 하고 나가야 하는데 접시에 남은 참치 몇 조각에서 저는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한 조각만..."

 

해서 두 조각을 집어 가지고 나왔다죠. ^^;;  글을 쓰는 지금도 맛보고 싶은데 언제 저걸 다시 맛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전통 훈제 참치를 구매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과 오늘날 몰디브에서도 전통 훈연 방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스텝진들도 식사해야 하니 밥을 주문하는데요. 치킨 때문인지 두 시간이나 넘게 걸려서 배달이 왔습니다. 이날도 어김없이 빠지지 않은 몰디브식 볶음밥에

 

 

기름 전내가 나는 오징어 튀김. 맛은 정말로 암에 걸릴 것 같은 맛. ㅠㅠ

 

 

이번에는 통닭을 시켜봤습니다. 몰디브에도 통닭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닭이 과하게 말라서 살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치맥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이슬람권이라 관광 리조트가 아니면 술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날 동틀 무렵

 

다음날 새벽, 이날도 꼭두새벽부터 짐을 챙겨 참치잡이 배에 무거운 몸을 실었습니다. 이제는 몰디브에서 하루 14시간씩 참치잡이 배를 타는 것도 신물이 날 때입니다. 배는 그만 타고 싶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마지막 도전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전날 참치를 꽤 잡았지만, 이걸로는 성난 물고기를 잡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미터급 참치를 노리고 출항을 서두릅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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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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