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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2) 대마도 낚시, 철수 직전 극적으로 잡은 대물 감성돔
4) 대마도 낚시 3일차, 힐링하기 좋은 나홀로 갯바위 낚시
5) 이보다 좋은 장소가 있을까? 대마도 가족 낚시 포인트
6) 혼자 낚시 간 아내에게 벌어진 바보같은 일(대마도 벵에돔 낚시)
7) 가족과 함께한 소풍 낚시(대마도 아소만 도보 포인트)
미네만
4박 5일 여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제게 남은 출조 기회는 단 1회. 숙소에 아내와 딸을 두고 나온 저는 미네만의 타카이로 향합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보이는 묘한 풍경. 잠긴 걸까요? 아주 오래전부터 바닷물이 드나든 곳일 텐데 왜 하필 저곳에 지어졌을까?
마루시마 타카이
포인트에 다가섭니다. 만조라 저 혼자 내릴 발판밖에 없습니다. 전날, 아내가 혼자 내렸다가 정체 모를 잡어 성화로 낚시를 망쳤다는데, 그 잡어가 시장에서 kg에 5만 원씩 판매하는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였습니다. 전갱이속 어류 중에서는 최고급 횟감이죠. 그래서 제가 몇 마리 잡으러 나온 겁니다.
내려서 짐을 풀고 낚시를 준비하는데 들어온 풍경에 멈칫합니다. 드넓고 평화로운 바다에 홀로 낚싯대를 드리우는 기분, 참으로 근사합니다.
발밑에는 수중 굴이 있습니다. 벵에돔 씨알이 어마어마하고, 걸면 안으로 처박기 때문에 여기서는 선상낚시에 필적할 만큼 튼튼한 장비를 썼습니다. 걸면 무조건 강제집행하는 거죠. 포인트 수심은 8~10m인데 벵에돔과 흑점줄전갱이는 중층까지 떠오를 것으로 예상해 g2 찌로 시작합니다.
잡어로 악명 높은 포인트라 예상대로 수많은 잡어가 군집을 이루며 대기 중입니다. 대부분 자리돔인데요. 화살표로 표시한 건 노랑자리돔이 아니고 백색증을 앓는 일반 자리돔으로 보입니다.
자 그리고.. 시간이 차차 지남에 따라 자리돔이 포진한 층 바로 아래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흑점줄전갱이(일명 시마아지) 무리가 피고 있다
보이시나요? 아내가 이야기했던 바로 그 녀석들. 생각보다 씨알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걸 잡으려면 자리돔 층을 뚫고 내리거나 잡어를 분리해야 하는데 이 흑점줄전갱이들이 자리돔을 방패막이로 삼아 같이 놀고 있어 낚아내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벵에돔
그 와중에 첫수로 벵에돔이 걸려듭니다. 자리돔이라 잡어 분리는 그럭저럭 되는 상황. 발 앞에 밑밥을 주고 저는 15m 전방으로 채비를 날려 안착합니다. 밑밥은 찌 주변에 한 주걱만 주고 재빨리 발 앞에 2~3주걱을 쳐서 자리돔이 퍼지지 않게 묶어두는 식이지요. 그 상황에서 중층까지 핀 벵에돔이 따문따문 물기는 하는데..
이번에도 올라온 녀석은 고만고만한 씨알의 벵에돔. 큰 녀석들은 어디로 가고 이런 녀석들만 물까?
이번에도 벵에돔은 여지없이 물고 옵니다. 자리돔을 묶어두었기 때문에 전방 10~15m에서 서서히 가라앉은 채비는 곧잘 벵에돔의 입질을 받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데 제가 원하던 흑점줄전갱이의 입질은 들어오지 않는군요. 벵에돔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 않아서일까요?
독가시치(따치)
이번에는 힘 좀 쓴다 싶었는데 독가시치가 올라옵니다. 라이브웰에 넣어둔 벵에돔은 안창 걸이에 의해 방혈이 되는 상황. 그만큼 바늘을 덥석덥석 물 만큼 고활성인데 정작 원하던 흑점줄전갱이는 갯바위에만 바짝 붙어 있습니다.
그러던 중 발 앞 V자로 갈라진 틈을 보는데..
세상에~ 사진상으로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흑점줄전갱이들이 갈라진 틈 사이로 바짝 들어와 밑밥을 주워 먹는 것이 확인됩니다. 밑밥을 한두 주걱 뿌리며 상황을 관찰하자 급기야 한두 녀석이 수면으로 올라와 크릴을 먹고 쏙 들어가 버리는데요. 개중에는 40cm에 달하는 녀석도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녀석을 꼬드길 수 있을지. 자리돔만 없었다면 한 쿨러 잡았을 것인데.
뒤로 몇 걸음 물러난 저는 V자 홈통을 노려보지만, 녀석들이 낌새를 알아차리는 데는 도사입니다. 밑밥으로 유인도 해보고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번번이 자리돔에 털리면서 실패합니다. 다시 정공법으로 낚시하는데 이때 원줄을 쭉 끌고 가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왔다!"
대를 드는데 상당한 힘이 느껴지고.. 꾹꾹 처박다가 째기도 하면서 마치 잿방어 비슷한 액션을 보이더니 수면 근처로 아른아른 모습을 드러냅니다. 언뜻 봐도 40cm는 됨직한 흑점줄전갱이. 일식집에서 시마아지라 불리며 최고급 생선회로 군림하던 바로 그 녀석을 맞닥트리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갑자기 하늘 위로 솟구치는 낚싯대. 거의 다 끌어냈는데 바늘이 빠지고 말았습니다. ㅠㅠ 갑자기 스트레스 지수가 확 올라가고. 서둘러 크릴을 꿰 같은 곳을 노립니다. 녀석들이 밑밥에 반응하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올 듯.
채비 내려간 지 30초쯤 지났는데 옳거니 찌가 쏙 들어갑니다.
"이번엔 안 놓친다!"
이번에는 정말로 안 놓치고 잡았습니다.
벵에돔을요.(...)
입질의 추억은 이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흑점줄전갱이에 완전히 눈이 멀어 낚시는 페이스를 잃고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정공법으로 패턴을 지키며 꾸준히 공략했어야 할 상황인데, 그만 발 앞에 입술까지 내밀면서 수면으로 솟구치는 녀석들의 춤사위에 평정심을 잃고 만 것입니다.
30~40cm급 흑점줄전갱이가 수면 근처에서 계속 아른아른하니 낚시에 집중이 안 되고 ㅠㅠ 결국, 벵에돔 낚시를 하다 말고, 눈 앞에 보이는 녀석에 급급해 일명 '퐁당퐁당 낚시'를 하다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타카이 포인트에서 낚시가 어려운 이유는 마인드 콘트롤이 안 되기 때문. 눈앞에 아른거리는 고기에 현혹되는 순간 망하는 지름길임을 새삼 느끼며, 아쉬운 철수 길에 오릅니다.
이제는 민숙집 선착장으로 돌아와 고기를 손질하고 포장할 시간. 어창에 잡아둔 고기를 모두 꺼내 봅니다. 사진은 4박 5일 동안 우리 가족이 합심해서 잡은 조과물입니다.
그나마 51, 50cm급 감성돔이 체면을 살려줍니다. 이 중 한 녀석은 월간낚시21 8월호 표지로 장식되었습니다.
고기 손질은 오로지 저의 몫. 아내 손에는 물 하나 묻히지 않게 합니다. 대신 촬영만 몇 컷 부탁한 뒤 짐을 싸도록 ㅎㅎ
우리 집 반찬감이 장만 되었습니다. 쏨뱅이는 탕수로 먹고요. 감성돔과 호박돔 1마리는 지인께 주기로 합니다. 남은 감성돔 한 마리는 고든램지의 피시 스틱을 해 먹었고, 호박돔은 반으로 펼친 다음, 물간 해서 말렸습니다. 조만간 아귀찜 대신 반건조한 호박돔을 써볼 생각입니다.
독가시치 뒷지느러미에 정통으로 찔렸다
손질 과정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왜 독가시치를 챙겨와서 이런 변을 당하는지. 독가시치 손질하다 발생한 일은 아니고 감성돔을 손질하던 중 손이 미끄러졌는데 하필 뒤에 있던 독가시치 뒷지느러미에 정통으로 찔리고 말았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뭐 지옥과도 같았죠.
이날, 저의 페이스북 전문입니다.
"오늘 오전, 고기 손질하던 중 독가시치에 정통으로 찔렀습니다. 덕분에 세 시간 동안 고통을 음미하며 아픔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손가락 끓어지 듯한 고통과 붓기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독가시치 가시는...아주 강추합니다. ㅠㅠ"
이제 대마도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떠날 채비를 합니다. 우리 딸은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하네요. ㅎㅎ
대마도 이즈하라
여객선을 타기 위해 이즈하라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마트에 들려 쇼핑도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짐을 카트에 묶어 둔 채 터미널 대합실 근처에 세워두고 항으로 나왔습니다. 날이 더워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는데 터미널 근처에는 없습니다. 여기서 번화가까지 가려면 한참 걸어야 하는데 어린 딸과 함께 걷기에는 무리. 아쉽지만, 여기서 발걸음을 돌립니다. (알고 보니 여객선 터미널 건물 2층에 매점이 있었고, 거기가 제일 시원했다는 ㅎㅎ)
즐거웠던 4박 5일 대마도 가족 여행. 이젠 작별의 시간이 왔습니다. 이곳도 나름 해외라면 해외인데요. 아무래도 올해 결혼 10주년 여행은 이것으로 때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일 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고, 작년에는 조금 무리하면서까지 그리스를 다녀왔습니다만, 올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국내로 낚시 여행을 자주 다니기로 ^^
물고기에 관심 많은 딸은 항을 걷는 동안에도 물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는군요. 유전자 어디 안 갑니다. ㅎㅎ
저는 부산에서 태어난 이후 줄곧 서울에서 살았지만, 부모님 고향이 부산이고 또 부산에 많은 친척분이 살고 계시다 보니 부산을 자주 갑니다. 어렸을 때 추억을 회상해 보면, 아마 그때부터 곰장어며 멍게며 해삼 같은, 당시 제 또래 아이들은 입에 대지 않은 수산물을 거리낌 없이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기억이 어른이 돼서도 남아 있었고, 지금은 수산물과 관련한 글과 콘텐츠를 제작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인생이란 모르는 거죠.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게 될 지..
저 멀리 오는 학생들은 수학여행인가요? 한국말이 오간 것으로 보아 한국인 학생으로 보이던데.. (요새는 수학여행을 대마도로 가는지..)
개별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둔다
늦은 시간, 집에 도착했습니다. 딸은 이미 꿈나라로 갔고요. 저와 아내는 잡아 온 생선 포장하고 짐 정리하느라 늦게까지 이러고 있습니다. 이렇게 잡은 생선은 꾼의 레시피로 소개되겠지요.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딸은 대마도 가자고 노랠 부릅니다. 생애 처음으로 낚시를 접했던 이 날의 기억이 매우 강렬했나 봅니다. 생애 처음으로 딸과 함께한 대마도 가족 낚시여행. 이것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을 전합니다.
대마도 낚시 문의
빅마마 피싱 리조트(051-518-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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