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산토리니에 도착

"미코노스는 제주도 같고, 산토리니는 울릉도 같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는 버스에서 든 생각은 대략 이랬습니다. 이때만 해도 섬 지형이 주는 인상만으로 산토리니를 판단했고, 날이 밝기 전까지는 그러한 생각이 유효했습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가이드와 미팅 시간을 가집니다. 4박 5일간 산토리니 여행을 안내해 주실 분인데요. 어디서 왔느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하자, 갑자기 안도의 표정을 짓더니 '중국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속삭입니다. 전에 중국인들을 가이드하면서 데인 경험이 있었던 듯한데요. 이번에 산토리니 4박 5일 여행은 30여 명이 신청했는데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대만, 홍콩, 중국인들이었습니다. 그만큼 산토리니가 최근 중화권에서 뜨는 여행지로 주목받는가 봅니다.



호텔 부지가 넓은 관계로 카트를 타고 이동합니다. 객실까지 데려다준 운전사와 짐을 실어다 준 운전사에게 팁을 드립니다. 팁은 5유로씩 드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안 주면 쭈뼛쭈뼛 서 있음 ㅎㅎ)



우리 식구가 쓸 방입니다. 오른쪽 방은 처형과 조카가, 왼쪽 방은 우리 가족이 묶고, 동생과 후배는 몇 미터 떨어진 방에서 묶기로 합니다. 그런데 방 배정이 좀 그래요. 이 넓은 호텔에서 가장 구석에 몰아넣은 듯한 기분, 저만 느낀 건가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과 대만인 관광객들도 우리처럼 구석에 몰아버리는 식으로 방을 배정했습니다.



환영 행사가 있어서 다시 걸어 나오는데요. 이곳은 호텔이 가진 4~5개의 풀장 중 하나입니다.



풀장 주변으로는 전부 백인들뿐. 역시 동양인만 풀장 없는 구석으로 몰아넣은 느낌. ㅎㅎ 산토리니 엘그레코 호텔. 우리가 저렴하게 왔으니 참는다. (나중에 대만 쪽 사람들이 이 문제로 클레임을 걸었다고 합니다. 잘못하면 인종차별 문제로 비화할 조짐)



산토리니 4박 5일 여행을 신청한 분들은 모두 레스토랑으로 집결.



기분이 좀 그랬지만, 어쨌든 레스토랑에는 좋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여행의 시작에서 한껏 들뜬 유쾌한 잡담이 끊이질 않습니다.



어른들은 산토리니에서 유명하다는 화이트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조카와 딸은 주스로.. 중간에 중국인지 홍콩인지 모를 아주머니가 중국말로 말을 걸어오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바디랭귀지 하려다가 동생한테 맡기고 포기.  



여느때 같으면, 쌍꺼 없는 작은 눈을 가진 동양인 여자아이가 너무 귀엽다며 관심을 보이거나 사진을 찍자고 할 법도 한데 여기는 죄다 동양인이라 관심 하나도 안 줌. ㅎㅎ 환영회라곤 하나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가이드가 와서 4박 5일 일정을 한 번 읊어주고, 주의사항 전달하는 정도. 



장소를 옮겨 호텔 측에서 제공하는 저녁 뷔페를 먹기로 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4박 5일 산토리니 여행은 4성급 호텔 숙박과 함께 조식 5회와 석식 2회, 선셋 크루즈 투어, 산토리니 주요 스팟을 둘러보는 sightseeing, 와이너리 투어를 포함합니다. 가격은 너무 저렴해서 비밀. ㅎㅎ



엘그레코 호텔은 조식 뷔페에 대한 혹평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녁 뷔페라 약간의 기대가 있었는데요. 이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섯 개의 용기에 담긴 내용물은 모두 그릭 샐러드의 기본 재료인데 이걸 뭐하러 따로 담아놨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섯 개의 용기도 모자라 여기에 추가로 샐러드 재료들을 담아 놨는데요. 중복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좀 전에 그릭 샐러드 재료를 여섯 개로 나누어 담았는데, 왼쪽 상단 그릇에는 또 그걸 합쳐 놓았군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내놓을 음식이 없으니 가짓수라도 부풀리겠다는 귀여운 발상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ㅎㅎ
 


그래서 메인 요리는 뭘까? 하고 보는데 리본 모양의 파스타인 파르펠레와 베이컨 크림소스가 그나마 먹을 만 해 보이고요.



그리스 전통 음식으로 보이는 닭고기와 돼지고기 요리도 있습니다.



구운 버섯과 밥, 감자도 보이는군요. 뷔페는 이게 전부입니다. 놀라운 것은 물과 음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모두 유료입니다. 컥~ 그래요. 싸게 왔으니 싸게 먹는 거죠.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왜냐하면, 호텔 측은 기본으로 받는 객실료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단체 관광 손님을 받았습니다. 식사도 제공하겠다고 여행사와 합의했지만, 대신 물과 음료는 사 먹어라 정도의 조건을 붙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아래쪽은 그리스의 전통 디저트인 '바클라바(baklava)'입니다. 겹겹이 쌓은 필로 반죽에 버터를 바르고 각종 견과류와 설탕으로 속을 채운 터키의 디저트죠. 여기선 또 그리스가 원조라 하겠지요. 터키와 그리스 간의 지긋지긋한 원조 전쟁은 음식 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처음에는 빵과 버섯, 샐러드 위주로 식사하다가



위장이 워밍업을 마치니 본격적으로 담아옵니다. ^^; 기대를 접어서 그런가요. 고기와 감자가 생각보다 먹을 만합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배가 고팠는지도 모릅니다. 미코노스에서 산토리니로 이동하느라 중간에 군것질한 것을 제하면, 식사라 할 만한 게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산토리니에서 첫날 밤이 저물고 있습니다.



다정하게 걷는 두 모녀. 제 블로그에서 뽀로로 낚싯대 들고 나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꼬마 숙녀가 된 조카.



산토리니 여행 2일 차, 오전


호텔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한 우리는 근처 풍경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피러 나왔습니다. 저 아래는 절벽이고 평탄하게 이어지다가 다시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바다로 이어지는 식인데요. 사진에 담긴 대부분 땅이 사람 발길도 닿지 않는 곳입니다. 산토리니란 섬 자체가 화산 분지라 이곳의 삶의 터전과 관광지 모두 섬 꼭대기에만 형성되어 있습니다.



크루즈 뒤편에 보이는 섬 또한 예전에는 산토리니와 한 몸이었는데 화산 활동으로 인해 가운데가 푹 꺼지면서(크루즈가 있는 자리) 지금과 같은 섬 지형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현지에서는 저 섬을 '니아 카메니(Nea Kameni)'라고 부르는데요. 칼데라 중심에서 튀어나온 것이기에 지금은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진흙, 유황을 볼 수 있으며 수온이 따듯해 요트 투어의 수영 명소로 알려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정박한 배가 몇 대 보이는데요. 대부분 요트 투어로 바다가 잔잔한 내해(內海)에서 수영을 즐기기 좋은 포인트죠. 바로 앞에 보이는 두 개의 바위는 어떤 사연이나 명칭이 있을 것처럼 생겼습니다. 





산토리니에는 이런 도마뱀을 흔히 봅니다.



나무에 덕지덕지 붙은 달팽이도 말이죠. 우기를 제하면 일 년 중 비 오는 날이 5~10일밖에 안 된다니 말라 죽은 건가 싶었는데요. 놀랍게도 모두 살아있었습니다. 한동안 물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나 봅니다. 자연의 신비는 대단해요.

 

호텔에서 피라 마을까지는 약 700~800m. 편도로 15분은 걸어야 합니다. 이래서 제가 렌터카를 빌려야 할지 고민한 건데요. 여행 후반에서야 깨달았지만, 안 빌리길 참 잘했습니다. 산토리니에서 렌터카 여행 잘못했다가는 크게 고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느꼈으니까요. 그 이유는 다음에 기회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날 오후는 선셋 요트 투어가 있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전뿐입니다. 원래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산토리니에서 유명한 케이블카를 타려 했지만,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케이블카라 쓰인 이정표에 낚여서 잘못 들어옴) 엉뚱한 곳에서 풍경이나 감상하는 중입니다.



보기에는 한산한 주택가 골목 같지만, 대부분 호텔이나 레스토랑입니다.



피라 마을도 미코노스의 호라 마을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데 웅장한 기암절벽과 해수면의 높이에서 벌써 많은 차이가 납니다. 혹자는 미코노스나 산토리니나 둘 다 비슷비슷해서 한 곳만 둘러봐도 된다고 하는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집이나 건물 분위기만 비슷할 뿐, 나머지는 전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다른지는 앞으로의 여행기를 통해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포기합니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길을 헤매느니 차라리 카페에서 쉬기로 합니다. 이때가 6월 초인데도 한여름처럼 더워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아이들도 힘들어하네요. 이제는 아무 곳에나 들어가 좀 쉬어야겠단 생각뿐.



딸도 힘들었나 봅니다. 주스를 벌컥벌컥~



정원 그늘에 한동안 앉아 있으니 몸도 축 늘어지고 조금 춥기까지 합니다. 우연히 들른 카페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 따로 글을 써두었으니 참고하세요. (관련 글 : 주변 시선 강탈하는 산토리니의 예쁜 정원 카페)



산토리니 피라 마을

더는 돌아다닐 체력도 시간도 없어 바로 숙소로 향합니다. 피라 마을만 본다면 이곳이 정녕 산토리니인지 알기 힘들 것 같아요. 지금은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저녁이면 명동만큼 북적이는 골목으로 변합니다. 



호텔로 향하던 중 슈퍼마켓을 발견합니다. 숙소에서 마실 맥주와 생수는 여기서 구입하고요.



다시 호텔까지는 700m 정도 걸어야 합니다. 호텔 위치가 좀 애매하죠. 어른들끼리 걸어 다니는 건 문제가 아닌데 어린 딸과 함께 걸으려니 대부분 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어 죽겠지만, 이 와중에 보이는 저 차는 멋지네요.



엘그레코 호텔, 그리스 산토리니

호텔은 여전한 모습입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풀장을 중심으로 백인들이 선텐을 즐기는 모습. 이곳 산토리니를 휴양하러 왔나 싶기도 하고요. 우리 숙소는 저 끝에 건물을 지나 계단을 밟고 내려간 다음, 거기서 왼쪽으로 좀 더 걸어가야 닿는 외진 곳입니다. 워낙 구석진 자리다 보니 한 번씩 오갈 때마다 힘듭니다.   



점심은 그토록 고대하던 짬뽕 라면.



이 시뻘건 국물, 바로 이걸 기대했다는 것 아닙니까. 며칠 동안 그리스 음식만 먹고 살아서 어찌나 얼큰한 국물이 당기던지. 



후루룩 몇 번 하니 식사가 끝나고 마네요. (허탈~) 나트륨 섭취를 피하고자 평소 국물을 안 먹는 편인데 이날은 다 비웠습니다. 그간 느끼했던 기운을 전부 씻어낸 기분이죠. ^^;  



오후 2시, 호텔 픽업 

이번 그리스 산토리니 여행에서 하이라이트인 선셋 요트 투어를 떠날 시간입니다. 버스부터 좋은 느낌.



버스로 해안가 절벽 길을 타고 내려가는 중인데 창밖 풍경이 아찔합니다. 이럴 땐 꼭 울릉도 같다는 ㅎㅎ





우리가 처음 산토리니에 도착한 항구에서 지금은 페리가 아닌 요트를 타고 출발합니다. 산토리니로 여행 오면 꼭 해야 한다는 요트 투어, 우리가족 인생 여행이 되었던 그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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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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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수꽝조사
    2017.07.14 23:0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중국인들이 에티켓이 많이 부족해서 외국가면 좀 눈쌀을 찌뿌릴때가 많은거 같아요. 예전에 중국인들과 섞여서 우리 가족만 한국사람이었는데 외국인 가이드가 중국인들 넘 말안듣고 자기 멋데로라 열받아서 우리만 보란듯이 잘 챙겨준 기억이..
    아마도 중국권 사람들이 너무 시끄럽고 에티켓이 없어서 한쪽으로 몰았나 싶네요. 그래도 인종차별적인 문제도 약간은 있었을거 같네요.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라 좀 참아주고 즐기면 최고 아닌가 싶네요.ㅎㅎ
    • 2017.07.17 00:5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단체 여행이 많다보니 꼭 이탈하거나 개인행동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전반적으로 시끄럽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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