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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라는 무대는 곧 야생 버라이어티. 다소 황량해 보이는 벌판, 우거진 침엽수림, 각양각색의 호수들을 머금고 있는 이곳 캐나다 로키에선 평소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야생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호숫가를 산책하다 만나기도 하고 차를 타고 이동하다 만나기도 하는데 만나는 친구들의 종류도 각양각색. 이따금 도로위에 '이것'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거짓말 약간 보태 그야말로 혼비백산이랄까. ^^ 다들 현지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려 가던 차를 세우곤 합니다. 한적한 캐나다의 도로를 마비시킨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치즈버거를 쪼사먹는 까마귀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까마귀. 우리나라에선 그닥 달갑지 않은 존재로 인식되어 왔을진 모르지만 이곳에선 비둘기 만큼이나 흔한 잡새. 아마도 이곳 까마귀는 오랜 세월동안 캐나다 로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왔을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살고 있는 인간들과의 공존에 까마귀의 식성도 서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설퍼산(해발 2,281m)에서 만난 귀여운 친구, 캐나다 로키
내 생전 다람쥐를 이렇게 가까이서 관찰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나라 다람쥐완 달리 캐나다의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곳 다람쥐도 종류가 여러가지이고 서식환경도 조금씩 다르지만 특히 이 녀석. 이천미터가 넘는 산 정상이라지만 곤돌라를 타고 쉽게 드나드는 관광객들에 익숙해진건지 사람 다룰 줄 아는 영특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캐나다에선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면 안됩니다. 줬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하거든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 관광객들은 이 다람쥐에게 먹던 과자를 던져주곤 합니다. 늘 비슷한 위치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줏어먹어서 그런가 저는 줄 생각도 없는데 가던 길을 막더니 시위까지 벌입니다. 마치 "과자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거 같아요. ^^ 괜히 손가락을 내밀기라도 하면 그 속에 먹을게 들었나 싶어 겁도 없이 다가오는 귀여운 친구 ^^
노퀴산 드라이브 코스에서 만난 큰뿔산양, 캐나다 로키
뿔이 덜 자란 큰뿔산양
첨엔 뿔의 모양새가 달라 서로 다른 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뿔이 자라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 모두 큰뿔산양입니다. 캐나다 로키에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친구. 특히 차를 타고 가다보면 꼭 가족단위로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큰뿔산양은 제가 본 어느 야생동물 보다도 가족적이고 단란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란함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다간 뿔에 받힐 수도 있겠지요. 야생동물 촬영은 늘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어린 큰뿔산양
야생 무스
숲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야생 무스. 사슴종류에서 가장 거대한 축에 속한 무스는 그 크기가 들소에 견줄만 합니다. 숫놈은 엄청나게 큰 뿔을 갖고 있어 대단히 멋있을텐데 사진은 아마 암컷으로 보입니다. 뿔이 없는 무스여서 살짝 아쉬웠어요. ^^;
쥐를 사냥하는 코요테, 캐나다 에드먼튼
이것의 정확한 종류를 알아내기 위해 '코요테'를 검색했는데 죄다 가수 코요테만 떠서 난감했던 기억이 ㅎㅎ 어쨌든 캐나다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동물이 늑대와 이것이였는데 마침 사냥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말린호수 가는 길목에서, 캐나다 로키
캐나다에선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관찰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한번은 국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사실 국도라고도 말하기엔 규모가 매우 작은 1차선 도로였어요. 아시다시피 캐나다 로키는 인적도 드물고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어 한적하다 못해 아주 썰렁합니다.
그런 한적한 도로가 이렇게 마비가 될 줄이야. 그 모습이 꽤나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일까요? 저마다 가던 길을 멈추더니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교통량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이곳이 교통량이 많을 수도 없구요.
재밌는 사실은 앞에 차량들이 서 있으니 뒤 따라 오는 차량들도 영문을 모른채 선다는 것입니다. ㅋㅋ 이곳에서 차를 세웠다는 건 십중팔구 야생동물 출현을 의미하기에 당장 눈에 뵈지 않아도 사람들은 군중심리에 의해 일단 차를 세우고 봅니다. 이따금씩 빵빵대면서 나 좀 지나갈테니 좀 비켜달라고 하는 차량들은 현지인들이겠죠. ^^
야생동물 촬영 작가일까요? 거대한 대포를 들고 나옵니다.
마침 기다렸다는듯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촬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맞은 편 제 차도 보이네요. 저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 녀석 캐나다에선 흔하다곤 하나 도로에서 만나는건 그리 쉽진 않거든요.
풀 뜯어 먹는 야생 엘크
수십명의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지만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유유히 풀이나 뜯어 먹는 엘크들. 이 녀석들은 비교적 온순하지만 이때가(가을) 짝짓기 철이라 매우 예민해져 있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뿔에 받칠 수도 있으니 늘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찍어야 하는데 보다 실감나는 엘크를 담으려면 망원렌즈는 필수겠지요.
들리십니까. 엘크의 풀 뜯어먹는 소리가..ㅎㅎ 근처까지 가면 정말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나는듯 합니다.
식사를 마친 엘크의 입엔 이쑤시개가 물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캐나다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건 곰이였는데 아쉽게도 끝내 보지못했습니다. 그나마 엘크라도 이렇게 만날 수 있어 좋았는데 이곳 캐나다 로키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다들 "행여나 야생동물과 조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거. 그래서 어느 누구라도 갓길에 차량을 세워놓으면 뒤 따라 오는 차가 여지없이 서곤 합니다.
일반 고속도로에선 안그런데 야생동물 출현 빈도가 높은 재스퍼 지역의 도로에선 대부분이 차를 렌탈해서 다니는 관광객들이다 보니 그런거 같습니다. 한번은 야생동물이 아니라 오줌이 마려워서 차를 세웠는데 다른 차가 따라 붙더니 바로 뒤에다 차를 세우는 겁니다. ㅡ.ㅡ;;
정말 웃겼던건 이러한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 뒤로 여섯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더니 다들 카메라를 갖고 내리는데 이것 참 난감하더군요. 전 소변이 마려워서 차를 세웠을 뿐이고 숲속으로 들어가서 일 좀 보려는데 카메라를 갖고 따라오시면 우째요? ㅠㅠ 그것도 모자라 꼭 물어봅니다.
"엘크? 베어? 왓 카인드 어....."
"노 애니멀 ㅡ.ㅡ;;"
다소 허망한 표정으로 되돌아가는 외국인들.. 재스퍼의 1차선 도로에서 운전할 때 차를 한번 세워보십시요. 뒤 따라오는 차들 중 절반은 따라 설것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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