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박 11일 그리스 여행 목차

어린 딸과 함께한 9박 11일 그리스 가족 여행(프롤로그)

인천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의 특별 기내식 이용 후기

두바이 여행(상),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전망대 풍경

두바이 여행(하), 스케일과 분위기로 압도하는 두바이몰

그리스 여행(1), 에게해의 낙원 미코노스의 첫인상은 이런 느낌

그리스 여행(2), 대충 찍어도 그림이 되는 곳, 리틀 베니스

그리스 여행(3), 감동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리틀 베니스의 석양

그리스 여행(4),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코노스의 골목길

그리스 여행(5), 미코노스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

그리스 여행(6), 색다른 경험이었던 산토리니행 페리 여행

그리스 여행(7), 산토리니와 처음 마주한 장면들

그리스 여행(8), 우리가족 인생 여행이 된 산토리니 선셋 요트 투어

그리스 여행(9), 절대 놓칠 수 없는 풍경, 선셋 크루즈의 환상적인 석양

그리스 여행(10), 산토리니의 숨은 여행지, 예술의 기운이 넘치는 피르고스(Pyrgos) 마을

 

 

 

그리스 여행 6일 차 오후, 산토리니 피라 마을

 

어느덧 9박 11일 그리스 여행 중 절반을 넘겼습니다. 오전에 피르고스 마을과 페리사 검은 모래 해변을 찾은 우리는 숙소에서 한숨 고르다 다시 나왔습니다. 호텔에서 피라 마을까지는 800m. 도보로 15분이면 닿는 곳이지만,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아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릅니다. 더구나 어린 딸까지 안고 다녀야 해서 이럴 땐 유모차가 간절히 생각나요.

 

 

산토리니 하면 이아(Oia) 마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아마을 아래는 아무디베이라 불리는 작고 예쁜 항구가 있는데 우리의 계획은 그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 것입니다. 원래는 렌터카를 빌리려고 했다가 산토리니의 열악한 도로 사정에 포기했습니다. 때문에 애써 발급한 국제 면허증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우선은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몇 백 미터 정도 헤매다 보니 벌써 더위를 먹은 것 같습니다. 이 더위에 제때 물이라도 마셔주지 않으면 탈수가 올 것 같은데요. 다행히 터미널은 근처에 있었습니다. 티켓을 사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현금을 내도 된다고 하니 뭔가 딱 부러지는 교통 시스템은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산토리니 여행의 중심지답게 이곳에는 다양한 노선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이아마을 노선이 가장 많이 이용될 텐데요. 그래도 배차 간격이 30분이나 됩니다. 하필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 버스가 출발해 버리는 안타까움. 터미널은 시설이 매우 열악해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대합실이나 그늘막이 전혀 없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 치곤 의아했죠. 이런 뙤약볕에 앞으로 30분이나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끔찍한데요.

 

버스가 출발한 다음에도 줄은 금방 차기 때문에 서둘러 줄을 서야 합니다. 줄은 저와 동생이 번갈아가며 섰고, 아내와 처형, 딸, 조카는 조금이라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버스를 타자 운전사가 티켓이나 현금을 걷습니다.

 

 

운임을 내면 이런 티켓을 끊어주는데 그냥 영수증 정도의 의미입니다. 피라마을에서 이아마을까지는 성인 1.8유로(약 2,300원).

 

 

이아마을 버스 터미널

 

그 협소한 도로를 30분 정도 달려서 오니 이런 곳에 내려줍니다. 이아마을 버스 터미널인데요. 터미널이라기보다는 넓은 공터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산토리니 최서북단인 만큼 더는 뚫린 도로가 없습니다. 버스처럼 대형 차량이 유턴하기 좋은 곳이죠. 나중에 선셋을 보고 나면 다시 피라마을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때는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빌 것입니다.

 

 

오다가 우연히 동생 지인분들을 만났습니다. 앞서 미코노스에서 합류해 짧은 일정을 보냈는데요.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산토리니에서 산악바이크를 렌트한 것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이 분은 예전에 그룹 HOT의 백댄서로 활약했었지요. 딱 봐도 춤꾼 같아 보이는 포스를 풍깁니다. 산토리니 이미지와 깔 맞춘 옷도 멋집니다. 지금부터 아무디베이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 더운 보통 체력으로 왕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내와 딸은 산악바이크를 타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남은 일행과 저는 아무디베이를 찾아 이아마을로 들어서는데 이 장면을 보고 뜨악~! 했습니다. 도로만 협소한 게 아니라 골목길도.. 6월 초인 이때가 이러는데 극성수기인 7~8월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좀 전의 그곳은 이아마을과 터미널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는지 유동인구가 엄청납니다. 복잡한 길을 벗어나자 제법 한적하고 예쁜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온통 흰색 페인트로 칠한 벽에 붉은 부겐베리아가 듬성듬성 자수를 놓고, 파란색 대문과 지붕이 포인트가 되는 완벽한 색 조합. 피라마을이 남성적인 이미지라면, 이아마을은 여성스러울 정도로 아기자기합니다. 

 

 

초행길이라 길을 헤맸습니다. 아무디베이로 가려면 다시 복잡한 거리로 나와 이곳을 통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로에 차가 막히듯 이아마을은 사람으로 막히는 진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유통인구가 많은 탓도 있지만, 산토리니 하면 떠올리는 가장 유명한 사진 포인트가 이곳에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파란 지붕과 에게해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수많은 인파에 저처럼 통행하려는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병목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이아마을, 첫인상은 예쁘지만 매우 복잡하고 부대끼네요.

 

 

해안가 절벽에 지어진 수많은 집. 대부분 호텔과 레스토랑인데 시선을 좀 더 아래로 돌리자 제가 찾아가려던 아무디베이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어느 글에선 고생 좀 해야 한다더니 겨우 저 정도쯤이야 하고 내려갔다가 고생 좀 했지요.

 

 

남에게해의 짙고 선명한 바다색과 대조를 이루는 흰색 건물은 이아마을과 산토리니의 상징이 됐습니다.

 

 

체력이 아무리 약해도 나지막한 계단에 이런 풍경을 보며 내려가는 일은 즐겁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는 계단. 아무디베이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세계 3대 선셋이 펼쳐진다는 비경이 바로 이곳인가 봅니다. 책과 엽서, 그리고 산토리니 여행을 대표하는 수많은 사진에서 이 풍경을 보았고 지금 제 앞에 처음으로 마주했습니다.  

 

 

이아마을 해안 절벽에 지어진 호텔은 대부분 1박에 백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스위트입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와도 이틀 이상 묶고 가기가 쉽지 않은 호텔이 이곳에는 즐비하죠. 저분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요. 

 

 

아무디베이(Ammoudi Bay)

 

아무디베이는 그믐달 모양으로 휘어진 산토리니 중 최서북단 모서리입니다. 일몰이 시작되면, 선셋을 감상하기 위해 산토리니의 요트라는 요트는 모두 이곳에 모이는데요. 아마 산토리니를 찾은 여행자 대부분도 이곳에 모여들 것입니다.

 

 

벌써 이만큼 내려왔는데 처형과 조카는 조금 힘들어하는 기색입니다. 저도 이제는 무릎과 발이 아픕니다. 내려올 때 이 모양이면 올라올 땐 어떡하려나~

 

 

계단에는 당나귀 똥이 지뢰처럼 흩어져 있으니 밟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무디베이의 전경을 틈틈이 찍는데 해발 고도가 낮아질 때마다 그 느낌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디 베이는 이 정도에서 본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거의 다 내려갔을 즈음에 당나귀들이 모여 있군요.

 

 

당나귀 엉덩이 샷.

 

 

왠지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는 당나귀. 카메라를 가까이 대자 당나귀 주인이 찍지 말고 그냥 내려가라고 합니다. 당나귀가 쉬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란 의미인지, 하도 찍어대서 못마땅해 보인 건지. 그나저나 이 뙤약볕에 사람이며 짐이며 실어나르는 당나귀가 좀 안 돼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당나귀를 타고 올라가겠지만, 저는 차마 타지 못할 것 같군요.

 

 

아무디베이에서 바라본 풍경은 이제 전부였습니다. 막상 내려오자 아찔한 절벽과 푸른 에게해에 둘러싸여 신비한 느낌을 준다기보다는 그냥 항구에 즐비한 노천 레스토랑 풍경입니다.

 

 

시선을 반대로 돌리자 그래도 이곳은 지중해의 작고 예쁜 항구 이미지가 잘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무디베이의 다섯 레스토랑 중 맨 끝에 있는 노란색 간판을 선택했습니다. 해상 레스토랑이 절로 떠오를 만큼, 테이블이 바닷가와 가깝습니다.

 

 

음식도 좋았지만, 금발의 미녀 직원이 친절했던 레스토랑으로도 기억될 것입니다.

 

 

이어서 주문한 음식들. 시원한 맥주에 케이퍼 잎이 들어간 독특한 산토리니 토속 샐러드. 피쉬 케이크라고 해서 어묵을 생각하고 시켰는데 의외로 생선 살이 실하게 든 생선 크로켓.

 

 

신선한 모둠 샐러드에 홍합 사가나끼, 해산물 파스타, 폭찹 등등. 그리스 전통 음식이라기보다는 지중해식 느낌이 더 많이 났던 음식들.

 

 

덥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꿀맛처럼 느껴진 식사에 이러려고 산토리니에 왔나 싶었습니다. 사실 이 날은 유난히 덥고 힘들었습니다. 일찌감치 일어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여태껏 숨돌릴 틈도 없었죠. 점심도 매우 늦어져 모두가 지치고 허기진 상태였습니다. 계단을 밟고 내려오면서 보이는 풍경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 계단에 체력이 바닥나면서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고 주저앉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천국에 와 있습니다.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천국이 따로 없는 풍경. 눈이 시릴 만큼 짙푸른 바다색, 완벽한 날씨, 가끔 불어주는 상쾌한 바닷바람, 때마침 지중해 크루즈가 지나는 장면까지 내게 주어진 모든 여건이 만족스럽습니다. 여행하면서 이렇게 생각처럼 되어준 경우도 있구나 싶은..

 

 

이제는 한껏 달군 몸을 시원한 맥주로 식히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갑니다. 여행을 준비할 당시 바다를 마주하고 먹는 기분 좋은 식사란 점에서 이곳을 찜했는데 막상 오니 더 좋았습니다. 물론, 에게해와 맞닿은 작고 예쁜 항구에서의 식사라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겠지만, 이 집은 단지 특별한 뷰만 믿고 음식을 대충 내는 곳은 아니었죠. 이곳 레스토랑에 관한 이야기는 일전에 쓴 글이 있으니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관련 글 : 아무디베이의 해산물 레스토랑, 디미트리스 타베르나)

 

 

이제는 다시 올라가야 할 때. 충분히 쉬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올라갈 것 같은데요. 때마침 당나귀가 내려와 일행을 태우기로 합니다.

 

 

처형과 조카는 내려올 때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그냥 산악바이크를 타고 편히 내려오면 될 것을 멋모르고 따라온 게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올라갈 때는 일행의 산악바이크를 타게 했습니다. 대신 내려올 때 편히 온 아내와 동생은 저와 함께 계단을 밟고 오르기로 했다가 결국은 당나귀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당나귀도 한 번 타보는 거지 뭐~ 하는 생각으로. 가격은 5유로로 우리 돈 7천 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차마 당나귀를 탈 수 없어서, 아니 그보다는 당나귀를 탄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 하니 몸으로 때우기로 합니다. 당나귀보다 좀 더 빨리 계단을 밟고 올라와 최소 이 정도 거리는 확보해야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위해서 말이죠. 하여간 사진도 못 찍으면서 사진 욕심은 많아요. ^^;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즐겁냐? 웃음이 나와? ㅎㅎ 이 와중에 시종일관 제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띠던 검은 머리 서양 여성 분, 고마워요. 덕분에 사진발 잘 나왔어요. 이렇게 여럿이 나올 때 누구 하나가 인상을 쓰거나 눈을 감으면 그 사진은 못 쓰는데 다들 협조적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저 여성 분, 최소 사진을 아는 분일 듯.

 

 

근데 이 와중에도 모르는 여성의 전번을 따내며 작업을 거는 동생....이 아니고 단지 그렇게 보이는 사진이랄까 ㅎㅎ

 

 

아무디 베이는 역시 위에서 봐야 예쁜 항구임을 여실히 느낍니다.

 

 

조금 있으면 석양에 노랗게 물들게 될 이아마을.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이겠지요.

 

 

당나귀를 타며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가지는 가족, 그걸 찍겠다고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땀만 삐질삐질 흘리는 나. 이날 칼로리 소모 제대로 하는 중입니다.

 

 

그래 이 순간을 즐겨라~ 이때가 아니면 언제 당나귀 타보겠노. 뒤에 여성분들도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군요. 저도 탔으면 좀 더 편히 올라왔겠지만, 제 몸무게를 생각하자면 당나귀가 불쌍해요. 그나마 여성을 태운 당나귀는 좀 나은데, 동생 태운 흰 마는 일진이 드럽게 안 좋다고 느꼈을지도. ㅎㅎ

 

 

이아마을에 다 올라왔습니다. 덕분에 저는 땀으로 샤워 한 판 했습니다. 누군가 제 옆을 스치면 향긋한 향수 대신 땀 냄새만 풀풀 날지도 모릅니다. 이곳은 사진 포인트인가 본데요. 사람들이 저 배경으로 사진 찍겠다고 줄을 서길래 저도 군중심리에 이끌려 서버렸습니다.

 

 

시간은 어느새 6시. 지금부터 이아마을은 석양을 맞이합니다. 저도 산토리니가 자랑하는 선셋을 보기 위해 사진 포인트로 가장 유명한 굴라스 성채로 향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멋지다는 산토리니 선셋, 그 모습이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됩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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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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