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박 11일 그리스 여행 목차

어린 딸과 함께한 9박 11일 그리스 가족 여행(프롤로그)

인천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의 특별 기내식 이용 후기

두바이 여행(상),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전망대 풍경

두바이 여행(하), 스케일과 분위기로 압도하는 두바이몰

그리스 여행(1), 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의 첫인상은 이런 느낌

그리스 여행(2), 대충 찍어도 그림이 되는 곳, 리틀 베니스

그리스 여행(3),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리틀 베니스의 석양

그리스 여행(4),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코노스의 골목길

그리스 여행(5), 미코노스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

그리스 여행(6), 색다른 경험이었던 산토리니행 페리 여행

그리스 여행(7), 산토리니와 처음 마주한 장면들

그리스 여행(8), 우리가족 인생 여행이 된 산토리니 선셋 요트 투어

그리스 여행(9), 절대 놓칠 수 없는 풍경, 선셋 크루즈의 환상적인 석양

그리스 여행(10), 산토리니의 숨은 여행지, 예술의 기운이 넘치는 피르고스(Pyrgos) 마을

그리스 여행(11), 가는 길은 지옥 도착하면 천국인 곳, 아무디베이

 

 

 

해가 수평선에 걸친 시각은 8시 30분. 그러니까 7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은 세계 3대 석양의 일몰 쇼가 펼쳐지게 됩니다. 그걸 보기 위해 6시부터 자릴 잡으러 가는데 이곳에 있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걸어갑니다.

 

 

세계 3대 석양을 보려면 저 멀리 보이는 '굴라스 성채(Gouas Castle)'로 가야 합니다.  

 

 

남산에서나 볼 수 있는 줄로만 알았던 자물쇠가 산토리니에도 있군요.

 

 

굴라스 성채에서 바라본 이아마을과 절벽 해안

 

저 멀리 건너편에는 산토리니 여행의 중심지인 피라마을이 보입니다.

 

 

세계 3대 석양 포인트인 굴라스 성채(Gouas Castle)

 

일몰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릴 잡았습니다. 7~8월 성수기면 아마 5시 이전에 도착해야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

 

굴라스 성채는 로마 시대 때 망루로 쓰던 성입니다. 적이 오는지 관찰하고 망을 보며 보초를 선 곳이 오늘날에는 피지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 포인트로 주목받게 되었죠.

 

 

굴라스 성채 중에서도 최고의 사진 포인트는 어디일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가 떨어지는 방향에 자릴 잡고 이왕이면 빛깔이 시시각각 변하는 이아마을까지 담을 수 있는 곳이 가장 좋습니다. 사진에서는 미니 삼각대를 펼친 남성을 비롯해 절벽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자릴 제대로 잡은 겁니다. 반대편은 해 떨어지는 방향과 반대라 볼 게 없죠.

 

그리고 제가 선 곳도 명당 중의 명당인데 담장을 넘어가야 하는 탓인지 뜻밖에 많은 사람이 이 자리를 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침 자리가 비어있길래 얼른 가서 자릴 잡았더니 제 주변도 어느새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버렸습니다.

 

 

제 자리는 그 어떤 자리보다도 완벽한 각도로 해가 떨어지면서 붉게 물든 이아마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앞으로 2시간 30분을 꼼짝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자리가 매우 협소합니다. 제 정면에는 그야말로 낭떠러지라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자리가 협소한데도 몇몇 중국인들이 계속해서 밀고 들어옵니다.

 

모두 같은 목적이라 최대한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은 수용해 주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입니다. 한 서양인 커플은 저와 제 동생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 앉아버렸습니다. 그런 여성에게 동생은 웃으며 농담을 건넵니다. "(바로 앞 절벽을 가리키며) 날 밀어트리지 말라고~"

 

이런 상황에서 어린 딸을 비롯해 가족과 함께 선셋을 감상하는 건 무리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임을 예상했기에 동생을 제외한 가족은 일찌감치 숙소로 돌려보냈습니다.

 

 

해가 떨어지면서 이 일대가 조금씩 노랗게 물들어갑니다. 한번 자리 잡은 사람들은 절대 떠나는 법이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세계 3대 석양을 보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경비를 투자했을 것이고 마침내 결실 앞에 왔습니다.

 

 

성터의 안쪽 모습입니다. 바다 건너에는 화산 활동으로 솟아난 산토리니의 부속섬(대부분 무인도)들이 풍광의 한 조각을 차지합니다.

 

 

곧 있으면 석양의 따스한 빛을 받게 될 이아마을의 한 부분입니다. 건물 대부분은 호텔이라 투숙객들이 여유 있게 선셋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미어터지는데 저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여유 있고 행복한 사람들이 칵테일이나 와인 한잔 하면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아(Oia) 마을, 석양에 물들기 직전이다

 

아무디 베이(Ammoudi Bay)

 

 

저쪽에서는 주요 일정을 마친 선셋 크루즈들이 선셋을 보기 위한 마지막 여정으로 이곳을 향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바로 전날에는 우리 가족이 선셋 크루즈에서 이곳을 올려다보았는데 지금은 반대로 내려다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아마을에서 사유지가 아닌 골목길이나 카페에서도 선셋을 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따스한 햇볕을 감싸 은 아무디 베이는 그저 평화롭게만 보입니다. 저곳에 있는 다섯 레스토랑도 석양을 보려는 사람들로 모두 만석일 것입니다.

 

 

해가 기울면서 제 눈에 보이는 모든 색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하얗던 건물들이 이제는 노랗습니다.

 

 

 

오후 8시,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이아마을

 

 

 

노란빛에 물들었던 이아마을이 어느새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매분 변하는 색채에 시선을 뗄 수 없는 풍경. 그렇게 산토리니의 석양은 듣던 대로 드라마틱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수평선 부근이 뿌옇게 흐려서 해가 선명하게 떨어질 수 있을지 다소 염려되었는데요. 산토리니에서 이틀 연속 제대로 된 석양을 감상하는 것은 크나큰 복이었습니다.  

 

이제 굴라스 성채의 주요 사진 포인트는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자리가 없어 돌아간 사람들도 이아마을 어딘가에서 자릴 잡고 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 모든 여건이 다소 고생스럽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모든 것이 합리화됩니다. 자리가 비좁아도 끝내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 다소 불편하지만, 이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저보다 아주 조금 늦었을 뿐이니까요. 최대한 이해하고 자리를 터주자 갑자기 제가 이해심 넓은 사람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상황도 있었습니다.

 

한 중국인 가족이 뒤늦게 들어와 제 뒤쪽에 자릴 잡았는데,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저더러 일어나지 말라고 다그치더군요. 그러니까 앉아서 찍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가끔은 일어나서 찍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그 여성은 자기 앞을 가린다면서 앉으라 합니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다가 허리도 펴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찍는데 것도 못마땅했는지 이제는 어금니를 꽉 씹어가며 강한 어조로 이 말만 반복합니다.

 

"Excuseme Sir?! Excuseme Sir?!"

 

안 보이면 자기가 일어나면 될 것을, 늦게 와서는 끝까지 앉아서 앞사람을 압박하는 태도라니 기가 찹니다. 좋은 곳에서 드샌 여자 눈칫밥에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하다가 자매로 보이는 또 다른 젊은 여자가 제 어깨를 두드리더니 일어나서 찍으랍니다. 자기 식구의 실례에 미안해하는 표정이 보여 제 마음도 누그러집니다. 여기선 늦게 온 걸 탓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양보하면서 보면 되는 겁니다.

 

 

오후 8시 15분, 해가 수평선에 걸리기 직전입니다. 해가 고도를 낮출수록 떨어지는 속도감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1분마다 해의 위치가 크게 달라지면서 지는 그림자도 늘고 있습니다.

 

 

해가 지기 직전, 바다에는 골드 카펫이 깔렸습니다. 이제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군중에 의한 잡담도 지금은 조용합니다. 모두가 숨죽이며 이 순간을 담을 것입니다.

 

 

 

붉게 물들기 시작한 이아마을

 

 

오후 8시 30분, 해가 수평선에 걸치기 시작했다

 

키클라데스 제도의 수많은 섬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

 

지구별에 수많은 생명체와 인간, 번식, 문명의 발달을 가능케 한 모항성이 바다 너머로 지고 있습니다.

 

 

1초가 지날 때마다 달라지는 태양의 위치, 그렇게 일부가 시시각각 가려지자 음속에 가까운 지구 자전의 속도감이 느껴지는 것도 같습다.

 

 

 

 

 

천금 같은 9박 11일, 그리스 여행의 하루가 또한번 저무는 순간입니다. 해가 지자 저 아래 선셋 크루즈에서 시작된 박수와 갈채 소리가 이곳까지 번져 거의 모든 사람이 환호성을 지르고 손뼉 칩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어나는 지극히 평범한 자연 현상임에도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단어 하나.

 

"감사"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인생의 위기야 늘 있어왔지만, 비교적 큰 탈 없이 살아오며 이 자리에 선 것은 뿌듯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스로 여행을 가겠노라고 마음먹기까지는 여러 미디어의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중에는 평범한 블로거가 쓴 여행기도, 다큐멘터리나 잡지의 영향도, 혹은 지인의 추천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이 영향을 받을 차례입니다. 관심은 있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에 갈 수 없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꼭 이런 자리에 계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제는 건물에 한둘씩 불이 켜지며 밤을 맞이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아름다운 풍경이 야경이 될 때까지 붙잡고 싶지만, 숙소에서 기다릴 가족을 생각해 철수를 서두르기로 합니다. 해가 지자 그 많던 군중이 각자 해산하면서 이아마을은 다시 발 디딜 틈 없는 아비규환의 모습이 돼버렸습니다. 이아마을에 숙소가 없다면, 모두 버스 터미널로 향할 텐데요. 사람이 많든 적든 이아마을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30분당 한 대입니다.

 

피라마을이 아닌 다른 행선지로 가는 버스가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버스 한 대당 30여 명만 탈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앞서가는 사람들보다도 더 빨리 터미널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습니다. 저와 동생은 최대한 신속히 이동해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그곳에는 이아마을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줄이 한 가득입니다.

 

그러고보니 3~4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못했네요. 목이 너무 말라 동생은 물을 사러 갔고, 저는 줄을 섰습니다. 제 앞에 머릿수를 세어보니 35명 정도. 좌석에 앉아갈 수 있는 마지노선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제 앞에서 잘릴지도 모르는 일이죠. 잘리면 다음 버스까지 30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5분 지나자 제 뒤에는 줄이 불어날 대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세치기 하나 없었던 것 같으니 공공장소에서의 질서의식이 좋아보입니다.

 

겨우 5분 일찍 도착했을 뿐인데 버스가 달라지고, 시간도 30분 이상 절약되는군요. 버스가 왔는데 저와 동생, 그리고 제 뒤에 다섯 명까지는 좌석에 앉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탔는지 발 디딜 틈 없는 입석 버스가 되었습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30~40분 동안 편히 앉아가는 사람과 서서 불편하게 가는 사람들의 명암이 엇갈립니다.

 

어떤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는데 운전사가 일어나라고 합니다. 한두 사람이 바닥에 앉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곤 맨 뒷자리까지 간신히 비집고 들어와선 운임을 걷고 또다시 힘들게 비집고 나가 운전석에 앉습니다. 도대체 버스 한 대에 몇 명을 태운 것인지 모르겠네요.  전쟁터에 피난민을 태운 버스 같군요. 창밖에는 다음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저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도로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중간에 덜컹거리는 진동에 깨기를 여러 번. 피곤해서 눈을 뜨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선셋을 보려고 몇 시간을 기다렸고 몸도 지쳤을 텐데 서서 가는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오후 10시, 피라마을의 밤거리

 

평소 30분이면 오가는 버스가 이날은 차가 막혀 좀 더 걸렸습니다. 여태 저녁을 먹지 못했으니 숙소에서 먹을 음식을 사 가기로 합니다.

 

 

이아마을에서는 피곤함에 지친 여행자들을 많이 보았는데 피라마을의 밤거리는 활기차는군요. 어디가 좋을지 둘러보다가

 

 

갑자기 아시안 푸드가 당겨 얼큰한 국물이나 면 요리가 있으면 포장해 가기로 합니다.

 

 

다른 손님이 주문한 음식인데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이죠. 그런데 매운 국물 요리는 찾다가 포기했습니다. 매운 음식 찾기가 쉽지 않아요. 차선책으로는 적당히 고깃국물이 든 탕면을 포장했습니다.

 

 

근처에 기로스와 수블라끼 전문점이 몇 군데 있는데 이 집만 유난히 손님이 많아 이용해 보기로 합니다.

 

 

주방이 쉴새 없이 돌아갑니다. 샐러드 채소도 신선해 보이고요.

 

 

기로스의 재료인 돼지, 닭, 양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었습니다. 출출한 밤이라 보는 것으로 침이 막 고이네요.

 

 

숙소로 먼저 간 일행들은 대충 저녁을 때웠다고 해서 이 정도만 포장해 왔습니다.

 

 

정확한 메뉴 이름은 모르지만, 우육탕면 같은 음식입니다. 소고기는 장시간 푹 고운 흔적이 역력해요부드럽게 씹혀 넘어가는 잘 만든 장조림 같습니다. 잡내도 없고요. 구수하면서 담백한 국물에 저녁을 먹은 식구들도 맛있다며 한 젓가락씩 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기로스인데 무난한 맛입니다. 짜지키 소스를 듬뿍 담아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그리스의 전통 꼬치구이인 수블라끼입니다.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있는데 수블라끼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제 입맛에는 닭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맛있었습니다. 출출할 때 맥주 한 잔과 함께하니 이보다 좋은 식사가 없군요. 이로써 6일 차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이제 산토리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이 남았습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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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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