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냉면, 청량리 할머니냉면


    저는 어렸을 적부터 일년이 멀다하며 자주 이사를 다녔습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곳에 한동안 살다보니 나름 학창시절 때 시장냉면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가난했던 80년대엔 500원 했던 자장면도 기억이 나구요~ 시간이 약간 지나 10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냉면도 생각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이삼십년이 지난 오늘날 "면옥"이라는 간판하에 팔고있는 
    냉면맛에 길들여져서 가끔 시장냉면이 그릴울 때가 있더라구요. 몇 주전부터 지인과 함께 간다고 벼르다가
    시간이 안맞아서 못갔는데 기여이 다녀오고 말았습니다. 지인은 이곳이 세번째라고 하는데 정말 미치도록 맵다고
    하는군요. 과연 얼마나 매운지 오늘 매운맛으로 스트레스 좀 풀고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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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절초풍하게 맵다는 냉면집에 가보니 (엄청 매운냉면, 청량리 할머니냉면)





    지인의 소개로 쫓아만 가다보니 정확히 위치파악이 안됬는데 청량리 현대코아 뒷편 시장가에 있다고 합니다.
    몇 주전부터 매운냉면 노래를 불렀거든요. 아주 중독성이 있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해서 쫄래쫄래 따라가는 중이랍니다.








    매운냉면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한번쯤 찾아가 봤을 겁니다.
    서울에 매운냉면으로 유명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동묘의 낙산냉면, 신천의 해주냉면, 보광동의 동아냉면 정도가 유명하고
    저 앞에 보이는 청량리 할머니 냉면도 매니아층이 꽤 있다고 하더군요.









    이날은 일요일이여서 시장의 대부분은 장사를 안하는데 이 근처에 오니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주위는 텅텅 비었는데 여기만 유독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








    이 많은 사람들 냉면 하나 때문에 이렇게 찾아 온거라고 생각하니
    "도대체 얼마나 맛있고 맵길래"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저것이 미치도록 맵다는 할머니 냉면
    가게안은 사람들은 붐비고 줄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모두 한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냉면 파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가게의 핵심 인물로 보이시는 분께서 면발을 자르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온 면발로 보여지는데 뭔가 다른 비법이 있는듯 합니다.








    방금 삶은 면을 붓고 찬물로 여러번 행구기를 반복합니다. 면 자체로 봐선 함흥냉면도 아니고 평양냉면도 아닌것 처럼 보이는데
    그런것 보다는 일단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시원하기만 합니다.














    주문이 많이 밀려 있기 때문에 (게다가 인근 가게들의 배달까지 더하면) 한 가족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착착착!!
    일사분란하게 각자 맡은 일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냉면그릇도 재빨리 진열한 후 물기를 쫙 뺀 면발을 그릇안으로 던져지듯
    철푸덕~! 하고 들어갑니다. 그 다음은 오이와 상큼한 초절임 무를 덮썩 집어다 놓고 난 후 설탕을 샤샤샥~! 하고 뿌립니다.








    매우 독특하게 뿌려지는 이것.. 식초가 분사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집 냉면은 짜고 -> 던지고 -> 올리고 -> 뿌리는군요 ^^
    옆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계란껍질을 까는 아주머니는 줄서 계시는 손님들과 잡담을 나누는 여유를 보여줍니다.
    "이 계란껍질을 모아서 옷 세탁할때 같이 넣어봐 아주 하얘져~"라는 아주머니..
    여러 방송국에서 맛집 취재를 많이 오셨더라구요. 아주머니 왈~
    "이번에서 KOO"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오지마라켔어~ 이제 이런거 좀 안왔음 좋겠어"라면 손사례를 칩니다.
    어차피 이 집은 굳이 방송 안타도 소문날대로 났으니..








    마무리는 이 집만의 특제양념이 푸짐하게 올려집니다. 보기만해도 상당히 매워보이긴 하나 그까잇꺼 매우면 얼마나 매울까 싶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한 매운음식 먹기 때문에 별로 두렵지 않았어요.
    옆에서 연신 셧터를 누르자 아저씨께서 한마디 하는데~
    "그거 400D요?" 라는 겁니다. 헐~ 아저씨 카메라 관심 있으셨나부네 ^^
    "아녀요 ^^~" 라고 하자 렌즈도 물어보십니다.







    무튼.. 그렇게 카메라 얘기를 잠깐 하다보니 그 많았던 줄도 금새 없어지더라구요. 이거 회전율도 빠르다보니 매출도 상당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실내에 입성! 역시 예상데로 이 집 메뉴는 오로지 한길입니다.
    메뉴판엔 (물냉면, 비빔냉면)이라고 씌워져 있지만 따로 시키는게 아니고 오로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리 넓은 평수도 아니고 테이블도 얼마 없지만 항상 이곳은 초만원 입니다. 요새 여름철이라 위생상태도 민감할 수 있는데 
    저 멀리 보이는 환풍기도 하얗고 깨끗하더라구요.
    테이블엔 양념과 설탕을 추가로 넣어서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처음 나오는 온육수
    이따금 온육수 못드시는 분들을 종종 봤습니다. 저도 어렸을땐 이걸 왜 먹나 싶은데 이제는 육수맛이 넘 좋아요.
    근데 집마다 온육수 맛이 완전히 다른데 어떤 집은 느끼해서 영 판이고, 또 어떤집은 느끼하진 않은데 후덥지근하고 텁텁한 맛이 나고,
    장충동에 50년 전통으로 유명한 평양면옥은 이북음식 특유의 메밀 삶은 육수맛과 닝닝함 때문에 갠적으로 그냥 그랬는데
    이 집 육수는 간도 적당히 붙은게 걍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더라구요. 설마 MSG의 깊은맛? ㅎㅎ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입맛이니깐 참고만 하시구요. 온육수와 물은 셀프입니다. 저는 두어잔 갔다먹었어요.








    그리고 함께 내어주는 살얼음 동동 육수입니다.
    이 육수는 따로 마셔도 좋고 나중에 비빔냉면을 먹다가 부어 먹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매운냉면 3,500냥
    흐미~ 달걀 좀 뒤집어서 찍을 껄..더위를 먹었는지 촬영센스가 오늘따라 영~ 파입니더~ㅎㅎ;








    요것은 곱빼기 입니다. 5,000냥
    곱빼기는 계란이 한개 다 들어있습니다.








    서빙 아주머니께서 처음 드시는거면 매울 수 있으니 다데기를 좀 덜어내서 먹으라고 하십니다.
    나도 한 매운음식 먹는데 냉면이 미칠듯이 맵다고 소문이 난지라 살짝 쫄았습니다.
    결국 마음 약해진 나.. 다데기를 조금 덜어서 비벼봅니다.








    그리하여 기절초풍하게 맵다는 청량리 냉면을 먹어보는데, 생각보다 맵기가 약한데요?
    옆에 가위가 있었지만 면을 자르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냉면은 입으로 직접 뚝뚝 잘라 먹는게 좋거든요.
    그릇을 놓자마자 손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열 십자로 싹뚝싹뚝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냉면집이 더러 있더라구요.








    곱빼기라 면의 양이 제법 됩니다. 양손으로 힘껏 저어줍니다. 간이 면빨에 착착 감기는 정도는 얼마나 성실하게 저어주느냐에
    따라 다를테니깐요 ^^
    전 싸나이라면 다데기를 다 넣고 비벼야~~ 이런 생각으로 다데기를 다 넣고 먹어보는데
    처음엔 이것이 그렇게 매운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서서히 매운맛이 입안을 옥죄여 옵니다. 화르르르르~~~
    순간 정신이 아찔~ 합니다. 입에선 이미 불이나서 수습불가 상태


    "어쩌면 좋아 ㅠㅠ"


    근데 여기서 이상한 딜레마에 빠지더군요. 면발 자체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면발을 한입 가득 물면
    맵기가 아주 짧지만 순간적으로 달아납니다. 그리고 우물우물 씹다가 삼키고나서 몇 초가 흐르면 입안에서 불이 나구요
    또 그것을 무마시키기 위해 면발을 입에 가져가야만 했습니다.








    "매워도 멈출 수가 없어"


    얼굴하며 콧등하며 온 전신이 땀으로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
    급기야 찬 육수를 한모금 마셔보지만 아시다시피 입안이 매울때 찬 육수는 입에 넣는 딱 그 순간 뿐이더라구요.
    그래서 온육수를 먹어보는데 완전 입안이 타오르는 알싸한 고통을 줍니다. 그래도 저는 차라리 온육수가 낫더라구요
    첨엔 괴로워도 좀 지나니 그나마 낫습니다만.. 이집 할머니 냉면은 단순히 설탕뿌린 달고 매콤한 맛이 아닙니다.
    설탕은 그저 매운맛을 약간이나마 중화시키는 역활만 할뿐 거의 시종일관 맵기만 합니다.
    무조껀 맵기만 하다라는 것. 맛있다는 것?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입안이 얼얼할 지경인데도 손으로 부채질 하면서
    계속 먹습니다. 이런걸 두고 매움의 미학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단순히 캡사이신이 주는 알싸함에 엔돌핀이 솟는건지..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이 들진 않은데 나도 모르게 들어가는 냉면.. 순간 중독된걸까요








    반정도 먹고나서 살얼음 육수를 붓습니다. 여기서부터가 하이라이트라고 하더군요








    손님들 거의 대부분은 이런 방식으로 냉면을 드시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저도 뭐 따라 부어서 먹어봤는데.. 저는 별로 였습니다. ^^  
    비냉은 끝까지 비냉으로 먹는게 더 좋겠다 싶더라구요. 오로지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리하여 기절초풍하게 맵다던 청량리 할머니 냉면맛을 보고 왔습니다.
    맵긴 맵더군요. 전 음식먹을 때 땀을 잘 안흘리는데 (더군다나 찬 음식은) 이날은 땀 좀 흘렸습니다. ^^
    알게모르게 혓바닥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고통스러움? 세디스트? 이런걸 느꼈다랄까요~
    그리고 그 여운은 가게를 나선 후 한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근처 구멍가게에 아이스크림을 먹고나서야 진정이 되더군요.
    제 생각은 이 냉면집 근처에서 아이스께끼~~ 장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구멍가게집 아이스크림 장사 좀 되겠습니다 ^^


    서울에 유명한 매운냉면집을 안가봐서 딱히 비교대상은 없지만~ 제 생각엔 못견딜 정도로 맵지는 않습니다.
    다데기를 덜어내고 찬 육수를 부어서라면 충분히 아이들도 먹을 수 있겠구요. 실제로 아이들도 꽤 데려오더랍니다.
    양념에서 단맛을 잘 못느껴서 그런지 무조건 맵기만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 생각에 이것이 자꾸 구미가 당기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분출하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들고 양념의 핵심원료인 고추의 품질도 상당히 좌우될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 품질을 느낄만큼 절대미감과는 거리가 있어서 ^^; 중독성이 있긴 있구나~ 끄덕이곤 나왔답니다.
    더워죽겠는데 매운냉면으로 땀 쫙 빼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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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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