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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를 열 몇 개의 목차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지만, 이중 '벵에돔 조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바로 이 글을 선택하겠습니다. 벵에돔 낚시는 여러 가지가 다 중요하지만, '밑밥 동조' 없이는 벵에돔을 낚을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대한 이야기랍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는 입문자도 좋지만, 초급자, 중급자분들도 보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니 한 번쯤 봐주시고요.
그렇지만 이 내용이 반드시 정답일 것이라고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제 생각이 늘 옳다고는 생각 안 하고요. 내용 중 일부는 교정하거나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며, 낚시꾼에 따라선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고려하시고 봐주세요.
#. 밑밥 동조란 무엇인가?
밑밥 동조는 자신이 뿌린 밑밥이 수중으로 흘러들어 갈 때 내 미끼도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밑밥과 미끼가 함께 어울려 천천히 하강하는 시간을 '밑밥 동조'라고 하는데요. 벵에돔 낚시에서는 밑밥 동조도 관건이지만 동조가 됐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동조가 되느냐도 중요합니다. 이때는 냄새를 맡은 벵에돔이 몇 미터를 펄쩍 뛰어오르며 밑밥을 주워 먹는데 그 속에 내 미끼가 있다면 먹을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것은 곧 입질이 온다는 것이겠죠.
반면, 밑밥에 반응한 벵에돔이 한참 밑밥을 주워 먹고 있는데 내 미끼는 저만치 떨어져 있다면 입질 받을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 겁니다. 물론 지나가는 벵에돔이 물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잡은 건 순전히 '운'이고요. 한두 마리는 운으로 잡을 수 있지만, 마릿수 조과를 거두려면 내가 던진 밑밥띠 속에 내 미끼도 함께 어우러져야만 할 것입니다. 그것이 벵에돔 낚시에선 가장 중요한 밑밥 동조이며, 마릿수 조과를 좌우하는 열쇠가 됩니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쉽게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 방법 목차>>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1) - 꼭 필요한 준비물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2) - 시즌과 포인트에 관하여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3) - 습성과 생태에 관하여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4) - 제로찌 채비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5) 두 가지 직결 매듭법을 익히자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6) 입질 파악 방법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7) 바늘 선택 노하우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8) 수중쿠션 사용 메뉴얼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9) 미끼(크릴) 꿰는법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10) 봉돌 사용 메뉴얼
- 입문자를 위한 벵에돔 낚시(11) - 밑밥 품질 요령
- 밑밥 동조를 알면 벵에돔이 보인다.
- 0c, 00 채비는 언제 사용해야 좋을까?
- 빵가루 조법에 관하여
- 꼭 알아야 할 벵에돔 낚시의 챔질 방법
- 마릿수로 낚아내는 목줄찌의 활용
- 목줄 10m를 연결하는 천조법에 대해 알아보자
- 나비매듭(나루호도 매듭)을 이용한 벵에돔 낚시
- 토치를 사용한 벵에돔 껍질 회 만들기
왠지 밑밥 동조가 잘될 것만 같은 장면
#. 벵에돔 낚시, 옆 사람은 낚는데 나만 못 낚는 이유?
이 얘기는 전에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의 '벵에돔 실전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입니다. 낚시가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꼽으라면.
1) 잘못된 채비의 선택 2) 잘못된 밑밥 품질 3) 좋지 못한 조류의 흐름(혹은 포인트 탓)
벵에돔이 안 낚이는 원인에 대해 초심자는 1)번을 먼저 의심하게 됩니다. '혹시 내 채비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채비에 확신을 하지 못해서' 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벵에돔 낚시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중급자라면 2)번을 의심할 것입니다. 자신의 채비 선택에는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밑밥 동조'가 제대로 이뤄지는가에 대해선 고민하게 됩니다. 벵에돔 낚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꾼이라면 3)번을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1)번에 대한 확신과 2)번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건데요. 수온이 낮아서, 조류 흐름이 좋지 못해서 벵에돔이 입을 다물었거나 혹은 포인트에 들어오지 않아 아무리 해도 잡히지 않는 상황임을 안다는 것입니다. 이때는 낚싯대를 접고 철수하거나 물때가 바뀌길 기다렸다 낚시하는 것으로 초심자로서는 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오늘은 2)번 '잘못된 밑밥 품질' 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볼까 합니다. 만약 옆 사람은 낚는데 나만 못 낚는다면? 여기에 채비마저 옆 사람과 같은데도 입질이 없다면? 원인은 '밑밥 동조'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밑밥은 고기를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지만 잘못 뿌리면 오히려 고기를 쫓아내기도 하며, 잡어가 꼬이거나 혹은 옆 포인트로 밑밥을 지원해 주는 폐단을 낳기도 합니다. 밑밥은 될 수 있는 한 정확히 뿌리는 게 좋은데 그러려면 밑밥을 품질하는 위 치를 알고 있어야 할 겁니다.
<<그림 1>> 공략 수심에 따른 밑밥 품질 위치
위 그림은 벵에돔을 공략하는 데 있어 수심별 밑밥 품질 위치를 TOP뷰와 SIDE뷰로 나눠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밑밥 뿌리는 위치를 이렇게 수치화해서 정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날마다 조류 흐름이 다르고 수중의 상황이 매번 변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밑밥을 던지는 지점에 대한 '기준점'은 있으니 이것을 알고 낚시하는 것과 모르고 낚시하는 것은 큰 차이를 낼 것입니다.
그럼 찬찬히 설명해 드릴께요. <<그림 1>> 왼쪽 사진은 위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목줄은 3m 길이를 사용한 것을 가정으로 하며, 캐스팅한 후 뒷줄을 잡아 서밍을 걸거나 혹은 릴을 2~3바퀴 감아주면 저렇게 목줄이 일직선으로 펴집니다. 벵에돔 낚시에선 매우 중요한 테크닉이라 할 수 있죠. 이때 찌와 미끼의 간격은 목줄 길이인 3m가 됨은 당연할 것입니다.
만약 벵에돔이 표층까지 피어오른 상태에서 '찌'에다 밑밥을 뿌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벵에돔은 찌 주변으로 모여들겠지만, 미끼는 3m 떨어진 지점에서 천천히 수중으로 하강하게 되므로 밑밥 동조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근처로 지나가는 벵에돔이 물어줄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 씨알이 잘다는 단점이 있으며 단발성에 그치므로 마릿수 조과를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벵에돔은 밑밥띠 가장자리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감성돔과 반대로 밑밥띠 중심을 파고들며 먹이를 취이합니다. 이 얘기를 잘 되짚어 보십시오.
근처에 10마리의 벵에돔이 있는데 작은 것은 23cm부터 큰 것은 30cm까지 씨알이 제각각이라고 가정합니다. 위에서는 밑밥이 내려오니깐 그걸 주워 먹기 위해 벵에돔들이 밑밥띠로 부상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크릴을 주워 먹는 벵에돔은 어떤 씨알이 될까요?
제 생각은 군집을 이루는 벵에돔 중에 가장 씨알이 큰 녀석이라고 봅니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주변 녀석들보다 스피드가 빠릅니다. 그 말은 먹이 경쟁에서 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러므로 밑밥이 내려가는 중심에 내 미끼가 동조 되면 될수록 게 중에서는 큰 씨알이 걸릴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 녀석들이 밑밥을 마구 주워 먹고 내려가면 남은 찌꺼기들(크기가 작은 크릴들)을 주워 먹는 건 잔챙이 벵에돔의 몫입니다. 밑밥 동조가 안 되면 입질도 못 받고 행여나 받더라도 씨알이 잘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예제로 돌아와서 벵에돔이 수면으로 부상했을 때 밑밥 품질 지점은 A가 됩니다. 찌에서 3m 떨어진 곳으로 미끼가 착수된 지점입니다. 벵에돔이 몇 미터 수심층에서 무는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해야 합니다. 수면에 부상한 벵에돔은 편광안경으로 보이지만, 부상하지 않는다면 육안으로는 관찰이 힘듭니다. 이때는 목줄이 정렬되는 시간 + 수중쿠션이 내려가는 시간을 재어 유추하는 편입니다.
- 만약 벵에돔이 2m 수심층에서 문다고 판단되면 밑밥 던질 지점은 목줄 길이의 2/3지점인 C가 됩니다.
- 벵에돔이 3m 수심층에서 문다고 판단되면 D지점에다 투척합니다.
- 벵에돔 입질 수심층이 4m라고 판단되면 찌보다 1m 앞인 E지점에 투척합니다.
이런 식으로 벵에돔 수심층에 따라 밑밥 뿌리는 지점을 계산한다면 보다 수월한 밑밥 동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예제는 '조류가 없거나 미약한 상황'이라는 전제하에서입니다.
조류가 흐를 때 밑밥 품질하는 지점
만약 포인트에 조류가 일정 속도로 흐른다면? 밑밥의 품질 지점은 조류 상류 쪽으로 수정해서 던져야 할 것입니다. 조류 속도야 그때마다 다르지만, 속도에 따른 기준점까지 마련하기는 어렵고요. 여기선 어느 정도 방방한 속도를 낼 때(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을 때)를 기준으로 밑밥을 뿌리는 지점을 표시해 봤습니다. 우선 벵에돔 입질 수심층에 따라 투척하는 지점이 달라진다는 건 <<그림 1>>과 같습니다. 여기에 조류가 방방하게 흘러간다는 가정을 했을 때.
- 벵에돔이 1m 수심층에서 입질한다고 판단되면 B지점에서 50cm 떨어진 조류 상류 방향에 투척
- 벵에돔이 3m 수심층에서 입질한다고 판단되면 D지점에서 1.5m 떨어진 조류 상류 방향에 투척
- 벵에돔이 6m 수심층에서 입질한다고 판단되면 G지점에서 3m 떨어진 조류 상류 방향에 투척
이런 식으로 진행합니다. 조류 상류방향으로 얼마나 떨어트려 던질지는 "입질 수심층/(나누기)2"로 계산합니다.
※ 이 방법은 '박진철 프로의 테크니션'에 소개된 내용이며 그것을 인용해 제가 조금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밑밥과 미끼가 수중으로 내려가는 속도 비교
- 밑밥 크릴은 1m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초
- 미끼 크릴은 바늘 무게까지 더하므로 1m 내리는데 10초
물론 그날의 조수 상황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 변동은 있지만, 대략적인 기준점은 그러합니다. 이러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밑밥 동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미끼가 떨어진 곳에다 밑밥을 뿌리면 같이 내려갈 것 같지만, 실상은 서로 간에 내려가는 속도가 다르므로 동조가 잘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는 '0(제로)'찌에 '무봉돌 채비'를 전제로 합니다. 00(투제로)나 000(쓰리제로) 채비에다 봉돌을 물려 빠른 입수를 한다면 밑밥과 미끼의 동조시간을 비교적 길게 이어나갈 수 있으나, 여기서는 우리가 평상시 사용하는 제로찌 무봉돌 채비를 기준으로 잡았다는 점, 참고하십시오.
예를 들어 3m 수심층에서 동조를 시켜야겠다고 가정한다면, 밑밥 크릴은 3m 수심층에 도달하기까지 45초가 걸리며, 미끼는 30초가 걸립니다. 여기서 생기는 시간 차는 약 15초가량인데요. 이론상으로는 밑밥을 투척한 후 15초 뒤에 캐스팅하면 3m 전후 수심층에서 동조가 이뤄집니다. 요즘 나온 찌 중에는 밑밥 크릴이 하강하는 속도와 최대한 비슷하게 내려가 동조 시간을 오랫 동안 유지시켜 주는 타입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잠수찌 채비를 사용할 경우라면 그 시간 차는 좀 더 줄어들 것입니다. 15초의 반절인 5~8초 수준으로, 채비 내림을 시도할 때 밑밥을 던지고 약 5~6초 정도 세고 나서 캐스팅하면 3m 수심층에서 입질을 받아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이 경우는 벵에돔이 3m 수심층까지 올라와서 입질한 상황일 때만 해당하겠지요.
#. 밑밥 동조를 방해하는 요소들
1) 바람 → 지속해서 어신찌와 원줄을 밀어 채비가 당겨지고 미끼가 떠오르게 함.
2) 강한 너울과 포말 → 원줄을 당기게 해 역시 미끼가 떠오르게 함.
3) 밀려드는 조류 → 횡조류는 크게 상관없는데 안으로 밀려드는 조류는 밑밥띠에서 채비를 벗어나게 하는 원인.
4) 정확도가 떨어지는 품질 → 내가 원하는 지점에 각 변의 길이가 1m인 가상의 삼각형을 만들고 그 안에 밑밥을 넣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
위 세 가지에 대한 대처법이 있기는 하지만, 입문자용으로 쓸 내용은 아니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쓰겠습니다. 중요한 건 위 세 가지 상황을 참작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3)번을 예로 들면 밀려드는 조류를 십분 고려해 캐스팅을 넉넉히 멀리 던져서 천천히 밑밥띠 속으로 진입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동조되는 시간이 극히 짧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
벵에돔 낚시는 '밑밥 동조'와의 싸움입니다. 밑밥 동조가 되어도 최대한 길게 동조하면 할수록 입질 확률은 높아지겠지요. 그러기 위해 꾼들은 많은 연구를 하며 저마다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낚시를 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벵에돔 낚시지만, 또 어쩔 땐 상황이 좋아 쉽게 낚이기도 합니다.
벵에돔은 하루에 수십 번이나 입질 수심층이 바뀐다고 하지요. 그 수심층을 빨리 찾아내어 내 미끼를 벵에돔 입 앞으로 배달하고 거기서 밑밥 동조를 이끌어내는 능력. 그래서 벵에돔 낚시는 90%가 '실력'이라고 말하며, 실력을 가르는 토너먼트 대회의 주 대상어가 벵에돔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초심자들에겐 꽤 어렵게 다가오겠지만, 찬찬히 곱씹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알아도 필드에서 곧바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거에요. 우선 밑밥 품질이 정확해야 하며 채비 내림과 동조에 자신이 붙어야 합니다. 7~8월 벵에돔은 상층으로 자주 부상한다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떤 날은 바닥층에서만 낚여 뜬 벵에돔만 잡아 버릇한 꾼들이 고전하기도 하는데요. 이 내용을 토대로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을 찾아내 어떤 상황에서도 "옆 사람은 못 낚는데 나만 낚는" 짜릿한 순간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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