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 근처, 그리스 아테네

 

이곳은 신들의 고향이자 문명 발상의 중심지인 아테네.

 

 

아테네에서도 중심가인 아크로폴리스 근처 주택가 골목입니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주로 다니는 거리로 약간의 상점과 아파트, 주택가 등이 밀집되어 있죠. 아테네에 도착한 우리가 첫 끼니를 위해 찾아야 할 레스토랑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제가 준비한 식당 리스트가 없어서 현장에서 간판만 보고 '감'으로 들어가야 했죠. 그래서 즉흥적으로 들어간 곳은 간판도 잘 보이지 않은 '발코니(Balcony)'란 레스토랑입니다.

 

혹시나 해서 트립 어드바이저로 검색해 보니 무려 12위. 아테네에 소재한 3,230곳의 레스토랑 중 12위를 차지했으니..

물론, 순위는 어디까지나 순위일 뿐이지만, 외국인 여행자들의 순수 평가로 매겨진다는 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출발이 좋습니다.

 

 

어두 컴컴한 계단을 밟고 올라오자

 

 

바가 나옵니다.

 

 

자연 채광이 들지만, 실내는 무척 어두워 발코니란 상호가 무색한가 싶었는데

 

 

이곳에 나오니 이름 그대로 발코니 같은 야외 그늘에 식사하는 분위깁니다. 때는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대라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래는 메뉴판입니다.

 

 

 

개인적으로 딱 좋아하는 메뉴판 스타일입니다. 사진이 없고 심플하면서 설명은 간단명료해 한번 읽으면 그 음식이 머릿속으로 상상이 되죠. 메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 집의 전문성을 기대하게 합니다. 저예산 메뉴판이지만, 시즌별로 메뉴를 갈아엎어야 하는 다이닝 레스토랑에는 적절해 보입니다. 메뉴가 많지 않으니 음식을 주문해야 할 우리의 고민도 상당 부분 덜어주고요. 게다가 가격이 꽤 착합니다. 

 

지금까지 비싼 관광지에서만 놀아서 그런지 아테네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이 집이 조금 저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트립 어드바이저 평가에는 저렴하면서 음식이 출중했다든지, 가격 대비 좋았다는 칭찬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입니다.

 

 

우선 물부터 주문하고요. 푸른 생수병이 뭔가 있어 보여 당연히 돈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그리스의 대부분 음식점은 물도 사 먹어야 합니다.) 물은 무료랍니다. 물이 무료라는 말이 왜 그리 반갑고 감동적인지 ^^;

 

 

생맥주가 있다고 하여 주문해 보았습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3~4천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

 

 

아테네에서의 2박 3일 일정이 이것으로 시작됩니다. 남은 여행도 안전하고 탈 없이 끝나기를 위하여!

 

 

식전 빵(무료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음)

 

서비스 1

 

때는 손님이 없을 때라 레스토랑 사장이 직접 서빙하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해 우리와 말을 몇 번 섞고 나서는 멀리서 왔으니 서비스라며 이런 걸 줍니다. 다들 뭐야? 하고 하나씩 가져가 맛을 보는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 음식이지만, 맛은 꽤 익숙합니다.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맛이 풍부했지요. 딜(허브)의 향기로움도 좋습니다. 입에 착 감기는 맛이네요.

 

 

이걸 빵에 발라먹으니 오~

 

 

테이블에는 이런 앙증맞은 올리브 오일이 한 병씩 비치되어 있는데요.

 

 

향이 궁금해 맨빵에 뿌려 먹는데 이것도 오~ (개인적으로 이게 더 좋음) 집에서도 올리브유를 뿌려 먹는데 왜 이 맛이 안 날까? 올리브유가 말입니다. 향의 질이 다릅니다. 목구멍에 넘어간 이후로도 향의 여운이 한동안 남아있었으니 국내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대체 뭔가 싶기도 하고요. 미식이라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이런 것도 현지 음식을 통해 얻는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시금치, 캐러멜라이즈한 서양 배, 치즈 브래드롤을 곁들인 발코니 샐러드, 8.5유로(약 11,000원)

 

서양배를 얇게 슬라이스해 튀겨서 올린 시금치 샐러드입니다.

 

 

드레싱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이럴 땐 관련 지식이 부족한 제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냥 너무 맛있다는 둥 대박이라는 둥 판에 박힌 표현 외에 달리할 수 없는 이 상황이 굉장히 짜증납니다. 당시에는 사진 찍고 맛 보느라 드레싱에 뭐가 들어갔는지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느낀 맛으로는 서양배를 졸여서 만든 드레싱으로 보이는데 시금치와 정말 잘 어울렸죠.

 

 

허브와 펜넬 소스를 곁들인 바삭한 닭 구이, 11.5유로(약 15,000원)

 

또 닭이야? 누가 시켰어? 하면 이번에도 우리 아내죠. ^^; 각자 알아서 시키라고 하면 메뉴판 읽다가 혼절 직전까지 와서 제가 한바탕 정리를 하거나 정해줘야 하는데 이럴 때 가장 만만한 음식이 영어로 Chicken이라 쓰여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여간 한국에서도 지겹게 먹는 닭, 여기서 뭘 어떻게 만들어도 닭은 닭이지 싶은데..

 

 

음.. 맛있군요. 펜넬 소스를 이때 처음 맛보았는데 묘한 중독성이. 그리고 조리한 부위가 가슴살로 보이는데 퍽퍽하지 않아서 또 한 번 놀랐고.

 

 

훈제한 전통 치즈 'Klostotiri'를 곁들인 그릭 시푸드 리조토, 12.5유로(약 16,500원)

 

형태는 영락없는 누룽지 죽인데 훈제한 전통 치즈가 들어간 시푸드 리조토라니. 맛보기 전에는 안 믿기는 비주얼.

 

 

흠.. 이것도 맛은 있네요. 개인적인 아쉬움은 리조토 쌀이 제가 아는 굵고 통통한 품종과 거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지은 밥으로 만든 듯한 뭉개짐이 오히려 아이들이 먹기에는 부드럽고 좋을 수 있지만, 씹힘이 부족한 건 한국인의 취향으로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을 제하고 맛으로만 본다면, 고소하고 향긋한 리조토였지요.  

 

 

토마토 파스타, 가격 미정

 

메뉴판에는 없는 토마토 파스타입니다. 담음새가 '나는 파스타'라고 말하는 듯 아주 심플하지요. 조카와 어린 딸 때문에 혹시 만들어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는데 아주 쿨하게 해주셨습니다. 가격은 정확히 얼마를 받았는지 영수증을 뒤져봐야 알 수 있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만 원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입을 대지 않아서 맛을 모르고요. 식구들이 맛있게 먹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스 전통 치즈인 'ladotiri'를 이용한 크림과 스위트 파프리카, 버섯을 곁들인 'trahanoto' 파스타, 10유로(약 13,000원)

 

리조토가 아닌 'trahanoto'라 불리는 알갱이 모양의 파스타입니다. trahanoto(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국내 포털에서는 검색도 되지 않는데 그리스어로 추정합니다.

 

 

꾸스꾸스를 닮았는데 꾸스꾸스보다는 알갱이가 크면서 식감이 제법 있습니다. 자세한 맛을 메모해 두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기억이 희미하네요. 분명한 것은 접시를 쌱 비웠다는 것. 졸인 육수의 맛이 잘 배여 있었습니다.

 

 

지중해 허브와 블랙 앵거스 비프 2인분, 28유로(약 37,000원)

 

2인분치곤 나쁘지 않은 가격입니다. 훈제 파프리카 가루가 뿌려진 감자와 적당히 구운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가지 등을 곁들여 구성이 푸짐해 보이지요. 고기와 잘 어울리고 파프리카는 단맛이 뛰어납니다. 고기보다 구운 채소 먹는 즐거움이 은근히 있었던 음식이랄까.

 

 

속살 사진이 심하게 흔들려 올리지 못했는데요. 미디엄 레어로 주문했는데 잘라보니 좀 더 익혀서 나온 점이 아쉽지만, 가격 대비 푸짐하고 맛도 좋아 모두가 즐겁게 나누어 먹을 수 있었던 요리입니다.

 

 

채소를 곁들인 바다 소금 농어구이, 16유로(약 21,000원)

 

마지막으로 농어 요리입니다. 몇달 전, 제가 만든 도미 머리 소금구이를 떠올리는 그런 형태인데요. 소금 반죽에 감싸 오븐에 구워 육즙을 보존하는 방식이죠.

 

 

작은 망치로 톡톡 두들기며 소금 반죽을 깨자 농어의 자태가 드러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농어와는 생김새가 약간 다릅니다. 지중해에 서식하는 농어의 일종으로 보이는데요.

 

 

크기도 30cm를 겨우 넘기는 깔따구라 과연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합니다.

 

 

사장님이 직접 속살을 발라 접시에 옮기는데 아니 껍질을 비롯해 나머지를 전부 가져가 버리는 게 아닙니까. 이 아까운 걸 버리시려고? 혹시 그리스에는 생선 껍질을 먹는 문화가 없나요? 아니면 껍질은 너무 짜서 그런 걸까요? 생선에 껍데기가 제일 맛있는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소금 반죽이라 표면이 짤 수는 있겠지만, 잘 털어서 살과 함께 먹으면 밸러스가 맞을 것도 같은데.. 

 

 

어쨌든 제 앞에 놓인 것은 농어 살만 덩그러니.. (이 문화적 충격 ㅠㅠ)

 

 

소스 없이 그냥 먹자니 심심해서 올리브유를 뿌렸습니다. 좀 낫네요. 소금이 살 속까진 파고들지 않으니 간이 맹한 느낌. 확실히 소금 반죽에 의한 복사열로 구워내 살은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먹다 보니 살짝 거슬리는 흙내가 나는군요.

 

지중해 농어라고 해서 그 습성이 어디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린 농어는 기수역을 좋아하죠. 즉, 바닷물과 강이 만나는 하구 혹은 강 하류까지 들어와 그곳의 수생생물을 먹고 자라는데 대게 그런 곳의 환경은 뻘바닥입니다. 이 농어에서 나는 뻘내도 그런 생태와 연관이 있을 겁니다. 이 농어가 성체로 자라면 맛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어린 농어구이는 부드럽고 촉촉한 것 외에 별다른 매리트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 국민의 식습관 중 하나가 고기나 생선 등의 단백질을 주식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밥이 있어야 하고 국과 찌개가 나와야 하며, 생선은 뭘 어떻게 조리해도 반찬 정도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외국은 다르죠. 이걸로도 한끼 식사가 됩니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한다 치더라도 어린 농어의 흙내는 더더욱 주식으로 삼기가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런 채소와 함께 먹는 생선 요리가 건강식임에는 부인할 수 없겠지요. 그야말로 먹으면 몸이 건강해질 것 같은 맛입니다. 계속 이렇게만 먹으면서 하루 30분씩만 조깅한다면 살 빼는 건 시간문제인지도요. ^^

 

 

서비스 2

 

우리가 후식은 따로 시키지 않았는데 사장님이 서비스라며 이런 음식을 주고 가셨습니다.

 

 

맛있네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명료한 표현입니다. 특별히 기름진 식사를 하진 않았지만, 그릭 요거트 기반의 디저트로 입안을 깔끔히 정리해줍니다. 

 

성인 다섯에 아이 둘로 맥주까지 해서 총 가격은 약 15만 원. 아마 미코노스나 산토리니에서 이렇게 시켜 먹었다면 20만 원은 족히 넘어갔을 텐데 이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위치 공유합니다. 사진에 하늘색 M(매트로)은 아크로폴리스 지하철역인데 거기서 도보로 5분이면 닿는 위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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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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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6 2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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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어 요리가 ~ 독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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