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갱이 난반즈케

 

일본에서 '난반(なんばん)'이란 말은 '외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 동남아시아 등에서 들어온 문물과 문화를 '난방풍'이라 불렀는데요. 지금은 기름에 튀긴 재료에 새콤달콤한 절임물을 끼얹은 음식으로 통용됩니다. 일본에서는 절임을 '즈케(づけ)'라고 하지요. 난방풍의 절임 음식이라 하여 '난방즈케'로 부릅니다.

 

난방즈케, 난방쯔케 여러 가지 발음이 있습니다만, 원발음과 철자를 분석하면, '난반즈케(なんばんづけ)'에 가깝습니다. 난반즈케는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지만, 저는 일본 가정식에서 자주 쓰는 식재료인 '어린 전갱이'로 난반즈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음식의 장점은 뼈째 먹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찬 음식으로 개발된 요리이기 때문에 식어도 맛있고요. 새콤달콤하게 절인 전갱이를 통째로 먹어도 부담이 없어 아이들 밥반찬에도 좋습니다. 더욱이 이 요리는 엄마들보다 낚시를 즐기는 아빠들이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갱이 난반즈케에 사용된 전갱이입니다. 씨알은 15cm 내외인 작은 전갱이인데요. 낚시하면서 이런 전갱이가 달려들 때면 곤혹스러울 때가 많지요? 이 작은 전갱이를 챙기는 낚시꾼은 단언컨대 1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입니다. 이유는 "먹을 게 없어서"라고 하지요. 

 

하지만 전갱이 난반즈케는 반드시 어린 전갱이로 만들어야 제맛이 납니다. 그 이유는 레시피를 진행하면서 설명할 텐데요. 앞으로 이런 전갱이가 달려들면 버리지 마시고 요렇게 챙겨다가 난반즈케를 만들어 보세요. 한번 맛보면, 또 생각날 겁니다. ^^

 

 

<사진 1> 사진과 같이 각각의 채소를 썰어서 준비한다

 

#. 전갱이 난반즈케 재료

어린 전갱이 8마리(없으면 전어), 양파, 당근, 노랑 파프리카, 새송이버섯, 사과, 생강, 홍고추, 아스파라거스(선택)

 

#. 절임 소스

치킨 스톡 2숟가락, 사과식초 6숟가락, 벌꿀 3숟가락, 물 4숟가락, 소금 약간, 후추 약간

 

#. 기타

튀김가루, 소금 후추, 식용유

 

※ 참고(중요)

- 꾼의 레시피는 밥숟가락으로 계량합니다.

- 양파, 당근, 노랑 파프리카, 새송이버섯, 사과의 비율은 1.5 : 1 : 1 : 1 : 1로 맞춥니다.

채소는 <사진 1>과 같이 채 썰고, 홍고추는 쏭쏭 썰어 준비하며, 생강은 얇게 채 썹니다.

- 아스파라거스는 밑둥을 자르고 억센 겉껍질을 벗긴 뒤(감자 칼 활용) 한입 크기로 자릅니다.

- 치킨 스톡 대신 치킨 육수를 써도 됩니다. 이 경우 8숟가락이 들어가며, 물은 넣지 않습니다.

- 어린 전갱이는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한 뒤, 배를 갈라 자반처럼 펼칩니다. 꼬리 부근에 딱딱한 가시바늘이 있는데 어린 전갱이라 제거하지 않아도 됩니다.

- 전갱이 대신 전어를 써도 됩니다.

 

 

손질한 전갱이는 키친타월을 이용해 물기를 닦아줍니다. 그런 다음 앞뒤로 밑간하는데요. 밑간은 소금, 후추면 충분하며 선도가 걱정된다면, 분무기에 청주나 맛술을 넣어서 뿌려줍니다. 절임 소스는 그릇에 모두 섞어 둡니다. (사진의 상단 왼쪽)

 

 

생선을 밑간한 지 15분이 지나면 튀김가루에 고루 묻혀 탁탁 텁니다.  

 

 

170도 이상으로 가열될 식용유에 튀깁니다. 전갱이를 넣을 때는 꼬랑지를 잡고 머리부터 천천히 밀어 넣고요. 등이 밑으로 가게 넣습니다.

 

 

2~3번 뒤집어가며 완전한 황금색이 될 때까지 바싹 튀깁니다. 전갱이 몸속에 있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고, 익으면서 무게가 가벼워지면 둥둥 뜨는데요. 다 익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 요리는 과자처럼 바스러지게 튀겨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 상태에서 1~2번 뒤집어가며 좀 더 바싹하게 튀겨주세요.

 

 

이 정도면 뼈째 씹어도 과자처럼 부스러질 것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바삭해 보이죠? ^^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생강 채부터 볶습니다. 불은 중간 불로 맞추세요.

 

 

생강에서 향이 올라오면 양파를 넣습니다.

 

 

양파가 살짝 익으면 당근과 노랑 파프리카를 넣고 볶습니다.

 

 

양파 숨이 죽으면 새송이버섯과 사과를 넣고 색이 살짝 바뀔 때까지 볶습니다.

 

 

사과에서 나오는 물기로 채소가 살짝 흐물흐물해지면, 만들어 두었던 절임 소스를 모두 부어 섞어줍니다. 살짝 칼칼함을 원한다면 이때 홍고추를 넣어주세요. 칼칼함을 원치 않는다면 다 만들고 버무릴 때 넣어줍니다.

 

 

이제 갓 튀긴 전갱이를 넣습니다. 전갱이가 뜨거울 때 넣어야 양념이 속까지 잘 뱁니다. 중간 불을 계속 유지하다 보면 양념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상황 봐서 불을 낮추셔도 됩니다.

 

 

살이 으스러지지 않도록 잘 버무려주세요. 이 상태로 불을 높여 한소금 끓어오르면 불을 끕니다.

 

 

완성된 난반즈케는 유리 용기에 차곡차곡 담아둡니다. 전갱이들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채소를 충분히 끼워 넣습니다. 이 상태에서 30분간 실온에 둡니다. 그래야 양념이 전갱이 살에 고루 배거든요. 이후 언제든지 꺼내 드시면 됩니다.

 

보관은 뚜껑을 덮은 상태로 냉장고에서 3~4일까지 가능합니다. 먹기 전에는 실온에 미리 꺼내 놓습니다. 지금부터는 접시에 세팅해보도록 할게요.

 

 

우선 아삭거리는 식감과 장식을 위해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데칩니다. 데칠 때는 소금을 반 스푼 넣어주시고요. 10초 내외로 짧게 데친 다음 건집니다.

 

 

일본 가정식 전갱이 난반즈케 완성

 

접시에 전갱이 난반즈케와 데친 아스파라거스를 올리면 완성입니다. 생각해보니 지금 철에는 전어로 해도 제법 어울리겠군요.

 

 

 

어린 전갱이는 바짝 튀겼기 때문에 가시를 발라 먹지 않아도 되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씹어먹습니다. 그랬을 때 입에서 부서지는 식감과 고소함, 새콤달콤한 양념이 잘 어우러져 비린 생선을 잘 못 먹는 분들도 이 음식은 맛있게 드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째로 먹어야 제맛인 전갱이 난반즈케

 

어린 전갱이라 양념이 뼛속까지 밴 느낌. 그런데 맛은 뭐랄까요? 새콤달콤한 양념에 절인 과자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손가락 쪽쪽 빨아가며 먹겠는데요. 이 음식을 몰랐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가끔 이 맛이 생각납니다. 앞으로 낚시하다 걸린 전갱이 새끼들은 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도 몇 마리는 챙겨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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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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