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여행기 목차

(1) 쿠알라룸푸르에서 산다면 이런 느낌일까?(프롤로그)

(2) 인천 쿠알라룸푸르 항공편 및 기내식 이용 후기

(3) 로컬 식당에서 맛본 전통 음식 '사테이'

(4) 브런치 카페에서 즐기는 오전의 느긋함

(5) 식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쿠알라룸푸르의 대형마트

(6) 아빠의 물개쇼, 자지러지는 딸

(7) 저렴하고 맛있는 탁폭 씨푸드 레스토랑

(8) 국내도입이 시급한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

(9) 파빌리온,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차이나타운

(10) 초고층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KLCC 수리아몰'

(11) 야시장에서 열대과일의 황제 두리안 시식기

(12) 야시장의 톡톡 튀는 길거리 음식

(13) 살고 싶어지는 쿠알라룸푸르의 주거 아파트

(14) 저렴하고 맛 좋은 말레이시아의 열대과일

(15)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말라카 왕국에 가다

(16)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나는 말라카의 골목길 여행

(17) 말라카의 대표 여행지 존커 스트리트와 해상 모스크

(18) 뇌우치는 밤, 낭만적인 강 유람선 투어

(19) 담백한 맛이 일품인 로컬 식당의 청어 로띠

 

 

파블리카의 한 카페, 쿠알라룸푸르

 

이곳은 며칠 전에 장을 보러 왔던 파블리카 지하 마트. 여행 마지막 날은 공항에 갈 때까지 이렇다 할 일정이 없습니다. 항공 스케쥴이 저녁부터 익일 새벽까지 걸쳐 있어 지금부터 충분히 쉬어두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때까지 할 일이라곤 마트에서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사고(이를테면 카야잼 같은), 카페에서 쉬는 것입니다.   

 

 

커피값은 우리나라보다 아주 조금 저렴한 수준. 아메리카노(여기선 롱블랙), 에스프레소, 라떼 등이 우리 돈으로 2,500원 전후입니다. 원두에 관심이 많아서 어느 지역 원두를 주로 쓰는지 묻곤 했는데 앞서 브런치 카페도 그렇고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선호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사진 왼쪽에 로스팅 기계가 보이는데..

 

 

매장 한쪽에는 직접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선반 위 핸드드립용 드립포트가 눈에 띄는군요.  

 

 

핸드드립 기구로는 흔한 칼리타 제품인데 이 드립포트의 가격은 무려 670링깃(약 18만원) 같은 모델로 국내 포털에서 검색하니 12만원대로 나옵니다. 말레이시아라고 해서 모든 것이 저렴하진 않네요.

 

 

어쨌든 커피 맛은 괜찮은 편입니다. 어쩌면 오전에 한가로이 앉아있는 기분 자체가 좋으니 커피 맛이 배가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

 

 

그보다 11월의 쿠알라룸푸르는 여전히 모기로 극성입니다. 밤새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쳐야 했고 그 흔적이 고스란히 딸내미의 팔에 남아있습니다. 하룻밤에 6마리나 잡은 적도 있습니다. 대부분 새끼손톱만 한 집모기던데 우리나라 집모기와 생김새는 흡사하면서 좀 더 밝고 연노랑 빛이 도는 그런 모기였습니다. 이 외에도 야외 활동 시 눈에 보일락 말락 한 아주 작은 날벌레(이것도 모기라고 하던데)가 있어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오후 5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1시간 20분 거리입니다. 택시를 타면 80~100링깃(2~2.6만원) 정도 들죠. 우리는 쿠알라룸푸르에 처음 온 날, 동생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닉이란 친구의 차량으로 편히 올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택시업을 하는 친구라 90링깃을 쥐여주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은 제 1청사(KLIA1)와 제 2청사(KLIA2)로 나뉘는데 KLIA1이 메인 공항이고, KLIA2는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전용입니다. 우리처럼 베트남 항공을 이용한다면, KLIA1에서 수속을 마치고 레일로 이동해야 합니다. 

 

 

KLIA1 공항에 있는 식당인데 이름도 모르고 간판도 찍어 놓은 게 없습니다. 이륙하면 기내식이 주어지겠지만, (점심을 패스해 시장기가 있는 관계로) 그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이용해 보기로 합니다. 생김새가 매우 한식스러운데 한식은 아니고 말레이 싱가폴식 푸드점입니다.

 

 

이렇게 봐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네요. 창밖으로 수많은 항공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아쌈락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 일정에서 아쌈락사를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다행히 마지막 날 주어지는군요. 이런 음식은 로컬 냄새가 풀풀 나는 현지 식당에서 맛보고 싶었는데 할 수 없이 프랜차이즈 버전으로. 어쨌든 아쌈락사는 말레이시안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면 요리입니다. 베트남에 쌀국수가 있다면, 말레이시아에선 아쌈락사가 있죠.

 

주로 생선이나 닭으로 육수를 낸 매콤한 국물에 커리 향신료가 들어가고, 타마린드 즙으로 새콤한 맛을 더해 식욕을 자극합니다. 건더기로는 닭고기살과 유부, 그리고 몸에 좋은 오크라도 들어가고요. 면 베이스는 쌀국수입니다. 전반적으로 향이 매우 진한데 조미료가 들어갔을지는 모르지만, 우린 육수에 매운 커리향이 훅 들어오고, 한편으로는 똠얌꿍에서 느껴지는 새콤한 맛도 은은히 나서 혀에 착착 붙습니다.

 

저야 워낙 외국 음식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이런 맛을 즐기지만, 토종 입맛을 가진 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렇게 이질감이 나거나 하지는 않던데, 입이 짧은 아내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면, 한국인들에게도 꽤 무난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일단은 느끼하지 않고 매콤해 이 부분에서 잘 맞기는 한데, 그런 걸 떠나서 [쿠알라룸푸르 공항 맛집]이란 키워드로 글 쓴 어떤 블로거의 말이 메아리치는 군요.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먹은 음식 중 공항 음식이 가장 나았다."고.. 전 이 말이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죠? ^^;

 

 

그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무난한 볶음밥. 이 메뉴는 어린 딸을 위해 주문했습니다. 맛은 무난함을 넘어서 상당히 괜찮아요. 옆에 뻥튀기처럼 생긴 것만 빼면 말이죠. 저는 뻥튀기처럼 생긴 것을 뜯어먹을 딸을 상상하면서 주문했는데 정작 뻥튀기는 신맛이 강해서 우리 입에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밥은 제대로 센 불에 볶은 티가 날 만큼 고슬고슬했고 불맛도 충분합니다. 얼마나 센 불에 볶았으면 옥수수 알갱이가 검게 그을렸는지.. 저러다 퐁 하고 팝콘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요.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이모와 사촌 언니와 화상통화를 하는 딸. (얼굴에도 모기 물린 자국이 ㅠㅠ) 어찌나 자기 여권을 챙기던지 중간에 떨굴까 봐 신경이 쓰였는데 제 것은 절대 놓지 않으려고 꼭 잡고 있어요.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은 왕복으로 베트남 항공사를 이용했습니다. 올 때는 호치민을 경유했는데 갈 때는 하노이를 경유합니다. 같은 베트남이라도 호치민과 하노이의 거리는 정말 엄청납니다. 지도상에서 거리를 재보니 서울에서 오키나와 거리와 맘먹더군요. 올 때는 호치민에서 쿠알라룸푸르 구간이라 1시간 20분 정도 비행했는데 갈 때는 쿠알라룸푸르에서 하노이까지 올라가니 3시간이나 걸립니다.

 

게다가 시차가 요상하게 적용되더군요. 한국과 베트남과의 시차는 2시간. 그런데 그보다 훨씬 먼 싱가폴과 말레이시아는 1시간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그러다 보니 올 때는 비행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지더군요. 오후 7시 비행기를 탔는데 인천 국제공항 도착시각은 다음 날 새벽 5시 반. ㅠㅠ 이게 다 항공료를 아끼기 위함이라죠.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저비용 항공사를 자주 이용하지만, 에어 아시아만큼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6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에서 어린 딸과 함께 그 좁은 좌석을 이용하는 것은 곤혹입니다. 짐 부치는데 돈 들고, 기내식과 심지어 물도 돈이 들죠. 항공료 자체가 저렴하다곤 하나 어린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단위는 기본적으로 짐이 많아 이것저것 더해보면, 결국에는 일반 국적기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그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말레이시아 국적기나 대한항공을 이용해 직항 노선을 이용하게 되면,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파탄 납니다. ^^;; 본문 아래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에 든 비용을 공개하겠지만, 우리 가족 여행은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뽑아내는 것을 모토로 삼고 또 그것을 지향하는 분들도 많은 줄 알기 때문에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쓸데없는 지출은 피하고 있죠.

 

 

하노이행 비행기가 이륙하자 곧바로 기내식 서비스가 이어집니다. 치킨과 생선 중 택일이라 우리 부부는 늘 하나씩 시켜봅니다. 이 메뉴는 무난한 것보다 조금 모자란 느낌인 '보통'입니다. 디저트는 다소 달았지만, 맛있습니다.  

 

 

생선은 밥 대신 감자로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식이네요. 밥 배가 따로 필요하신 분들에겐 괴로운 식단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삶은 감자와 껍질 콩도 좋아하니 무난했습니다. 부담스러운 크기의 삶은 당근은 빼고 말이죠.

 

 

가만 보니 생선의 종류가 궁금했는데 때마침 제게 얻어걸린 부위가 뱃살이었습니다. 웬만하면 고소하고 맛있는 부위인데 이건 사료 먹고 찌운 지방의 느끼함이 있네요. 조각난 모양과 크기로 봐서는 팡가시우스 메기 뱃살의 일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내 쇼핑몰에서는 '참메기살'이란 되지도 않은 작명으로 팔고 있지만, 어쨌든 회가 아닌 이렇게 먹으니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

 

트렌짓에는 다양한 상점이 들어와 있는데 이때는 배도 부르고 살 것도 없어서 생수를 구입한 것 말고는 이용해보지 못했습니다. 두 시간 정도 기다렸다 타야 하는데 딸은 벌써 파김치가 되어 골아 떨어졌네요. 대합실 의자에 눕혀도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깊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이때가 밤 11시. 평소 잘 시간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그 뒤로도 딸은 깨지 않고 곤히 잠들어버렸습니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다행히 베이비 서비스를 받아서 요람에 재울 수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발이 삐져나왔습니다. ^^; 몸무게도 10kg이 한도인데 이때 우리 딸이 10.5kg. 기내 요람 서비스는 이것으로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이틀 뒤면 딸이 두 돌(24개월)이 되는 날. 24개월까지만 항공가가 무료라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항공료를 지불하고 좌석 하나를 떡 하니 차지하겠지요. 그때쯤이면 우리 부부도 조금은 편히 갈 것입니다.

 

 

이번에도 이륙을 마치자 기내식이 서비스됩니다. 이번에도 생선과 닭고기인데 생선은 면이 제공됩니다. 뒤에 코코넛 푸딩인데 잘근잘근 씹히는 코코넛과 달콤한 푸딩에 저의 뱃살은 더욱 늘어날 것만 같습니다. 사고나 조난에 대비해서인지 기내식은 한결같이 고칼로리죠.

 

 

양배추쌈을 곁들인 닭고기 메뉴는 베트남 항공을 이용한 기내식 중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닭고기 소스도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도 밥이 찰밥이라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새벽 5시 30분.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한기가 느껴집니다. 이때는 11월 초였지만, 당시 서울이 영하 5도로 떨어질 때라 갑작스러운 한기에 딸이 깹니다. 

 

"엄마, 우리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이날은 어린이집을 생략하고 집에서 쉬도록 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그간 밀린 일을 정리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했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 원래는 1주일 정도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아내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4박 5일로 줄어든 이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의 총 경비는 대략 110만 원. 

 

딸이 24개월이 되기 전이라 딸은 항공료가 무료였고, 우리 부부는 합쳐야 왕복으로 64만원. 숙소는 친동생이 사는 집이라 따로 비용이 들지 않았고, 말라카 투어가 1인 65,000원. 그 외는 먹는 데 썼는데 많이 잡아봐야 30만원 선. 말레이시아는 랑카위 같은 휴양지와 먹거리 천국인 패낭이 백미인데 거기까지 둘러보고 오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기회가 찾아오겠지요.

 

지금은 다음 여행지를 물색 중입니다. 제 목표는 일 년에 2번은 국내외 가리지 말고 가족 여행을 가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지켜질지는 의문입니다. 아직 빚도 다 못 갚았는데 그 돈으로 대출 상환을 연기하면서까지 여행 갈 계획을 세우니 말입니다. ^^;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우리 부부가 일상생활에서 힘이 되어 줄 원동력이었습니다. 대출 상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여행의 가치라고 저는 보고 있거든요.

 

혹자는 "지금 여행 다녀봐야 아이는 기억도 못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째서 여행의 가치를 아이의 기억에만 두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기억을 하든 말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 여행을 통해 느끼는 아이의 감정 또한 가치가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 부부의 지친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아빠가 쓴 여행기를 읽히게 한다면, 그 또한 나름대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다음 여행지는 유럽으로 정했습니다. 제 여행 카테고리에는 '7박 9일 그리스 섬 여행(준비 중)'이 등록되어 있는데요. 실은 개인적인 바람일 뿐, 현재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1순위는 그리스 미코노스 섬(또는 산토리니), 2순위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3순위는 이 두 여행지를 모두 엮을 수 있는 지중해 동부 크루즈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 참 4순위도 있습니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 최후의 보루로 가까운 수목원이나 갈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사실은 그것만큼 괜찮은 것도 없죠. (비용도 아끼고 ^^; ) 올봄은 돼야 가닥이 잡히겠지만, 그래도 저의 마음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쿠알라룸푸르 여행기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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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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