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면, 기생의 춤과 노래보다 낫다 하여 승기악탕이라 불린다

 

<조선요리학>에서는 이 음식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랑캐 침입이 잦은 조선 성종 때 허종(許琮)으로 하여금 국경을 수비하게 합니다. 허종이 의주에 도착하자 백성들은 허종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이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는데 그 맛이 매우 훌륭하여 물으니 아직 정해진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허종은 술과 기녀보다 낫다고 하여 그 이름을 기생보다 더한 즐거움을 준다는 뜻에서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고 지었습니다. 사실 승기악탕이라는 말은 여성을 노동을 희락의 대상으로 상품화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시 조선 시대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알게 해줍니다. 따라서 현시대에서는 승기악탕이라는 이름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으니 저는 '도미면'이란 말을 쓰겠습니다.

 

#. 도미면 재료

- 주재료

참돔(도미) 中 1마리, 소고기 양지머리 300g, 물 2리터(종이컵으로 11컵 정도)

 

- 고명

표고버섯 3개, 목이버섯 한 줌, 양파 1/4개, 달걀 2개, 미나리 조금, 삶은 당면 한 줌, 고기완자(명절 때 먹다 남은 동그랑땡), 붉은 고추, 호두 4개(선택), 잣 1큰술(선택), 은행알 10개(선택)

 

- 양지머리 수육 양념장

진간장 2숟가락, 다진 파 1큰술, 간 마늘 1큰술, 참기름 1숟가락, 후추 약간

 

- 양지머리 육수 간

국간장 2숟가락, 소금 1숟가락(깎아서)

 

- 도미전

밀가루, 달걀, 소금, 후추

 

※ 계량 참고

- 1숟가락 → 밥숟가락으로 깎아서

- 1큰술 → 밥숟가락으로 수북이 퍼서

- 1컵 → 종이컵으로 계량

 

※ 이 음식은 명절 때 남은 생선전 및 동그랑땡에 양지머리만 따로 사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명절 때 남은 전을 활용한 가장 화려한 음식이 될 것입니다.

 

 

 

1) 양지머리를 삶는다.

처음으로 할 일은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양지머리 삶기입니다. 소고기 양지 300g에 물 2리터를 넣고 한 시간 이상 푹 삶습니다. 저는 압력솥에서 40분간 삶았는데요. 압력솥에서 삶으면 시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육질이 부드럽고 야들야들해집니다.

 

2) 참돔은 비늘과 내장을 깨끗이 제거해서 준비한다.

얼마 전, 통영에서 낚시로 잡은 37cm급 참돔입니다. 참돔은 비늘을 제거, 배를 갈라 내장과 핏기를 말끔히 제거한 다음 흐르는 물에 씻고, 물기를 닦아서 준비합니다.

 

 

 

3) 석 장 뜨기를 한다.

사진과 같이 포를 뜹니다. 대가리를 살린 상태에서 포 뜨기를 권하지만, 댕강 잘라도 상관없습니다. 여기서는 도미면을 정석대로 만들지만, 이 과정이 귀찮다면 명절 때 남은 생선전과 차례상에 올린 구운 생선을 활용해도 됩니다. 이렇게 하면 이 장에 소개한 3)~8)번 과정을 모두 건너뛸 수 있습니다.

 

 

 

4) 갈비뼈와 껍질을 제거한다.

포를 떴으면 갈비뼈를 도려내고 껍질을 벗깁니다.

 

 

 

5) 생선포 가운데 잔가시를 제거한다.

일명 '지아이(치아이)'라 불리는 잔가시가 생선포 한가운데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생선회를 등살과 뱃살로 구분하는데요. 여기서는 도미로 전을 부칠 것이기에 잔가시 부위를 통째로 잘라냅니다.

 

 

 

6) 도미 뼈는 오븐에 굽기

남은 서덜 뼈는 오븐에 굽습니다. 꼬리지느러미가 가장 먼저 타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은박지로 감싸주세요. 우리 집은 미니 오븐으로 250도 양면에 약 10분간 구웠습니다.

 

 

 

7) 적당히 자르고 밑간한다.

생선포는 사진과 같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소금 후추로 밑간합니다.

 

 

 

8) 도미전을 부친다.

양면에 모두 밑간하는데 한번 뿌린 소금과 후추가 도마에 묻어 있으니 도미 살을 잘 문질러 양면 모두 고루 간이 배게 합니다.

 

 

도미전 부치는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에 따릅니다. 생선살을 밀가루에 묻혀 탁탁 털고, 달걀 물에 옷을 입힌 다음 식용유를 두른 팬에 노릇하게 부칩니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 하나! 다 익히지 마세요. 달걀옷이 노릇해질 정도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생선전을 부칠 때는 센 불은 피하고 중약불에서 은근히 부쳐야 부드러운데 도미면에 들어가는 생선전은 어차피 한 차례 끓일 것이므로 소고기 스테이크로 치면 '미디엄' 정도의 느낌으로 부칩니다.

 

 

 

9) 미나리 초대 부치기

미나리는 줄기 부분만 4cm로 잘라 초대를 부칩니다. 방법은 생선전 부치듯 밀가루와 달걀 물을 차례로 입혀 부치면 됩니다. 미나리 잎 부분은 잘 씻어 물기를 빼둡니다. 도미면을 끓일 때 쑥갓 대용으로 들어갑니다.

 

 

왼쪽부터 붉은 고추, 미나리 초대, 흰 달걀 지단, 노란 달걀 지단

 

10) 달걀 지단을 비롯해 각종 고명 준비하기

모든 고명은 폭 2cm, 길이 4cm로 통일하여 준비합니다. 붉은 고추는 가운데를 갈라 흐르는 물에 씨를 씻어내고, 흰 지단과 노란 지단도 같은 크기로 썰어둡니다.

 

 

호두 4개, 잣 1큰술, 은행 10알은 필수가 아니지만, 있으면 준비합니다.

 

 

표고버섯 3개 중 2개는 밑둥만 잘라 준비하고, 1개는 채 썰어 준비합니다. 물에 불린 목이버섯은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합니다. (이 역시 명절 음식 하고 남은 재료로 활용 가능)

 

 

 

11) 당면 준비하기

도미면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당면은 적당히 삶아 물기를 빼둡니다.

 

 

 

12) 육수 간 맞추기

푹 삶은 양지머리. 그러나 여기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소 앞다릿살을 준비했습니다. ^^; (한우 양지머리 100g당 8~9천 원, 한우 앞다릿살 100g당 4~5천 원으로 반값에 해당) 비록, 양지 대신 앞다릿살을 사용했지만, 육수 맛도 충분했고 고기도 야들야들하니 맛있어요.

 

 

양지는 건지고 육수에 둥둥 뜬 기름은 제거합니다. 육수에 간을 맞추는데요. 이 간 맞춤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도미면의 맛이 결정됩니다. 여기서는 물 2리터를 넣고 압력솥에서 40분간 삶았는데 그랬을 때 간 맞춤은 국간장 2숟가락에 소금 1숟가락입니다. 다른 부재료에서도 간이 나오므로 다소 싱겁게 맞추는 게 좋아요.

 

 

양지나 앞다릿살은 결을 끊어서 얇게 썹니다.

 

※ TIP!

소고기 수육을 보면 세로줄로 된 결이 있는데 이 결을 따라 썰면 고기가 무척 질겨집니다. 결을 끊어서 썰면 고기가 한층 부드러워집니다.

 

 

 

13) 양지 수육 무치기

이렇게 준비한 수육은 진간장 2숟가락, 다진 파 1큰술, 간 마늘 1큰술, 참기름 1숟가락, 후추 약간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여기에 사용된 수육은 320g이라는 점 참고하시고 양념을 가감하세요.

 

 

오븐에서 꺼낸 도미 서덜입니다. 뼈밖에 없으니 10분이면 충분히 구워지더군요. 이로써 도미면에 들어가는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도미면은 재료 준비가 전부입니다. 이후로는 냄비에 얹어 끓이기만 하면 되겠죠. 냄비에 얹는 것도 순서가 있습니다.

 

 

 

14) 각 재료를 냄비에 얹고 끓이기

먼저 냄비에 양지 수육을 까는데 모두 깔지 마시고 2/3만 깝니다.

 

 

그 위에 잘 구운 도미 뼈를 올립니다.

 

 

큼지막한 도미전을 뼈에 올립니다.

 

 

양파 1/4개를 채 썰어 가장자리에 두릅니다. 

 

 

남은 수육 1/3을 마저 올리고, 목이버섯과 당면, 미나리 잎 부분, 채 썬 표고버섯을 차례로 올립니다.

 

 

수육 위에 달걀 지단과 붉은 고추, 미나리 초대, 표고버섯을 올립니다. 호두를 올리고 잣과 은행알은 적당히 흩뿌립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육수를 적당히 붓고 5분간 센 불에 끓입니다.

 

 

도미면 완성

 

처음 만들어 본 도미면. 만드는 데만 2시간 30분이 소요될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 결과는 달콤했습니다. 이제 뿌듯한 기분을 잠시 제쳐두고 맛을 볼 시간. 좋은 재료에 정성을 쏟았는데 맛 없으면 안 되겠지요. 하지만 처음 만든 음식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습니다.  

 

 

 

국물부터 한술 뜨는데 어쩜 간 맞춤이 이리 적절한지 ^^;;

 

 

#. 승기악탕? 어쩌면 주방 노동만 부추기는 몹쓸 음식

도미면은 이름 그대로 도미와 면 그리고 각종 고명이 들어간 음식이지만,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맛의 주체는 '소고기 육수'에 있습니다. 따라서 육수의 간 맞춤이 실패하면 이 모든 재료의 맛과 조화도 부질없게 됩니다. 그러니 육수의 간 맞춤이 이 음식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지요. (그렇게 따지면 다른 음식도 그렇겠지만)

 

우리 가족은 한동안 정신없이 먹었고, 육수를 리필해 당면과 명절 때 남은 각종 전을 넣어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도미면은 기생의 노래와 춤보다 낫다고 하여 승기악탕이라고 부릅니다. 그 맛이 어느 정도면 그런 말이 붙을까 싶어서 만들었는데요. 

 

결론부터 쓰자면, 이 음식은 다소 사치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각각의 재료가 얼마나 조화로운지는 각자 입맛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으로 느끼는 맛은 소고기 육수에서 나옵니다. 냄비 바닥에 뭉텅이로 깔린 소고기 편육도 그렇고 온갖 고명이 이 음식을 풍성하게 포장하지만, 결국 도미면전골 음식이란 특성상 육수 깊이와 간 맞춤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굳이 맛에 관여하지 않는 호두나 잣, 은행 같은 재료가 쓸모 있을까? 더욱이 주방 노동만 부추기는 달걀 지단이나 미나리 초대를 곁들이는 것도 그렇고(물론, 한식에서는 오방색을 중시한다지만)

 

기생보다 낫다는 도미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아무리 맛이 좋아도 다시 만들라면 그때는 엄두가 안 날 것이라고. 절 돕기 위해 2시간 반 동안 진땀 뺀 아내만 고생시켰다고. 하지만 명절 때 남은 전이 있다면, 소고기 양지만 삶아다 비슷하게 만들어 먹어볼 가치는 있는 음식이라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승기악탕이 아닐까 싶은, 명절 때면 주변 사람만 고생시키는 아주 맛있으면서도 몹쓸 음식이란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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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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