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톤섬 바우바우(市),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지 7일째 되는 날. 부톤섬에 도착한 저와 <성난 물고기>제작진은 참치와의 첫 격전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갑니다. 낮에 잠깐 눈을 붙이다가 저녁은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났는데요. 근방에는 KFC를 제외하고 끼니를 때울만한 식당이 없으니 여기까지 와서 KFC를 이용합니다. (덕분에 칼로리 보충은 제대로 ^^;)

 

 

 

숙소 인근에는 야시장이 열려서 잠시 둘러보는데요.

 

 

한낮에 뜨거운 햇볕을 피해 있다가 밤이 되면 선선해지자 한둘씩 나오는 부톤섬 주민들. 이곳은 이슬람권이라 술집을 보기 힘듭니다. 이슬람권이라도 그곳이 관광지라면 관광객을 위한 클럽이 보일 법한데 이곳은 그조차 없습니다. 술집이 없으니 밤에 할 수 있는 놀이문화란 것이 야시장 정도. 술 없는 세상이 빚어낸 현상 중 하나입니다.

 

 

 

 

야시장에 파는 물건은 대부분 중국산.

 

 

이런 시계가 여기서는 우리 돈으로 2~3만 원 정도 합니다. 고장 안 난다는 보장만 있다면야 사볼 만 하겠지만...음 잠시 고민하다 관둡니다.

 

 

부톤섬은 술라웨시섬 동남쪽에 있는 부속섬으로 한국에서 가려면 발리와 마카사르를 경유해야만 닿는 외진 곳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물품은 거의 수입품인데 대부분 천 원 수준이고 비싸야 1~2만 원을 넘지 않지만, 그만큼 품질은 감안해야 할 겁니다. 우리에게는 마치 80~90년대 장터에서나 보던 잡화점을 연상케 하는데요. 다른 점이 있다면 뽕짝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점과 이곳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생필품 위주로 판다는 점입니다.

 

 

야시장 구석에 노점상이 있는데 사진은 어묵 꼬치로 보입니다. 기름에 튀긴 것을 파는데요. 간장과 고춧가루처럼 생긴 양념까지 뭔가 우리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이곳은 국숫집으로 보이고요.

 

 

이슬람권이긴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만큼의 엄격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인도네시아의 적잖은 여성들이 히잡을 패션의 도구로 이용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정말 이렇게 보니까 꼭 스카프 같아요.

 

 

야시장을 둘러보다 발견한 낚시 현장.

 

 

우리 딸이 이걸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일주일 이상 떨어져 있으니 가족이 그리워집니다. ㅠㅠ 작년 8월부터 EBS <성난 물고기>를 촬영하면서 적게는 2달에 한 번, 많게는 1달에 한 번 해외로 나가야 했습니다. 일단 나가면 기본 열흘 일정이라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것은 둘째치고 정신적으로 지칩니다. 그렇다고 가족과 통화할 만한 시간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니 절로 딸이 생각나는데요. 원래는 야시장 촬영씬이 없었는데 4일 연꽝하니까 방송 분량에 비상이 걸려 부톤을 떠나기 전날에는 야시장에서 노는 씬이라도 찍어야 했습니다. 아래는 이날 촬영한 방송분입니다.

 

 

EBS1 <성난 물고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편 야시장 촬영씬 中에서

 

그리고 새벽 1시가 되었습니다. 참치 어선 출항이 4시라 1시부터 일어나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행군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라살리무(Lasalimu) 지역의 어느 무슬림 마을

 

잠에서 깨어난 저와 <성난 물고기>팀은 숙소에서 두 시간을 달려 어느 무슬림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주변 반경 수십 km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황량한 오지입니다. 문명의 흔적이 제대로 닿을지도 걱정스러울 만큼 우거진 수풀과 비포장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인데, 그래도 여기저기 전봇대가 세워진 것을 보니 전기는 들어오나 봅니다.

 

어두컴컴한 마을에 유일하게 빛을 내는 곳은 다름 아닌 모스크입니다. 이제 막 불을 밝힌 모스크에는 확성기를 통해 이슬람 성전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알라신을 영접할 신성한 시간이 온 것이죠. 마을 사람들은 확성기 소리에 잠을 깨고선 곧장 모스크로 향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듯합니다. 모스크에 불을 밝힌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사이 모스크로 향한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참치잡이 배를 태워주기로 협의한 마을 이장과 연락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곤히 주무시나 봅니다. 날은 밝아오고 참치 피딩 타임도 다가오는데 출항 준비는 전혀 안 되어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출항 약속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우리가 이곳에 온 지 한 시간 반이 지났을 무렵입니다. 이제야 마을에 인기척이 보이는군요. 느지막이 일어나 뭔가를 주섬주섬 챙기는 청년.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발만 동동 굴리는 제작진을 본채 만 채 출항을 준비합니다. (이 사람들 시간관념이 ㅠㅠ) 우리가 타야 할 배는 저만치 떨어진 큰배. 거기까지 작은 나룻배로 낚시 짐이며 촬영 장비며 옮겨야 합니다.

 

 

이걸 언제 다 옮기나요. 이러다 해 다 뜨겠어요. 참치 낚시는 해가 뜨는 지금이 최고 피크인데 지금부터 포인트까지 한 시간을 달려나가야 합니다. 

 

 

다른 어부들도 이제야 출항 준비를 하나 봅니다. 뭐랄까.. 참치잡이가 생계라곤 하나 그다지 조급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아니 그럴 거면 애초에 약속을 4시로 잡지 말던가. 새벽 1시부터 일어나 괜한 체력만 축냈잖아요. ㅠㅠ

 

 

어쨌든 인도네시아의 어느 오지마을에서 바라본 여명은 한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지금 마음은 급한데 시선이 따로 노는 심정이란.

 

 

해가 뜨자 동네 아낙들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굿모닝!"

"...."

 

그들 눈에는 웬 이방인들이 카메라 들고 설치나 싶을 겁니다.

 

 

수심 3m 아래에 깔린 수많은 성게

 

참치 어선은 준비가 됐고, 이제는 우리가 저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선착장에는 조수간만의 차로 물이 많이 빠진 상태입니다. 어느 한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배에 올라타면, 그 순간 배가 좌우로 휘청거리는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죠.

 

정원이 최대 3명이라 우선은 짐부터 어선에 실어나릅니다. 이러다 어선 옮겨타는 것만 수십 만 년 걸릴 듯. 물이 빠졌다곤 하나 그래도 기본 수심이 3m는 나옵니다. 물이 워낙 맑아서 얕게 보일 뿐. 바닥에는 수많은 성게로 점령당한지 오래입니다. 이미 예전부터 백화현상이 진행 중이었던 거죠  

 

 

과연 참치의 무덤 답다

 

이유가 궁금했으나 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매번 참치를 잡아다 손질하고 난 부산물을 이렇게 버려대니 오염이 될 수밖에..

 

 

어쨌든 무사히 어선에 오른 저와 제작진은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망망대해로 달려나갑니다.

 

 

포인트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그사이 저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참치를 잡기 위한 채비를 꾸립니다. 낚싯대는 제가 필드 스텝으로 활동 중인 엔에스 제품으로 50kg급 참치까지 잡을 수 있는 지깅대입니다. 그외 장비도 FTV <샤크> 진행자인 신동만씨가 권해준 제품이라 장비는 일단 문제가 없습니다. 릴에 감긴 합사 줄은 8호. 쇼크리더는 나일론 22호. 이 둘을 잇는 최강 FG노트(매듭). 그리고 참치 잡는 롱메탈지그는 강한 조류를 고려해 230g, 외바늘 채비로 공략해 봅니다.

 

 

 

수면에 튀는 가다랑어 무리

 

#. 돛새치의 공격

그리고 이때 엄청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포인트로 향할 때 걸어둔 트롤링 대에 강력한 반응이 온 것입니다. 트롤링 및 스쿠버 다이빙 전문가인 김태훈 강사께서 파이팅에 들어가는데 수면에 돛새치가 펄쩍대고 뛰더니 그대로 '팅'.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터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촬영도 못 했죠.

 

포인트에 도착하자 수면에는 작은 가다랑어로 보일링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저 아래에는 커다란 참치(옐로핀튜나)가 어슬렁거린다고 합니다. 마이크와 카메라가 모두 켜지고 낚시에 들어갑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후 우리에게 벌어진 상황을 단 두 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촬영하다 지친 방PD가 드러눕고 말았다

 

이곳 참치잡이 선장의 포인트 선점력을 바탕으로 혼신을 다해 낚시해 보았지만, 제 메탈지그에 반응하여 낚인 것은 작은 황다랑어 한 마리. 수 시간 째 낚시했지만, 이제는 내일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아직은 기회가 많이 남았기에 특별히 실망감이 들지는 않았는데 만일 내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때부터는 심리적으로 쫓기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철수하기로 하는데 바로 앞 어선에서 뭔가를 잡고 힘겹게 실랑이를 벌입니다.

 

 

줄낚시에 새치로 추정되는 녀석이 걸려든 모양인데요. 이곳 사람들은 대형 참치를 단지 '낚시'로만 잡습니다. 트롤로 잡은 어린 가다랑어를 산채로 바늘에 꿰어 흘리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조류를 타고 수십 미터를 흘러가다 보면 대형 참치가 덥석 무는데 그때부터 길고도 고된 파이팅이 시작됩니다. 놀라운 것은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한다는 것.

 

 

 

 

"촤~~~~~~~"

 

죽음을 직감한 녀석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 바늘털이를 시도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사투 끝에 항복하고 맙니다.

 

 

배가 기울어질 정도로 다급한 두 사람. 행여나 놓칠세라 방망이로 내리쳐 기절시킵니다.

 

 

그렇게 녀석은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 장면에서 "인간이 가장 잔인하다"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것이 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자 자연의 섭리겠지요

 

 

이 무슬림 마을 사람들은 '바자우족'이라는 소수 민족으로 옛날에는 해안선을 따라 떠돌다가 지금은 정착해 참치 같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잡은 참치나 새치류는 한두 마리만 잡아도 바로 가져가는데(신선도 유지도 있고, 이걸로 일당벌이는 했으니) 상품이 되는 큰 녀석은 배에서 즉각 해체한 뒤 비닐에 싸서 가져오고, 작은 것은 그냥 내다 팔거나 반찬거리로 씁니다.

 

 

표준명 녹새치(흑새치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연신 '나이스'를 외치자 환히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는 바자우족 사람들. 참고로 새치는 황새치, 청새치, 녹새치, 백새치, 돛새치 등이 있는데 국내 참치 전문점에서 흔히 취급하는 횟감이기도 합니다. 황새치가 가장 고급이고, 청새치 녹새치 순으로 이어지는데 이 녹새치를 흑새치라 부르면서 주말 경조사(돌잔치, 출장 뷔페 등) 음식에 자주 등장, 저가 횟감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물론, 유통 구조상 많은 부분에서 맛을 잃은 것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렇게 갓 잡은 생물은 다를 겁니다. 이곳은 회문화가 없으니 횟감에 필요한 방혈(피빼기) 작업도 없습니다. 단순히 배를 갈라 내장과 대가리를 제거해 가져오는 것이죠.

 

그건 그렇고 저 녹새치가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그 괴물임을 아시나요? 흔히 청새치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녹새치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청새치도 크게 자라지만, 저 녹색치야말로 3m가 넘어가는 대형 새치로 잘못 걸고 싸우다 배가 전복되는 사고도 있었죠. 그만큼 어마어마한 괴력을 가진 생선입니다. 사진의 녹새치는 몸길이 2m로 보이며, 성체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의 전리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필자

 

선착장에 도착하자 소문 듣고 찾아온 마을 사람들이 몰려든 모양입니다. 좀 전에 녹새치 잡은 어부가 이날 잡은 황다랑어라며 제게 뼈다귀를 주고 갔는데요. 한 시간 정도 볕을 쬐자 저렇게 말라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곳 사람들은 대가리를 안 먹나 봅니다. 저 정도 크기면 살도 엄청 많이 나올 텐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EBS1 <성난 물고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편, 참치 낚시 中에서

 

이날 낚시 촬영분을 올립니다. 이렇게 부톤섬에서 첫 낚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우리는 마을 이장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고 내일은 꼭 좀 제 시간에 출항하자며 신신당부를 한 뒤 숙소로 철수합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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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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