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 목차

(1) 쿠알라룸푸르에서 산다면 이런 느낌일까?(프롤로그)

(2) 인천 쿠알라룸푸르 항공편 및 기내식 이용 후기

(3) 로컬 식당에서 맛본 전통 음식 '사테이'

(4) 브런치 카페에서 즐기는 오전의 느긋함

(5) 식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쿠알라룸푸르의 대형마트

(6) 아빠의 물개쇼, 자지러지는 딸

(7) 저렴하고 맛있는 탁폭 씨푸드 레스토랑

(8) 국내도입이 시급한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

(9) 파빌리온,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차이나타운

(10) 초고층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KLCC 수리아몰'

(11) 야시장에서 열대과일의 황제 두리안 시식기

(12) 야시장의 톡톡 튀는 길거리 음식

 

 

쿠알라룸푸르 여행 3일 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먹구름이 낀 전날 아침과 달리 이날은 아파트 옥상에서 근사한 해돋이를 볼 수 있었다고 다녀온 동생이 말합니다. 어지간하면 새벽에도 잘 일어나는 편인데 전날 강행군으로 심하게 곯아떨어져 해돋이를 놓쳤습니다.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났더라면, 멋진 풍경을 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우리 가족은 동생 일행과 함께 근처의 브런치 카페로 향합니다.

 

 

굿 타임이라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카페라네요. 원래 계획은 말레이시아 전통 현지식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식당에 가려 했는데 한참 러시아워라 택시도 안 잡히고(콜택시 앱을 사용해도 오는 데만 20분이 넘게 걸린다니) 그냥 여기서 여유 있는 아침을 들기로 합니다.

 

 

가장 비싼 메뉴는 '굿 브랙페스트'로 29링깃(약 7,600원).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식사하려면 약 9천원에서 동네에 따라 13,000원까지 하겠죠. 이런 걸 보면 먹는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저렴합니다. 이는 시내 중심이나 현대식 레스토랑에 한해서입니다. 시내 외곽에 허름하면서 현지식을 파는 식당은 이보다 더 저렴하고요.

 

 

마실 거리는 아메리카노(여기서는 롱블랙으로 통용) 더블 샷으로 주문.

 

 

이걸 한 잔 마시니 미처 깨지 않았던 잠이 확 달아나려 합니다. 조금 쓰네요. 남미 계열로 보이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과테말라산 원두라고 합니다. 원두가 어디 것이냐고 물으면, 대체로 나라 이름을 대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서 더 들어가 세부적인 지역이나 농장에 관해 물었을 때 해당 카페가 커피를 허투르게 팔지 않는다면, 이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말해줍니다. 

 

여기서는 과테말라 안티구아라고 하네요. 안티구아는 과테말라의 대표적인 생산지입니다. 배전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스모크한 향이 좋은 원두로 알려졌지요. 해당 원두가 품질에 자신 있으면 생산지는 물론, 농장과 건조 및 가공 방식에 대한 상세 정보가 라벨에 표시됩니다. 이는 새로운 커피를 접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는 부분이지만, 향이 진할 것으로 기대했던 더블 샷에서 되려 향은 느낄 수 없고, 쓰고 탄 맛만 느껴지면서 원두를 향한 호기심은 싹 달아나버렸습니다. 

 

 

카야 토스트

 

카야 토스트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안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아침 식사입니다. 여기에는 수란이 곁들여지는데요.

 

 

카야 잼을 바른 토스트로 수란을 찍어 먹습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죠. ^^ 카야 잼은 코코넛과 달걀노른자를 이용해 만든 잼으로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급상승 중입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굿 브랙페스트. 가운데 함박스테이크가 작은 덩어리로 들어갔는데 반죽할 때 오레가노를 듬뿍 넣어서 그런지 향이 정말 오래가더군요. (웬 아제 개그를 ㅎㅎ)

 

 

프렌치토스트. 제 입에는 엄청 답니다. 식사보다는 디저트로 어울리는 느낌.

 

 

이 음식은 외형상 우리에게 꽤 친숙한데 말레이시아식 쌀죽이랍니다.

 

 

훈제 오리알, 베이크드 빈, 무 짠지와 멸치 볶음에 차슈가 함께 나오는데

 

 

요렇게 조금씩 올려서 맛보니 맛이 조화롭네요. 우리 입맛에도 잘 맞고 특히, 쌀을 조금씩 빻아서 죽을 쑤었는지 부드럽게 술술 들어갑니다.

 

카페테리아에서 여유 있는 아침을 들면서 출근길 인파를 구경하는 기분이 확실히 색다르긴 합니다. 원래 지금 시각이면, 아내는 딸내미 밥 먹이고 옷 입히고 어린이집 보내느라 정신이 없을 테고, 저는 글과 자료 준비하느라 혼이 빠졌을 시간인데 말이죠. 이 시간에 밥을 먹는다는 것도 우리 부부의 생활 패턴상 불가능한 일이고, 빨라야 오전 11~12시는 돼야 첫 끼니를 때우는데 이런 여행에서는 일곱 시부터 음식물이 들어가니 위장이 놀라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왔습니다. 근방에 톨게이트가 있었다는 건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주택가는 언뜻 봐도 비싸보입니다. 아마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산층 이상은 돼야 저런 집을 분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물론, 우리가 묵었던 이 아파트도 어지간한 월급쟁이로는 월세 감당이 어렵습니다. 지금은 동생이 거주 중이라 우리 가족이 이렇게 놀러 올 수 있었을 뿐, 일반적인 여행이었다면 시내 중심 어딘가의 3~4성급 호텔에 묵어야 했을 겁입니다. (숙소비가 굳은 덕에 우리 가족의 4박 5일 쿠알라룸푸르 여행은 100만원도 채 안 되는 경비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옥상에 올라와 보니 이곳만큼 좋아 보이는 고층 아파트가 꽤 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아파트도 A, B, C, D동마다 서로 다른 테마로 꾸며졌으니 한 번씩 둘러보기로 합니다. 그 사이 동생 일행은 배드민턴 교습을 받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합니다.

 

 

이곳이 A동인지 B동인지 혹은 C동인지 머릿속에 정리가 안 되지만, 어쨌든 옥상에는 퇴근 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스파 시설이 있습니다.

 

 

 

실내는 거주민의 휴식 공간이 잘 되어 있습니다. 당구대는 표준 규격보다 좀 작군요. 동전을 넣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코인 주입기가 붙어 있습니다. 가격은 링깃이 아닌 50센트라 적혀있네요. 혹시 예약하면 관리실에서 주는 코인인가도 싶습니다.

 

 

손님이 왔을 때 다과를 즐기거나 회의실 용도로 사용하는 프라이빗 룸도 몇 개 보입니다.

 

 

이런 데서 모임이나 회의를 열면 할 맛 나겠는데요. (인근에 있는 카페들이 싫어할지도 ㅎㅎ)

 

 

건물을 빠져나와 옆 동으로 올라가 봅니다. 이곳은 네 개 동으로 연결된 5층 브릿지인데 이곳에는 배드민턴 체육관, 헬스장, 테니스장, 수영장 등의 시설이 모여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했으니 패스.

 

 

옆 동으로 가던 중에 추억의 방방을 발견. 어릴 때 이보다 훨씬 넓은 덤블링장이 동네에 들어왔는데 당시 500원이면 30분을 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엉덩방아에 의한 반동으로 서기 놀이를 하다가 앞으로 180도 덤블링까지는 쉽게 했는데 이상하게 뒤로는 못 돌겠더라고요. 뒤로 도는 건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로 놀았던 것은 당시 WWF(현 WWE) 프로레슬링을 흉내내는 것.

 

동네 친구들 몇몇이 모여 너는 마초맨하고 나는 헐크호건하고 쟤는 워리어하고 이런 식으로 각자 캐릭터를 정해서 해당 선수가 쓰는 기술로 레슬링을 했는데 아저씨가 시설물 망가진다며 링 반동시키는 걸 좀 싫어했습니다. 수플렉스류의 기술을 잘못 구사해 그 과정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정말 재미있게 놀았었죠. ^^; (이제는 그 시절도 기억이 까마득하네요. 그리 풍족하지는 않았어도 정신적으로는 지금보다 살기 좋았었는데)

 

 

덤블링을 처음 접하는 딸도 신이 났습니다. 어찌할 줄을 모르니 일단은 뛰어다니는 거로 ^^

 

 

마치 온 세상을 가진듯한 저 표정. ㅎㅎ

 

 

여기는 그네도 살짝 부럽더군요. (우리 아파트 그네는 한 마디로 후졌어요.)

 

 

이제 또 다른 동의 꼭대기 층으로 올라왔습니다. 여기는 다용도 스카이라운지 같은데요. 회의실, 세미나실,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주방에 영화관까지 갖췄습니다.

 

 

여기는 가족 영화관으로 보입니다. 좌석수 좀 채우려면 친구나 사촌까지는 불러야 할듯. 관리실에 사전 예약하면 이용 가능하답니다.

 

 

이곳도 어김 없이 당구대와 축구 게임이 놓였고

 

 

어제였나 그저께였나 이곳에서 아내는 노트북을 들고 와서 긴급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한가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바쁜 와중에 온 여행이라 노트북으로 일 처리를 해야 했죠.

 

 

주방에는 오븐과 인덕션이 갖춰졌고, 바깥으로 나가면 바비큐 그릴도 있습니다.

 

 

창밖으로는 멀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KL 타워가 보이는군요.

 

 

스카이라운지를 나와 이번에는 또 다른 동의 옥상으로 올라와 봅니다. 이곳 테마는 실내 정원이로군요. 

 

 

밤이 되면 가운데 조명이 들어오겠지요. 영사기와 빔프로젝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상영관인가 봅니다. 그런데 옆 휴지통 모양으로 봐서는 흡연이 가능한 곳인가 싶기도 하고.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흡연 문화가 다른 선진국처럼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식당에서 흡연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고요. 아마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말레이시아 전체는 몰라도, 적어도 시내 중심가만큼은 우리나 일본처럼 되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는 세미나장으로 보이고요. 주거형 아파트에서 회의할 일은 없을 것 같고, 주말에 친구들 불러다 놀고 차 마시고, 모임 하기에는 적당해 보입니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수중에서 체력을 단련하는 운동 기구들이 쭉 있습니다. 매일 한 시간이라도 이곳으로 출근한다면, 1년에 최소 5kg 감량은 자신 있을 것 같습니다. ^^;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산합니다. 중간에 흑인 한 분이 병맥주와 책 한 권을 들고 와 해먹을 이용하는 모습 외에는 인기척이 없습니다.

 

 

물고기 좋아하는 딸이 연못을 발견하고선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단단히 고정된 해먹도 있고 흔들리는 해먹도 있는데 문제는 뻥 뚫린 발판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이곳에 올라설 엄두가 나지 않겠더군요.

 

 

고소공포증이 덜한 저도 여기서는 모서리 끝까지 발을 내딛지 못하겠습니다. 직접 서보면 아주 다리가 후들거려요.

 

 

맞은 편에는 고층 아파트와 단독 주택가가 대조를 이룹니다. 그리고 옆에 보이는 야산에는 야생 원숭이가 산다고 하네요.

 

 

집 평수가 넓어서 여러 가구가 사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집 한 채당 한 가구인 것으로 보입니다. 집마다 차도 한 대씩. 구경만 하면 뭐하나요. 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죠. ㅎㅎ

 

 

다시 5층 브릿지로 내려옵니다. 어떤 집에는 발코니에 개인 전용 스파가 달려있기도 하고, 또 어떤 집에는 이렇게 화단을 예쁘게 꾸며놓기도 합니다.

 

 

지나갈 때마다 여기를 무사 통과해야 하는데 꼭 딸내미에게 걸립니다. (이제는 딸도 어디에 연못이 있는지 다 파악한 듯) 일단 걸리면 구경하는데 기본이 5분. 물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 어릴 때는 물고기를 이 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ㅎㅎ

 

 

지금쯤이면 동생 일행이 배드민턴 치느라 땀을 좀 흘렸을 겁니다. 수분 보충용으로는 어제 야시장에서 사 온 열대과일이 제 몫을 할 때입니다. 평일이라 테니스장 이용객이 없네요.

 

 

이곳에는 메이드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곳이라 아이를 메이드에 맡기는 것이 일상화되었죠. 메이드 인건비는 시간당 4천원 정도로 저렴한 편입니다. 6시간을 써도 24,000원인데 기본적인 집 청소는 물론, 아이도 봐주니 이 정도면 맡길 만할 겁니다. 지금은 해가 중천에 뜨기 시작하면서 메이드가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가는 모습입니다.

 

이틀 전, 딸내미와 함께 수영할 때도 7살 정도 되보이는 백인 남자애가 메이드 손잡고 오던데요. 남자 애가 얼마나 혈기 왕성한지 수영도 거칠고 우리 딸에게 물장구 쳐서 딸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장난스러운지 그럴 때마다 메이드가 따끔하게 주의를 줘보지만, 아이는 메이드 말을 귓등으로 듣더군요. 부모가 돈을 주고 고용한 메이드임을 일찌감치 알아서인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청설모 비슷한 설치류가 종종 돌아다니는 것을 봅니다.

 

 

자칫 모르고 밟은 뻔 했는데요. 숙소 앞에는 다친 것으로 보이는 나비 한 마리가 도망도 못 가고 앉아 있습니다. 예쁘죠.

 

 

날개 앞면과 뒷면 색이 이렇게 다르네요. 땀 흘리고 들어온 동생 일행을 위해 우리 부부는 어제 산 열대과일을 개봉했습니다. 단돈 8링깃(약 2,100원)에 산 망고스틴을 비롯해 보기만 해도 상큼하고 달콤한 열대과일로 거하게 한 상 차려 봅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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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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