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박 11일 그리스 여행 목차

어린 딸과 함께한 9박 11일 그리스 가족 여행(프롤로그)

인천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의 특별 기내식 이용 후기

두바이 여행(상),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전망대 풍경

두바이 여행(하), 스케일과 분위기로 압도하는 두바이몰

그리스 여행(1), 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의 첫인상은 이런 느낌

그리스 여행(2), 대충 찍어도 그림이 되는 곳, 리틀 베니스

그리스 여행(3),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리틀 베니스의 석양

그리스 여행(4),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코노스의 골목길

그리스 여행(5), 미코노스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

그리스 여행(6), 색다른 경험이었던 산토리니행 페리 여행

그리스 여행(7), 산토리니와 처음 마주한 장면들

그리스 여행(8), 우리가족 인생 여행이 된 산토리니 선셋 요트 투어

그리스 여행(9), 절대 놓칠 수 없는 풍경, 선셋 크루즈의 환상적인 석양

그리스 여행(10), 산토리니의 숨은 여행지, 예술의 기운이 넘치는 피르고스(Pyrgos) 마을

그리스 여행(11), 가는 길은 지옥 도착하면 천국인 곳, 아무디베이

그리스 여행(1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아마을의 석양

그리스 여행(13), 특별한 경험이었던 산토리니 와이너리 투어

 

 

 

이아마을, 그리스 산토리니

 

와이너리 투어를 마친 우리는 이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이자 산토리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될 이아마을로 향했습니다. 4박 5일 동안 산토리니에 머물면서 이아마을을 세 번이나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첫 번째는 선셋 크루즈를 타고 해상에서 감상, 두 번째는 시외버스 타고 와서 굴라스 성채에서 감상, 그리고 오늘은 단체로 투어 버스를 타고 와 선셋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선셋을 모두 성공적으로 바라본 저로서는 오늘 선셋이 어떻게 되든 여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셋보다는 이아마을의 주요 포인트를 다녀보기로 합니다. 위 사진은 남쪽을 향해 바라본 풍경인데 이미 해가 기울면서 그늘이 지고 있습니다.

 

 

이아마을은 늘 이렇게 복잡하군요. 사진 포인트가 되는 곳에는 여지없이 사람들로 붐빕니다. 대체 뭘 찍으려고 저렇게들 서 있나 싶어 우리도 군중심리에 휩쓸려 줄을 섭니다. 그랬더니..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낯익은 풍경입니다. 짙푸른 에게해를 배경으로 교회 십자가와 종이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것처럼 묘사된 사진을 일전에 본 기억이 납니다. 산토리니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 같고요. 또한, 이곳에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할 핫 스팟이 있었으니

 

 

해가 지면서 따듯한 빛을 받게 될 이아마을의 멋진 장관.

 

 

그중에서도 흰색 건물에 파란색 지붕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는 것은 이아마을에서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일 것입니다. 

 

그나저나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성분 말입니다. 친구분과 함께 저 자리를 한동안 독식하고 계시는데요. 문제는 저 자리가 베스트 포인트라 뒤에 사람들이 차례를 지키면서 줄을 서고 있거든요. 제 뒤로 줄이 한가득인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 찍기에만 몰두합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올 기미가 없자 보다 못한 제가 나섰습니다.

 

 

 

"이봐요 아가씨. 거 적당히 찍으셔야지. 뒤에 줄 안 보이세요?"

"어머 죄송해요. 줄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같은 상황은 오직 상상에만 그치고(...) 이 배경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베스트 드레서인 만큼 원하는 사진 마음껏 찍어갈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응원을(뭐래니 ^^;) 흠흠(헛기침). 어쨌든 시간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없자 바로 뒤 우리 가족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오고. 저는 조금 더 감상하자.. 아니 기다려보자는 입장이고(...)

 

 

한참 찍다가 친구분과 교대합니다. (드레스코드까지 인생 사진 제대로 찍으려고 마음먹고 오신듯 ^^)

 

 

멋지시죠. 저는 이분들과 눈 사인을 주고받으며 카메라에 담겠다는 암묵적인 합의를..(대신 초상권은 보호하기로) 드레스코드에 모자까지 이 근방에서는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신 두 분께 감사드리며. 나오면서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자리를 오래 차지해 약간 미안해하는 눈치입니다. 으레 한국분인 줄 알고 있었는데 말을 들어보니 중화권이군요.

 

 

이어서 우리 식구들도 여기서 인생 사진을 찍긴 했는데 뒤에 줄이 늘어나고 있으니 눈치가 보여 후다닥 찍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래도 잘 나왔다 조카야 ^^

 

 

급하게 찍은 와중에 건진 가족사진. 제 사진이 걸어 다니면서 찍는 워킹 사진이라서 말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급하게 찍을 때는 흔들림을 경계해야 해서 ISO를 평소보다 한두 스텝 더 주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노출도 엉망이고 여러가지로 미달 함량인 사진이지만, 그나마 흔들림은 피할 수 있으니 나중에 액자용이든 출력용이든 쓸 수 있을 겁니다.

 

 

해는 어느덧 수면을 향해 내려가면서 온 세상을 오랜지 빛으로 물들입니다. 이아마을은 사람이 지은 건축물의 산물이지만, 지금은 모든 게 조화로워 보입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건물까지 모든 게 말이죠.

 

 

해를 볼 수 없는 반대편은 텅텅 빈 느낌입니다.

 

 

여기서 잠시 머뭇거리자 같이 사진 찍자며 오랍니다. 바구니에 동전과 지폐들이 보이네요.

 

 

남은 잔돈을 좀 드리고 사진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그리스의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을 향해 갑니다.

 

 

어제도 이곳을 지나다 저분을 보았는데요. 몇 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서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싶습니다. 딸내미가 꽃잎을 만지려하자 갑자기 움찔하셔서 놀랬던 기억. ㅎㅎ

 

 

이아마을 광장에 있는 멋지고 아담한 교회. 종교를 가지지 않는 이들도 이런 모습에서 성스러운 마음이 절로 생길 것 같습니다.

 

 

아틀란티스 책방은 이아마을에서 제법 유명한 명소 중 하나입니다. 각종 오래된 책. 레어품, 예를 들면, 해리포터 같은 유명 책의 오리지널 원판을 보유한 곳으로도 알려졌지요. 시간이 되면 이곳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이때는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해 떨어지는 장면을 보려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이런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오는 동안에도 몇몇 카페와 레스토랑에 들렀는데요. 식사를 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가야 했습니다.

 

지금부터 받는 손님은 식사 손님이죠. 식사를 시켜야 돈이 되니 해 떨어지는 2시간 동안 차만 시키고 자릴 지키면 당연히 손해가 납니다. 레스토랑에선 당연한 처사인 거죠. 그러나 거절을 하더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곳에는 레스토랑인지 카페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한 곳이 많습니다. 대부분 선셋을 감상하려는 손님들로 만석이죠.

 

어떤 곳은 차만 시켜놓아도 되길래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거절당했는데요. 같은 거절이라도 좋게 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겠지요. 말투와 표정에도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묻어날 테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 지금은 식사 메뉴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이 시간에 차만 마시겠다고? 안돼."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차이가 크겠지요. 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비록 한 군데가 그렇게 했어도 이아마을 이미지가 썩 좋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러다가 찾은 보석 같은 곳. 그 미어터질 것 같은 굴라스 성채에서 아이들과 함께 선셋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카페를 찾다 찾다 이곳까지 왔는데요. 다른 곳은 전부 만석인데 이곳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지 자리가 많이 비어 있고 전망도 좋습니다. 뒤쪽에 앉아계신 커플이 낯익은데요. 다름 아닌 4박 5일간 산토리니 여행을 진두지휘했던 가이드입니다. 진두지휘라곤 했으나 실제로는 남친(혹은 남편)과 함께 관광객들과 한데 섞여 여행을 즐기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일을 하시죠.  

 

 

더우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싶은데 그리스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란 메뉴 자체가 없습니다. 차선책으로 주문한 것이 에스프레소 프레도인데요. 이 집 것은 평범했지만, 먼젓번 카페서 맛본 건 깜짝 놀랄 만한 맛이었죠. 옆에는 블루 어쩌구 하는 슬러시인데 그 맛이 기가 막힙니다. 세상에 우리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슬러시 맛과 똑같아서 ㅠㅠ

 

 

본격적으로 일몰이 시작되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숨죽이며 바라봅니다. 이아마을의 선셋 하면 굴라스 성채를 떠올리지만, 그곳은 최소 2시간 전에 자리 잡지 않으면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굴라스 성채가 아니더라도 이아마을 골목길 곳곳에는 선셋을 보려는 인파로 가득하죠.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앉아 선셋을 감상할 자리가 그렇게 없을까? 하다가 한 군데는 식사를 주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아서야 했고, 그나마 전망 좋은 카페는 만석입니다. 이제 우린 어디로 가야 하나? 거의 반포기하고 나오는데 버스 터미널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던 중에 발견한 이 카페.

 

 

세상에 이 좋은 곳을 놔두고 저쪽에서 옥신각신 자리 싸움할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혹시 모르니 이 카페 위치를 공유하겠습니다. 저는 자상하고 친절한 사람이니까

 

 

편안하게 앉아 선셋을 감상할 수 있는 'Tramonto All Day Lounge'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매상을 높일 황금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차 손님을 받아주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테이블은 음식을 주문하기도 함) 들어가기 전에 물었습니다. "우린 차만 마실 생각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물론이지, 문제없어" 했던 직원이 생각납니다.

 

 

덕분에 편안히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산토리니의 일몰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굴라스 성채가 세계 3대 선셋으로 유명할진 몰라도,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편히 감상할 수 있는 선셋 포인트로 기억될 것입니다.

 

 

산토리니에서만 3일 연속 선셋을 감상했는데 전부 다 또렷하게 떨어질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아무리 산토리니 날씨가 좋아도 3일 연속 이런 선셋을 본다는 건 복이죠.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저인가 봅니다. ^^;;

 

 

 

 

 

가라앉는 태양, 붙잡을 길이 없고.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이로써 미코노스와 산토리니 일정이 모두 끝나버렸네요. 왠지 아쉬움이...

 

 

이 날은 산토리니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입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저녁 뷔페로 늦은 식사를 합니다.

 

 

메뉴가 바뀌었네요? 반가운 삼겹살 구이가 눈에 띱니다. 이 나라에서는 저렴한 부위에 지나지 않겠지만요.

 

 

커리 소스에 빠진 닭구이. 질기고 뻑뻑했지만, 지친 우리에게 중요한 단백질원이 되었을 겁니다.

 

 

저렴한 느낌이 드는 케이크. 한번 맛보고 옆으로 밀어버렸.... 

 

 

그리스의 전통 디저트가 종류별로 모였습니다. 너무 달아서 전부 맛보기는 어려웠지만

 

 

수프는 직원분이 국자로 퍼주는데요. 그리스 전통 수프인가 봅니다. 토마토 베이스에 고기 육수가 섞인 느낌이고, 간이 절제되어 약간 맹하면서도 독특하군요. 좋게 말하면 이국적입니다. 맛을 떠나 언제 이런 음식을 다 먹어보나 싶기도 하고.

 

 

배가 워낙 고프니 처음에 혹평했던 이 호텔 뷔페도 지금은 술술 넘어갑니다. 이렇게 두 접시를 비우다니..

산토리니에서 마지막 밤을 술로 지새우다 술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가 아니고 내일을 위해 잠을 서두르기로 합니다.

 

 

그리스 여행 8일 차 아침, 딸에게 물었습니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

 

이제 겨우 30개월 된 어린 딸이라 인제 그만 집에 가자고 보챌 줄 알았는데 뜻밖의 답변이 나옵니다. 그리스에 더 있고 싶답니다. 그래서 더 놀다 가자 하였습니다. (어차피 더 있을 예정이면서 ㅎㅎ)

 

이제 공항으로 향합니다. 문명의 발상지 아테네에서 마지막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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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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